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2017 제15회 미래를 이끌어갈 여성지도자상’(이하 미지상) 시상식에서는 미지상 수상자들의 멘토가 직접 시상과 격려사를 했습니다. 여성신문은 멘토의 격려사와 멘티의 수상 소감을 정리했습니다.

 

배우 김꽃비(오른쪽)와 이충희 듀오 대표. ⓒ이정실 사진기자
배우 김꽃비(오른쪽)와 이충희 듀오 대표. ⓒ이정실 사진기자

<멘토> 이충희 듀오 대표 “열악한 사회에서 힘 쓰는 페미니스트들이 미래의 지도자”

배우 김꽃비씨는 2006년 영화 ‘삼거리 극장’으로 데뷔해 영화 ‘똥파리’로 2009년 로테르담국제영화제 최고상, 라스팔마스국제영화제 남녀주연상 등을 수상한 한국 독립영화계 대표 배우입니다. 동시에 ‘#나는_페미니스트다’ 해시태그 선언에 동참하며 ‘찍는 페미’라는 페이스북 그룹을 만들기도 하는 등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페미니스트입니다. 저는 8형제 사이에서 자라 사실 여성분들에 대해 모릅니다. 그런데 유통업에 근무하다 보니 여성들이 많습니다, 저희 회사 직원도 80%가 여성이고 여직원들이 요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런 상황에 있다보니 여기 오면 여성분들이 상당히 남성에 비해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하고 있다는 게 이해가 안 가지만 사회 전반적으로는 그런 것 같습니다. 이런 사회에서 적극 활동하고 있는 페미니스트 김꽃비 배우에게 미지상을 드립니다.

<멘티> ‘찍는 페미’ 배우 김꽃비 “어떤 상보다 떨리는 미지상”

이충희 대표가 앞서 소개해주셨는데 제가 받았던 어떤 상보다 이 상을 받는다고 했을 때 훨씬 더 영광스럽게 느껴졌습니다. 저는 최근 수년새 페미니즘에 대해 알게 돼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는데 그러다 보니 페미니스트가 됐습니다. 근래에 제가 가장 많이 느끼는 것은 여성 간의 연대가 소중하다는 것과 여성들이 서로에게 힘이 되어준다는 것입니다. 떨려서 말을 잇지 못하겠네요. 좋은 상 주셔서 감사하고 앞으로 계속 여성들의 권익을 위해서 페미니스트로서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김명자(왼쪽)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차기회장과 박소정 이화여대 화학나노과학과 교수. ⓒ이정실 사진기자
김명자(왼쪽)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차기회장과 박소정 이화여대 화학나노과학과 교수. ⓒ이정실 사진기자

<멘토> 김명자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차기회장 “미지상은 미래를 보고 주는 상”

미지상은 미래를 보고 주는 상인 데다가 과학 분야가 들어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두고 있습니다. 과학계에서는 여성 롤모델이 부족하다는 것이 너무 큰 문제입니다. 한국 이공계 졸업생 성비는 남녀가 비슷한데 과학계 여성 정규직 비율은 15%에 불과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후배 박소정 교수가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는 것은 우리 한국 사회에서 크나큰 희망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소정 교수는 40대 여성 과학자로 놀랄 만한 업적을 쌓아 왔습니다. 1996년 이화여대 미국으로 유학가서 노스웨스턴 대학에서 화학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박사학위 과정을 마치면서 미국 전체 화학전공 박사학위자 중 1명에게 주는 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이 상이 박 교수의 앞날에 대한 예언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텍사스대 화학과 박사후 연구원을 마친 그는 펜실베이니아대 화학과 조교수·부교수를 거치며 정년보장 심사를 통과하고, 젊은 우수과학자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지난해부터는 미국화학회에서 발간하는 세계적인 학술지 ‘ACS Applied Materials& Interfaces’에서 부편집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4차산업의 특징은 모든 기술 분야가 융합된다는 것입니다. 박소정 교수는 나노과학분야와 화학분야에서 세계 최고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2013년에는 펜실베이니아대 테뉴어(tenure·정년 보장) 교수직을 포기하고 후학 양성을 위해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습니다.

<멘티> 박소정 이화여대 화학나노과학과 교수 “학생들이 편견 없는 사회서 활약할 수 있도록 힘 쓸 것”

지금쯤 스키장에서 신나게 놀고 있을 아들이 집에 돌아와서 미지상 상패를 보면 제가 하는 일에 대해 좀 더 자랑스러워할 것 같습니다. 여성신문사와 멘토 김명자 회장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롤모델이 없던 시절에 없는 길을 만들어가면서 크고 작은 활약을 펼쳐주신 과학계 여성 선배들에게 존경의 말씀을 드리고, 우리 학생들이 나중에 사회에 진출했을 때는 편견 없이 활약할 수 있도록 저도 힘을 보태겠습니다.

