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귀환… 요동치는 대선 판도
반기문 귀환… 요동치는 대선 판도
  •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정치학
  • 승인 2017.01.19 12:34
  • 수정 2017-01-24 21: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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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준의 시사전망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귀국

진보·보수 아우르는 광폭행보

그에게 필요한 건 정치 맷집과 명확한 정체성

민생·청년 일자리 정책 밝혀야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2일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하며 손을 흔들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2일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하며 손을 흔들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반기문 전 유엔(UN) 사무총장이 10년간의 임기를 마치고 12일 귀국했다. 귀국 일성으로 국민 대통합과 정치 교체를 내세웠다.

반 전 총장은 귀국 이후 진보와 보수를 아우르는 광폭의 행보를 펼치고 있다. 야권 지지자들의 정치적 성지와 같은 봉하 마을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지를 참배하고 팽목항에선 세월호 유가족을 위로했다. 박근혜 대통령에게도 전화로 “잘 대처하시라”고 했고, 이명박 전 대통령도 예방했다.

대권을 잡으려면 권력의지, 미래 구상·이슈선점, 유리한 대선 구도를 갖춰야 한다. 반 전 총장은 귀국 기자회견에서 “나는 자질이 있다. 누구보다 잘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이어 “많은 분이 저에게 권력 의지가 있냐고 물어봤다”며 “그분들이 말한 권력의지가 남을 헐뜯고 무슨 수단을 써서 정권을 쟁취하겠다는 게 권력의지라면 저는 권력의지가 없다. 오로지 국민을 위해, 국가를 위해 몸을 불사를 의지가 있다면 얼마든지 여러분을 위해 하겠다”고 말했다. 그런데 권력 의지는 말로 되는 것도 아니고 자질이 있다고 생기는 것도 아니다. 앞으로 전개될 많은 고난과 악재를 견뎌낼 수 있는 정치 맷집이 있어야 한다.

국민의당 안철수 의원은 최근 가진 기자회견에서 “반 전 총장의 최근 행보는 탄핵에 찬성하는지 반대하는지, 진보인지 보수인지, 정권교체인지 정권연장인지, 어느 정당인지 판단이 안 되게 애매하다”며 “UN 사무총장으로서의 명예를 지키고 싶은 마음도 클 것이기 때문에 출마 포기 가능성도 크다”고 밝혔다. 이런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반 총장은 자신의 정체성을 보다 명확하게 해야 할 것이다.

반 총장은 자신을 “진보적 보수주의자”라고 했다. 이에 대해 야권에서는 ‘따뜻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좋아한다는 것과 무엇이 다르냐고 공격했다.

반 전 총장에게 당장 필요한 것은 자신이 제시한 국민 대통합에 대한 구체적인 비전과 정책을 제시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문재인 전 대표가 제시한 ‘국가 대개조’와 차별화될 수 있어야 한다. 반 전 총장은 안보를 강조하면서 다른 주자들과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그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는 순수하게 방어용이다. 공격용이 아니다”며 한반도 사드 배치를 둘러싼 중국과의 갈등에 대해 “얼마든지 외교로 해결할 수 있다”는 견해를 보였다. 이런 입장은 문재인 전 대표와 사뭇 다르다.

문 전 대표는 그동안 사드 철회에 가까운 재검토를 주장했다. 그런데 최근 “쉽게 취소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다소 신중한 입장으로 바뀌었다. 그러면서도 “국회 동의를 포함한 공론화 과정도 갖고 중국과 러시아를 설득할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재래식 방어 장비 배치에 대해 국회의 동의를 받자는 것이 과연 맞는 것인지 앞으로 논란이 될 것 같다.

대선 승리를 위해 다른 주자들과 차별화하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안보와 관련해서는 국내정치와 분리해 초당적으로 대처할 필요가 있다. 안보에는 진보와 보수가 따로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선 후보들은 안보 문제보다는 민생 문제 해결을 둘러싸고 치열하게 경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문 전 대표는 18일 공공 부문 일자리 확대와 노동시간 단축을 통해 일자리 131만 개 이상을 창출하겠다는 일자리 공약을 발표했다. 반 전 총장도 “우리 젊은이들이 희망과 자신감을 가지고 미래에 진정한 지도자가 되게 우리가 노력하고 제가 유엔 사무총장으로 겪은 여러 경험과 식견을 가지고 젊은이의 밝은 미래를 위한 길잡이 노릇을 하겠다”고 말했다.

그런데 반 전 총장은 최근 조선대학교 강연에서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하는 만큼 외국에 진출할 수 있도록 하고, 정 일이 없다면 자원봉사라도 했으면 한다”고 충고했다. 반 총장은 청년 일자리와 관련해 충고보다는 구체적인 정책 구상을 밝혀야 한다.

여하튼 반(潘)의 귀환으로 대선 경쟁이 본격화됐다. 한국 대선에선 ‘DJP 연대’ 등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정치 실험을 한 사람이 늘 승리했다. 반 전 총장이 진정 분열된 나라를 하나로 묶어 대통합을 이루고 정치 교체를 하려면 깜짝 놀랄만한 담대한 정치 실험을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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