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실업자 100만명 첫 돌파

지난해 20대 여성실업률 7.6%

외환위기·금융위기 때보다 높아

신규채용 축소·구조조정이 직격탄

 

국내 실업자 수가 처음으로 100만명을 넘어섰다. 특히 청년실업률이 사상 최고를 기록한 가운데 20대 여성실업률 역시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20대 여성실업률은 외환 위기와 금융 위기 때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다.

통계청이 11일 발표한 ‘2016년 연간 고용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실업자는 역대 최대인 101만2000명을 기록했다. 1년 전보다 3만6000명 증가했다. 실업자 통계가 바뀐 2000년 이후 실업자가 100만명을 돌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체 실업률도 3.7%로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10년(3.7%) 이후 최고 수준으로 올랐다.

청년(15~29세)실업률은 1년 만에 역대 최고치인 9.8%를 기록했다. 청년 실업자 수는 43만5000명으로 전체 실업자의 43%에 달했다. 실제로 느끼는 실업률은 더 올라간다. 국제노동기구(ILO) 기준에 따른 ‘체감 실업률’로 보면 청년 실업률은 22%에 달한다.

꽁꽁 얼어붙은 청년 고용시장은 여성에게 더 냉혹하다. 20대 여성실업률은 매년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2016년 12월 7.6%까지 치솟았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12월 20대 여성 실업률은 7.3%였고,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가시지 않은 2009년 12월에는 6.3%를 기록했다. 계속 오르던 20대 여성실업률은 2014년 7.8%까지 올랐다가 1년 뒤 6.9%로 떨어졌지만 다시 7.6%로 급등했다. 여성 실업자 수도 지난해 평균 42만5000명으로 2012년 이후 꾸준히 늘고 있다. 반면, 20대 남성실업률은 1999년 12월 11.2%에서 꾸준히 하락해 2016년 12월 9.3%로 1.9%포인트 떨어졌다.

20대 여성 실업률 증가세의 1차적 원인으로 경기불황에 따른 신규 채용 축소를 들 수 있다. 기획재정부도 올해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하면서 “신규 채용 축소, 구조조정에 따른 인력감축 등으로 청년과 조선업 밀집지역의 실업률이 상승했다”고 해석했다. 실제로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여론조사기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한 ‘2016년 500대 기업 신규 채용계획’ 조사에 따르면 응답 기업 210개사 중 48.6%가 2016년 신입과 경력을 포함한 신규 채용 규모를 전년보다 줄였다. 2015년과 비슷한 기업은 40%, 늘린 기업은 11.4%에 그쳤다.

심각한 취업난 속에서도 20대 여성들에게 허락된 취업문은 특히 좁다. 취업포털 사람인이 기업 407개사를 대상으로 벌인 설문에서 59.5%가 “채용 시 지원자의 성별을 고려한다”고 답했다. 특히 기업 10곳 중 7곳(69.8%)은 채용에서 남성이 유리할 때가 많다고 응답했다. 기왕이면 여성보단 남성을 채용하겠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경제 심리가 위축된 올해에 더 큰 고용 한파가 밀어닥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을 2.6%로 제시했다. 정부가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 아래로 발표한 것은 1999년 이후 처음이다. 게다가 조선업과 건설업에서 구조조정이 예고돼 있고, 금융권에서도 희망퇴직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가 9번에 걸쳐 청년실업 대책을 쏟아냈지만 청년 여성에 특화된 고용 정책은 거의 전무하다는 점도 문제다.

윤자영 충남대 경제학과 조교수는 한국노동연구원의 ‘2016 여성 노동시장 평가 보고서’에서 “2016년 여성 고용률은 50.2%로 전년 대비 증가했지만 정부가 고용률 70% 로드맵에서 제시한 여성 고용률 10% 제고에 턱없이 못 미치는 수준”이라며 “여성 취업자수 증가세는 둔화하고 있어 2017년 여성 고용률 전망도 밝지 않다”고 내다봤다. 윤 교수는 이어 “향후 출산 육아기 여성의 경력단절 예방과 고용률 제고, 청년여성의 일자리의 질, 산업 구조적인 측면에서 여성 인력의 잠재적 수요 확대를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세울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실업자란?

국제노동기구(ILO)는 실업자에 대해 △일을 하지 않았고 △일이 주어지면 일을 할 수 있고 △지난 4주간 적극적인 구직활동을 한 사람으로 정의한다. 일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모두 실업자는 아니라는 얘기다. 아무런 구직활동도 하지 않고 막연히 쉰 사람이라면 경제활동인구조사에서는 실업자로 파악되지 않는다. 취업을 준비하는 이른바 ‘취준생’이나, 아르바이트 하는 사람, 은퇴 후 쉬고 있는 사람은 주관적으로 자신을 실업자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국제기준에 따른 실업자 요건 3가지를 갖추지 못해 실업자에 포함하진 않는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