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2016 국민 인권의식 조사’ 결과

성소수자 인권, 전과자·피의자보다 낮아

 

국내 성소수자 인권상황 평가가 전과자보다도 낮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사진은 2016년 제17회 퀴어문화축제 퍼레이드를 방해하는 혐오세력의 모습. ⓒ변지은 기자
국내 성소수자 인권상황 평가가 전과자보다도 낮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사진은 2016년 제17회 퀴어문화축제 퍼레이드를 방해하는 혐오세력의 모습. ⓒ변지은 기자

국민들이 생각하는 국내 성소수자 인권상황 평가가 전과자보다도 낮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지난해 5월25일∼12월23일 만 15세 이상 국민 1504명을 대상으로 ‘2016 국민 인권의식 조사’를 벌인 결과 이 같은 결과가 나왔다. 이번 조사는 2005년과 2011년에 이어 세 번째로 진행됐다.

조사 결과 일반 국민의 인권에 대한 기본적 이해와 인권 존중의식은 전반적으로 높아졌다. 하지만 사회 취약집단 인권상황에 대한 평가에서는 ‘매우 존중’(5점)에서 ‘전혀 존중되지 않음’(1점)까지 평가 척도를 적용했을 때 여성 3.6점, 아동·청소년 3.4점, 노인 3.2점으로 나타났다. 이들을 제외하고 취약집단에 속한 사람들의 인권은 존중되지 않고 있었다.

장애인, 미혼모, 병력이 있는 사람, 사회복지시설 생활자, 경찰 수사 중인 피의자, 구금시설 수용자, 전과자 등의 인권상황에 대한 평가는 3점(보통 수준)을 넘지 못하고 2점(존중 되지 않는 편임)대에 머물렀다.

특히 성소수자 인권상황은 2점으로 전과자(2.1점), 경찰 수사 중인 피의자(2.3점)보다도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의 상황과는 달리 세계는 현재 점차 ‘퀴어 프렌들리’하게 변해가고 있다. 2001년 세계 최초로 동성혼을 법제화한 네덜란드를 시작으로 덴마크, 캐나다, 미국, 콜롬비아, 스페인 등 유럽과 북미·남미 대부분 국가가 동성결혼을 인정하는 추세다. 특히 아시아의 일본, 대만 등에서도 동성혼 법제화가 진행되고 있다.

인권위에 따르면 변호사, 대학교수 등 인권 전문가들은 “국내 인권 상황이 점점 후퇴하고 있다”며 “특히 성소수자 인권 분야가 가장 많이 후퇴했다”고 봤다. 이들은 인권을 개선할 수 있는 주체로 정부(입법부, 사법부, 행정부), 시민단체와 시민사회를 주로 꼽았다.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소속 한가람 변호사는 “다른 설문조사들을 보면 응답자들이 ‘성소수자는 차별받는 집단이다’라고 생각하면서 동시에 ‘우리 옆집에는 살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답한다는 통계가 있다”며 “그만큼 우리 사회에 성소수자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 2015년 7월 성소수자 관련 내용이 포함된 ‘대전시 성평등 기본조례’가 국내 최초로 시행됐지만 여성가족부가 나서서 성소수자 관련 내용을 빼라고 지시한 일이 있었다. 이에 같은 해 11월 유엔자유권위원회는 한국 사회에 만연한 성소수자 혐오와 편견을 우려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한 변호사는 “국가가 ‘차별금지법’을 지속해서 추진하거나 성소수자 인식 개선을 위한 사회적 캠페인을 진행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 역할을 하지 못하니 국내 성소수자 인권 시계는 거꾸로 가고 있다”면서 “인권위를 포함해 정부가 나서서 정규교육 과정에서 성소수자 인권에 대해 언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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