 

남인순(왼쪽) 국회 여성가족위원장과 원미혜 서울시 늘푸른여성지원센터장. ⓒ이정실 사진기자
남인순(왼쪽) 국회 여성가족위원장과 원미혜 서울시 늘푸른여성지원센터장. ⓒ이정실 사진기자

<멘토> 남인순 국회 여성가족위원장 “여성학은 실천하는 학문… 원미혜 수상자가 대표적 사례”

저도 1회 미지상을 받은 사람입니다. 벌써 15번째 미지상이 됐고 정말 많은 분들이 우리 사회 곳곳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지도자로 변모했습니다. 제가 시상하는 원미혜 센터장은 오랫동안 반성매매 운동에 애써오셨고 현장에 가면 늘 계시는 분입니다. 처음엔 글을 통해 이 분을 알게 됐습니다. 글을 보여 여성학 하시는 분들 중에서도 급진적이라고 생각했지만 새로운 시각을 줘서 신선했습니다.

특히 여성학이라는 학문은 실천하는 학문인데 그걸 몸으로 보여주신 분이 원미혜 센터장입니다. 청소녀 깔창 생리대 문제가 터졌던 지난해 서울시에서 가장 먼저 저소득층 청소녀를 위한 생리대 사업을 추진해주셨습니다. 또 청소녀들이 수치심을 느끼지 않게 섬세한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해오셨습니다.

<멘티> 원미혜 서울시 늘푸른여성지원센터장 “페미니스트 공무원입니다”

서울시 여성정책과에서 페미니스트 공무원으로 일하고 있는 원미혜입니다. 제 어머니께서 제가 어렸을 때부터 “너는 여성운동가가 돼라. 안 할 거면 수녀가 되든가”라고 말씀하셨는데 큰 상을 받고 보니 선택을 잘 한 것 같습니다. 어머니께서는 여성으로 태어났으니 여성에게 봉사하며 살라고 항상 말씀해주셨습니다. 어머니뿐만 아니라 많은 여성들이 힘을 주셨습니다. 이 상을 앞으로도 잘 하라는 채찍이라고 생각하고 감사히 받겠습니다. 이제까지 저와 함께 활동해주신 저희 외인구단이라고 불리는 늘푸른여성팀 공무원들, 여성학과 선후배들께 감사드립니다. 힘들지만 꿋꿋하게 하루하루 살아나가는 거리의 청소녀들에게 응원의 말 건네며 수상소감 마칩니다.

 

이혜경(왼쪽) 한국여성재단 이사장과 이경숙 한국전력공사 조직개발실장. ⓒ이정실 사진기자
이혜경(왼쪽) 한국여성재단 이사장과 이경숙 한국전력공사 조직개발실장. ⓒ이정실 사진기자

<멘토> 이혜경 한국여성재단 이사장 “이경숙 실장은 한전의 빅 이어(Big Ear)”

이경숙 실장님은 유리천장이 두텁기로 소문난 공기업 한전에 최초의 대졸 여성 사원으로 입사했습니다. 입사 후 27년 동안 여러 주요 보직을 거쳐 최초 여성 부장, 실장을 역임했고 수평적인 조직문화, 포용적인 조직문화를 위해 솔선수범하셨습니다. 한전의 빅 이어(Big Ear, 큰 귀)라는 별칭도 가지고 있는 이 실장님은 많은 후배들에게 모범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멘티> 이경숙 한국전력공사 조직개발실장 “여성 후배들을 위한 더 많은 일 하겠다”

27년 동안 회사에 다니면서 직장 밖의 사회활동은 하지 못했는데 기라성 같은 여성분들과 같은 자리에 직장인인 제가 섞여있다 보니 영광스러우면서도 앞으로 제가 해야 할 일이 더 많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2013년 한 직장인 멘토 모임에 나갔을 때 국내 굴지의 대기업 남성 임원이 “우리 회사에선 여자를 중요 보직에 앉히지 않는다. 여자들은 정의감에 불타서 비밀유지가 안되기 때문이다”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한국 사회의 유리천장을 통감한 순간이었습니다.

사내 여성 멘토링 자리에서는 300명의 여성 임원들이 멘토링을 하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전국 지부에 흩어져있던 여성들이 한자리에 모여 ‘나만 힘든 게 아니구나’를 처음 알게 된 자리였기 때문입니다. 처음 사내 멘토링을 했을 때 ‘내가 우리 회사에서 여자 후배들을 위해 해야 할 일이 앞으로도 참 많겠구나’하고 생각했습니다. 이번 미지상은 앞으로도 더 열심히 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겠습니다.

