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학생 3명이

대만서 성폭행 당하자

“성폭행 천국… 대만

가지 마라” 댓글 반응

 

해외여행 딴지 걸기보다

성범죄 없는 한국

제발 만들어주시길

 

한국 여학생 3명이 4박5일 일정으로 대만에 갔다가 성폭행을 당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이들은 택시투어를 이용했는데, 택시기사가 준 요구르트를 먹은 뒤 정신을 잃은 탓에 봉변을 당했다. 짐작했겠지만 그 기사가 준 요구르트에는 수면제가 들어 있었다. 성폭행을 저지른 택시기사는 자신의 범죄를 순순히 시인했단다.

이 기사에 대한 한국남성들의 반응은 아주 뜨거웠다. 댓글을 단 이들 중 4분의 3 가량이 남성이었으니 말이다. 그들이 단 댓글을 유형에 따라 분류한 뒤 그에 따른 논평을 해보자.

첫 번째, 대만을 공격하자는 댓글.

-dann****: 섬짱개넘들 가만안둔다

물론 진짜 공격하자는 건 아니겠지만, 수천 명이 여기에 동감을 표시한 것으로 보아 이게 단순한 농담만은 아니다. 이 댓글은 대만인의 범죄와 대만의 범죄를 동일시한다. 다른 범죄, 예컨대 외국인이 한국인을 죽여도 이런 식의 반응이 나온 적은 없다. 2016년 필리핀에서 한국남성 3명이 총기에 의해 살해당했을 때를 떠올려 보자. 이번 범죄가 다른 범죄와 달랐던 점은 한국 여성을 외국 남성이 성폭행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남성들은 한국 여성을 일종의 소유물로 여긴다. 그런데 다른 나라 남성이 한국 여성을 건드리면 그건 내 것을 건드리는 것으로, 이는 한국남성에게 최대의 모욕이다. 한국 여성이 외국 남자와 사귀기만 해도 거품을 무는 게 한국남성인데, 성폭행을 저질렀다니 비행기로 대만 본토를 폭격하고픈 마음이 드는 건 당연하다. “조그만 나라 하루면 초토화시키겠다”는 댓글에서 보듯 대만이 좀 만만한 나라인 것도 이런 말을 당당히 할 수 있는 이유가 된다.

 

둘째, 요구르트를 왜 먹었냐는 댓글.

-wint****: 현지인이 주는 음료수나 커피는 받아먹지 않는 게 불문율인데 기본도 모르고 여행을 간 거냐? 여행기나 블로그만 몇 개 봐도 알수 있는 건데 너무 부주의했다.

-sek0****: 어떻게 모르는 사람이 주는 음료를 먹지. 장기 안 떼인 게 다행인 듯.

-hun8****: 하여튼 조선뇬들 공짜면 양재물도 쳐 먹는다니깐 ㅋㅋ

-abcd****: 피해자가 잘못했다는 게 아니라 조심했으면 피할 수 있었을 거잖아. 남이 주는 거 함부로 먹지 않는다 이거 기본 상식 아닌가?

택시투어를 하다보면 목이 마르기도 한다. 게다가 택시기사의 호의를 거절하면 그 후 그를 대하는 게 서먹해질 수 있다. 이 점을 노려 범행을 한 놈이 문제지, 당한 사람이 나쁜 건 아니다. 길을 걷다 강도를 당한 이에게 “왜 으슥한 골목길을 혼자 다녔느냐”라고 하진 않는 걸 보면, 성범죄는 가해자보다 피해자가 더 욕을 먹는 거의 유일한 범죄인 듯 싶다. 그 피해자들이 대부분 여성이라는 게 그 이유일 텐데, 이런 식의 반응은 사건 당사자들에게 2차 피해를 줄뿐이다.

셋째, 왜 위험하게끔 여자끼리 해외를 갔냐는 댓글.

-pu75****: 성폭행 천국 대만가지 마세요. 범죄소굴입니다.

-seop****: 까불거리며 돌아다닐 때 예견된 일. 해외여행 좋아하는 여자들은 유의해야한다

-qol0****; 대만가지마라. 가서 볼게 뭐 있다고. 혐한으로 치자면 쪽바리만큼 심각한 게 대만이다.

-hany****; 대만 사람들은 우리 대한민국을 아주 싫어한다고 하네요. 대만 여행 가지 맙시다!

 

기억을 더듬어 봤을 때, 대만에서 이런 일이 자주 생기는 것 같지는 않다. 만일 그랬다면 여성들이 대만으로 여행을 가지 않을 테고, 대만의 관광수입은 타격을 입어야 했으리라. 백번 양보해 위에 쓴 댓글들이 진실을 말하고 있다손 쳐도, 이런 의문을 지울 수가 없다. “그래서 우리나라는 안전한가?” 알다시피 우리나라는 성범죄에 관한 한 세계적인 강국이다. ‘성폭행’으로 검색을 하면 수없이 많은 기사가 뜬다.

가해자의 유형도 다양해서, 모르는 사람부터 직장동료, 기타 지인들, 심지어 친족들까지 거의 모든 유형의 사람들이 망라돼 있다. 최근에 나온 <거리에 선 페미니즘>이란 책을 읽으면 우리나라 여성들 중 이런 경험에서 자유로운 분들이 거의 없는 것 같다.

“대부분의 여성분들이 그랬듯 저도 추행과 성희롱을 겪어왔습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아파서 간 동네병원에서 의사에게 추행을 당했습니다. 교복치마 속으로 손을 넣고 청진기를 움직이는 척하면서 제 몸을 만졌습니다. 대학 신입생 때 술자리에서 선배에게 성희롱을 당하고, 스터디를 가든 어디를 가든 장소만 바뀌었지 적잖은 추행을 당했습니다.” (169쪽)

 

사정이 이렇다면 우리나라보다는 차라리 대만을 가는 게 최소한 그 기간만큼은 더 안전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이르게 된다. 그런데 한국남성들은 도대체 무슨 근거로 “대만에 가지 마라”고 충고하는 것일까. 대만에 가지 말고 그냥 우리나라에서 성폭행을 당하는 게 낫다는 것일까.

정말 여성들이 안전하게 살기를 원한다면 그들이 해외여행 가는 것에 딴지를 걸기보다 우리나라가 성범죄 없는 곳이 되도록 자신의 위치에서 노력해주시라. 변태스러운 남성이 주변에 있다면 그러지 말라고 얘기해 주고, 여성이 성적으로 억울한 일을 당하면 같이 싸워주는 것만으로도 여성들에게 큰 힘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국남성에 걸맞은 멋진 댓글이 있어서 소개한다.

-xbxj****; 피해자 이름 공개하세요. 엄한 한국남자 피해주지 말고.

네이버가 이 아이디를 가진 이의 실명을 공개해줬으면 좋겠다. 엄한 한국남자 피해주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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