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의 없이 상반신 노출 장면 유포한 영화감독 고소한 배우 곽현화

긴급포럼 ‘그건 연기가 아니라 성폭력입니다’ 참석

“나와 비슷한 상황에 있는 분 돕고 싶다는 마음으로 나왔다”

 

최근 자신의 동의 없이 상반신 노출 장면을 유포한 이수성 영화감독을 고소한 배우 곽현화씨가 16일 오후 서울 마포구 가톨릭청년회관에서 열린 긴급포럼 ‘그건 연기가 아니라 성폭력입니다’에서 발언하고 있다. ⓒ변지은 기자
최근 자신의 동의 없이 상반신 노출 장면을 유포한 이수성 영화감독을 고소한 배우 곽현화씨가 16일 오후 서울 마포구 가톨릭청년회관에서 열린 긴급포럼 ‘그건 연기가 아니라 성폭력입니다’에서 발언하고 있다. ⓒ변지은 기자

“‘너 벗을 수 있어? 오 그럼 넌 배우!’와 같은 성적 기행을 예술로 받아들이는 건 정말 말도 안 됩니다. 하지만 이 인식에 반론을 제기하는 여배우는 ‘까다로운 애, 쟤랑은 얘기 못 해’ 이렇게 분류되죠.”

최근 자신의 동의 없이 상반신 노출 장면을 유포한 이수성 영화감독을 고소한 배우 곽현화씨가 16일 오후 서울 마포구 가톨릭청년회관에서 열린 긴급포럼 ‘그건 연기가 아니라 성폭력입니다’에서 이같이 말했다.

곽씨는 지난 2012년 5월 이수성 감독의 영화 ‘전망좋은 집’을 촬영했다. 당시 이 감독이 곽씨에게 “가슴 노출 장면은 극 흐름상 꼭 필요하다. 일단 촬영을 하고 편집 때 제외해달라고 하면 반드시 빼주겠다”고 설득해 곽씨는 노출 장면을 촬영하게 됐다.

이후 곽씨의 요청으로 영화는 상반신 노출 장면 없이 극장에 걸렸지만, 이후 이 감독은 인터넷 파일공유 사이트와 IPTV 등에 곽씨의 노출 장면을 넣어 영화를 유통했다.

이에 곽씨는 이 감독을 고소했으나 재판부는 “계약 당시 노출 장면을 촬영하지 않기로 했다면 이 감독은 곽씨에게 갑작스럽게 노출 장면을 촬영하자고 요구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곽씨는 자신이 요구할 경우 노출 장면을 편집 때 제외한다는 내용을 배우 계약에 기재하지 않았으며 곽씨가 이 감독의 구두 약정만 믿고 상반신 노출 촬영에 응했다는 것은 다소 이례적”이라며 1심 무죄를 선고했다.

곽씨는 “재판 과정에서 이 감독과 스태프들과의 대화 녹취까지 준비했기 때문에 법적으로 승산이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재판에 들어갔지만 무죄 판결이 나와서 많이 놀랐다”고 말했다.

곽씨에 따르면 재판부는 “노출 장면을 찍지 않기로 합의된 상황이면 왜 울면서 노출 장면을 빼달라고 했느냐”고 문제를 제기했다. 곽씨는 이를 당시 제작 상황에 대한 이해 없이 판결한 판사의 잘못으로 봤다.

곽씨가 처음 ‘전망좋은 집’ 시나리오를 받았을 땐 상반신 노출 장면이 있었지만 해당 장면을 빼고 영화를 찍기로 했고, 계약서에는 합의 하에 찍는다고 명시했다. 당시 곽씨는 ‘합의하지 않으면 찍지 않겠지’ 하는 생각이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처음에 노출 장면을 빼고 찍기로 한 것과는 달리 이 감독은 노출 장면 촬영 며칠 전부터 곽씨를 따로 불러서 “일단 노출 장면을 찍고 나중에 빼 달라고 하면 빼주겠다”며 설득했다. 곽씨는 감독을 믿고 상반신 노출 장면을 촬영했다. 이후 최종 편집본을 본 곽씨는 노출 장면을 삭제해달라고 요청했지만 감독은 흔쾌히 해당 장면을 빼주지 않고 곽씨를 거듭 설득했다. 이에 곽씨는 겁이 나 울먹이면서 해당 장면을 빼 달라고 말하게 된 것이다.

특히 곽씨는 이 감독과의 대질 신문 시 감독의 태도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곽씨는 “이 감독이 ‘다른 영화에선 노출했는데 왜 내 영화는 안 돼?’라고 했는데 이 말을 듣는 순간 한 영화에서 노출한 여배우는 다른 영화 어디에도 가져다 쓸 수 있다는 건가”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놓았다.

마지막으로 곽씨는 “사실 실시간 검색어에 이름이 오르내리는 게 싫었지만 혹시 나와 비슷한 억울한 상황에 있는 분이 계신다면 돕고 싶다는 마음으로 이 자리에 나오게 됐다”고 말했다.

곽씨의 발언이 끝나자 현장에서는 곽씨를 향한 지지와 연대의 박수가 쏟아졌다.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와 씨네21이 마련한 이날 긴금포럼에선 윤태진 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교수가 사회를 봤고 안병호 전국영화산업노조 위원장, 손희정 연세대 젠더연구소 연구원, 조인섭 법무법인 신세계로 변호사, 정하경주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 소장, 이언희 영화감독, 배우 김꽃비, 이예지 씨네21기자가 토론자로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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