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노동 불평등 보고서] 부부 10쌍 가운데 4쌍이 맞벌이 가구며 여성의 학력 수준과 경제활동 참가율도 늘었지만, 오직 가사노동 시간 성별 격차만큼은 10년간 제자리걸음을 되풀이하고 있다. 모든 것이 변하는 데도 왜 가사노동 시간은 격차가 좁혀지지 않은 것일까. 그 해답을 찾기 위해 통계청의 조사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 또 가사노동의 불평등한 현실을 보여줄 수 있는 각종 지표를 참고해 불평한 가사노동 현황과 일하는 여성의 하루를 들여다봤다. 2017년 한국 가정의 가사 분담 현주소를 공개한다.

전업주부 연봉 계산해보면

12시간 기준 월 371만원

손해배상액은 일용노임 수준

정확한 가치 측정 기준 필요

 

주부의 가사노동은 해도 해도 끝이 없지만, 하루종일 종종 거리며 쓸고 닦아도 티도 나지 않는다. 가사노동은 가족 부양을 위해 꼭 필요한 일이지만 노동으로서 제대로 인정받지 조차 못한다. 가정을 일터로 삼은 가사노동이 제대로 평가받아 경제영역에 포함된다면, 사고 손해보상, 이혼 재산분할, 부부 간 상속·증여와 관련된 과세, 보험료 산정 기준 등에서 발생하는 차별을 막을 수 있다.

과거에도 가사노동의 경제적 가치를 매기기 위한 다양한 논의가 시도가 이뤄졌다. 1999년 김준영 성균관대 교수는 생활시간조사 자료를 기초로 전업주부의 가사노동 가치를 월 113만원으로 추계하며, 이는 국내총생산(GDP)의 약 15%를 차지하는 72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2005년 김종숙 한국여성개발원(현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과 권태희 박사가 내놓은 보고서에서는 전업주부의 무급 가사노동 가치를 1인당 평균 월 111만원으로 추산했다. 30대 전업주부의 가사노동 가치 환산액이 월 167만원으로 가장 높았고 20대 119만원, 40대 116만원, 50대 92만원, 60대 60만원으로 평가됐다.

이어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2008년 ‘전업주부, 연봉을 찾아라’라는 이름의 전업주부 연봉계산기를 발표했다. 아이들 간식을 만들고, 동화책을 읽어주며, 남편 와이셔츠를 다림질하고, 시부모님 식사를 챙겨드리는 등 전업주부의 하루 일과를 총 37개 항목으로 만들어 노동시간 대비 월급을 계산해볼 수 있게 했다. 이 계산기로 초등학교 1학년 딸과 3살 아들을 키우는 37살 전업주부의 월급을 따져보면 약 371만원이다. 연봉으로 따지면 약 4452만원이다.

이밖에도 한 홈쇼핑 업체는 2006년 주부 설문조사를 실시해 40대 전업주부 연봉을 3407만원이라고 발표했고, 한 증권사는 법원 판례를 들어 가사노동 가치를 연 2500만원이라고 추산했다.

최근 한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서는 ‘가사노동을 해보니 480만원은 받아야겠다’는 글이 화제가 됐다. 글쓴이는 “전 직장생활보다 가사일이 더 힘들다”면서 가사노동의 세부 항목을 정리해 금액으로 환산한 표를 함께 올렸다. 표를 보면 방 3개·거실 정리를 회당 3만원으로 장보기 회당 2만원, 요리하기 회당 1만원 등으로 책정했다. 글이 온라인상에 퍼지면서 “480만원은 과하다. 그 돈이면 내가 집안일 한다”는 주장과 “그만큼 가사일이 힘들다. 제대로 평가 받아야 한다”는 반박이 맞부딪쳤다. 이 가운데는 “일주일에 두 번 가사도우미(가정관리사)”를 쓰라는 의견도 많았다.

그렇다면 가사도우미의 연봉은 어느 정도일까. 업체를 통해 가정관리사를 부르면 기본 4시간에 평균 4만5000~5만원을 지불해야 한다. 지난해 한국고용정보원이 발표한 ‘한국 직업정보’ 연구에 따르면 가정관리사의 연 평균 소득은 1404만원이었다. 하지만 가정관리사는 세탁과 청소, 정리정돈만 담당한다. 각종 장보기와 남편과 아이들을 위한 쇼핑, 요리는 여기서 빠져있다.

하지만 이런 계산법은 현실에선 전혀 적용되지 않는다. 현재 전업주부 가사노동의 가치는 일용직 건설 노동자의 일당과 같다. 법원이 전업주부의 교통사고 피해보상금을 계산할 때 일용직 노동자의 평균 임금인 ‘일용노임’을 기준 삼고 있기 때문이다. 2017년 상반기 현재 일용노임은 10만2628원이다. 가사노동에 휴일이 없는 점을 감안하면 전업주부 연봉은 3745만원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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