[인터뷰] 친환경 유아용품 기업 펀비즈 최영 대표

땅콩형 천 기저귀 대표 브랜드 ‘베이비앙’ 성공

“여성 스타트업 창업 유리천장 깨기 위해선

사회구조 개선과 여성들의 노력 함께 가야”

 

자신이 만든 천 기저귀를 보여주고 있는 최영 펀비즈 대표. ⓒ이정실 사진기자
자신이 만든 천 기저귀를 보여주고 있는 최영 펀비즈 대표. ⓒ이정실 사진기자
 

“창업에 성공한 여성 롤모델은 부족하고 가사노동은 여성들이 대부분 떠맡는 게 현실이에요. 하지만 사회구조가 바뀌기만을 기다릴 순 없어요. 여성 자신도 유리천장을 깨기 위해 노력해야죠.”

친환경 유아용품 전문 기업 ‘펀비즈’의 최영(40) 대표는 스타트업 창업을 꿈꾸는 여성들에게 위기를 맞닥뜨려도 좌절하지 말고 끈기를 가지고 도전하라고 조언했다. 최 대표는 2006년 천 기저귀라는 아이템으로 창업을 시작해 2007년 펀비즈를 설립했다. 펀비즈는 2008년 특허청장상 수상, 2009년 중소기업청장 표창에 이어 2010년에는 천 기저귀 업체로선 최초로 벤처기업 인증을 획득하고 하이서울브랜드기업 지정을 받았다. 인터뷰를 위해 찾은 본사 사무실 옆에는 공장도 함께 있었다. 꼼꼼한 제품 검수를 위해서였다.

최 대표의 꼼꼼함은 창업 아이템을 선정하는 과정에서도 발휘됐다. 그는 “회사를 관두고 창업을 고민할 때 수개월 동안 50~60가지 아이템에 대해 사전 시장조사를 했다”며 “딸만 넷인 집의 막내다보니 어릴 때부터 조카들의 기저귀를 직접 갈았고 ‘일회용 기저귀처럼 편리한 천 기저귀를 만들 수 없을까’하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고 말했다. 마침내 ‘천 기저귀’라는 아이템을 정한 뒤엔 파워포인트로 58쪽짜리 사업계획서를 만들 정도로 철저하게 창업을 준비했다.

이처럼 철저히 준비했지만 최 대표는 창업 이후 첫 6개월간 매출을 1000만원도 올리지 못했다. 하지만 “창업은 끈기다!”라는 생각으로 인터넷 카페, 소비자 박람회 등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꾸준히 홍보에 매진했고, 그 결과 2007년 참가한 서울베이비엑스포에서 3~4일 만에 1000만원이 넘는 매출을 올렸다. 최 대표는 그해 5월 정식으로 ‘베이비앙’이라는 브랜드를 출시하고 펀비즈를 창립했다.

최 대표는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치밀하게 계획을 세운 후 사업에 뛰어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무리 탄탄하게 사업계획을 세워도 시장 환경과 외부 경제 상황이 바뀌기 일쑤”라며 “계획을 세워도 예측할 수 없는 게 사업인데 사업 아이템만 달랑 들고 장기적인 계획 없이 사업을 시작한다면 위기를 겪었을 때 기회로 바꾸지 못하고 그대로 실패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베이비앙 천 기저귀가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자 경쟁사에서 중국산이라 아기에게 좋지 않다며 견제하기 시작했다. 최 대표는 이 위기를 기회로 삼아 원단 제작부터 제품 마감까지 모든 공정을 자체 생산하기로 결심했다. 또 국내 최초로 무형광 천 기저귀를 개발하기까지 이르렀다.

이후 2008년 KBS1 ‘소비자고발’이 형광물질을 사용하는 천 기저귀 업체들을 고발하는 방송을 내보냈지만 베이비앙은 유일하게 무형광 천 기저귀를 사용하는 착한 중소기업으로 소개됐고 엄마들 사이에서 “베이비앙은 믿을 수 있다”는 인식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 ‘친환경 제품을 만들겠다’는 최 대표의 사업 목표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펀비즈를 창업한지 10년만에 매출 30억원을 올린 최영 대표. ⓒ이정실 사진기자
펀비즈를 창업한지 10년만에 매출 30억원을 올린 최영 대표. ⓒ이정실 사진기자

최 대표의 일화처럼 창업을 준비하는 여성이라면 아이템 구상부터 사전 시장조사까지 치밀한 준비를 마친 뒤 뛰어들어야 한다. 특히 예비 여성 창업자들이 맞닥뜨리는 진입장벽은 남성보다 높다. 지난해 11월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 포럼(KSEF)’이 발표한 국내 스타트업 백서에 따르면 국내 여성 창업자 비율은 9%로 한 자릿수에 불과했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여성 창업자 비율도 24%로 남성보다 크게 모자랐다.

최 대표는 “여성들은 취업뿐 아니라 창업에도 유리천장이 존재하는 현실을 인식하고 창업에 도전해야 한다”며 “성차별적 사회구조와 맞닥뜨렸다고 해서 주저앉지 말고 ‘유리천장 깨기’라는 도전과제를 받았다고 생각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최 대표는 정부가 제공하는 예비·초기 여성창업자들을 위한 교육과 지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도 추천했다. 그러면서도 정부 지원금과 교육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은 항상 경계해야 한다고 했다. “사장이 됐을 때 내가 번 돈으로 임직원들에게 급여를 주고, 그들의 생계를 책임질 수 있는지 생각해봐야 합니다. 그 정도 무게감과 책임감 없이 사업을 시작해선 안 되죠.”

최 대표의 퇴직금 400만원으로 시작된 펀비즈는 2016년 연 매출 30억원을 달성했다.

최 대표는 “올해에는 국내 성공을 발판 삼아 중국 전역 등 아시아 시장 판로를 개척할 것”이라며 “중소기업이 중국 시장에 진출한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상당히 부담되고 어렵다. 법이나 규제는 물론이고 중국 특유의 문화가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먼저 중국 사업을 하며 지식과 노하우를 쌓아 다른 후배 스타트업들에 판로를 제공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최영 펀비즈 대표가 제품 검수를 하면서 직원과 이야기하고 있다. ⓒ이정실 사진기자
최영 펀비즈 대표가 제품 검수를 하면서 직원과 이야기하고 있다. ⓒ이정실 사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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