 

김영주(왼쪽)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과 이혜경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부위원장. ⓒ이정실 사진기자
김영주(왼쪽)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과 이혜경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부위원장. ⓒ이정실 사진기자

<멘토> 김영주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이혜진 수상자는 금융권 성차별 해소 위해 노력”

저도 금융노조 간부 출신입니다. 저는 처음 금융권에 입사할 때 결혼하면 퇴직한다는 각서를 쓰기까지 했습니다. 이런 척박한 곳에서 노동운동을 했었고요. 금융노조라고 하면 여성 차별이 없다고 생각하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금융기관만큼 보수적이고, 엄격한 곳이 없습니다. 금융 시장이 개방될수록 여성들을 위한 자리가 사라지고 있습니다.

이혜진 금융노조 부위원장은 현재 노조 내 여성 파워의 상징적인 존재입니다. 2014년 금융노조 부위원장에 당선됐고 현재 한국노총 여성위원회 부위원장, SC 제일은행 노동조합 부위원장도 겸하고 있습니다. 또한 2017년까지 여성관리자 30% 할당제를 단체협약에 포함시키기 등 금융권 성차별 해소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멘티> 이혜진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부위원장 “금융노조는 여전히 할 일이 너무 많습니다”

“미지상은 이혜진 개인을 조명하는 상이 아니라 많은 금융노조 선배들을 홍보하고 알려주는 상이다.”

미지상 수상 소식을 들었을 때 제가 받아도 되는 건가 하는 고민에 빠졌는데 한 선배가 저에게 이 말을 해주셔서 사명감을 가지고 상을 받으러 이 자리에 나왔습니다. 금융노조는 56년 된 단체이고 조합원 수만 10만 명이 넘고, 여성 비율도 50%가 넘습니다. 또한 육아휴직을 법보다 먼저 시행한 노조입니다. 여러 방면으로 법보다 앞서나가는 금융노조지만 여전히 할 일이 너무 많습니다. 이 상은 앞으로도 계속 전진하라는 뜻으로 알고 열심히 하겠습니다.

 

정영애(왼쪽) 서울사이버대 교수와 조진경 십대여성인권센터 대표. ⓒ이정실 사진기자
정영애(왼쪽) 서울사이버대 교수와 조진경 십대여성인권센터 대표. ⓒ이정실 사진기자

<멘토> 정영애 서울사이버대학교 교수 “조진경 대표는 여성과 청소년의 인권 위해 앞장선 인물”

조진경 대표는 성매매에 유입되는 10대 소녀들의 인권문제를 공론화하며 17년째 활동하고 있는 활동가입니다. 2001년부터 반성매매 운동을 펼쳐온 조진경 대표는 지난해 지적장애 아동의 ‘떡볶이 화대’ 소송, 채팅앱을 통한 성매매 문제 등을 공론화했습니다. 십대여성인권센터는 5년간 7548명의 여성·청소년을 상담하는 등 정말 많은 일을 해왔는데요, 조진경 대표는 그 중심에서 여성과 청소년의 인권이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애써왔습니다.

<멘티> 조진경 십대여성인권센터 대표 “아버지는 제 스승입니다”

평소 존경해오던 분들이 미지상을 수상하는 모습을 보면서 “미지상은 정말 대단한 분들이 받는 상”이라고 생각했는데 오늘 제가 이런 의미 깊은 상을 받게 돼 기쁘네요. 시상식에 오니 아버지 생각이 났습니다. 아버지는 ‘가부장의 황제’라고 할 만큼 권위적인 분이셨습니다. 나이가 드니까 아버지가 있었기 때문에 제가 여성운동을 하는구나, 싶습니다. 아버지는 제 스승입니다. 병상에 계셔서 함께 하지 못한 어머니도 생각납니다.

성매매 분야가 워낙 논쟁적이고 뭔가 해보려고 하면 언제나 싸움부터 해야 하는 상황이 많아서 저는 늘 논쟁적인 인물이었습니다. 그래서 평소 알아주는 사람이 없어도, 바라봐주는 사람이 없어도 묵묵히 내 길을 가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미지상을 주시니 기분이 좋습니다. 성매매 업주들이 사무실을 점거농성하기도 하는 등 온갖 일을 다 겪었습니다. 힘든 일을 함께 겪어준 동료들에게 감사하고, 십대여성인권센터 활동가들과 이 기쁨을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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