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세월호 7시간 답변서 

새로운 사실 없이 ‘짜깁기’

“‘원칙과 신뢰’는 허구에 불과…

다음 대선 후보의 자질·능력

철저히 검증해야”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심판 대리인단이 지난 10일 헌법재판소에 세월호 참사 당일 대통령의 행적을 담은 답변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답변서는 세월호 7시간 행적을 분명히 밝히지 못하면서 오히려 의혹을 키웠다. 국회 탄핵 소추 위원단인 이춘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새로운 사실은 전혀 없고 기존의 운영위원회, 감사원, 세월호 특조위에 제출한 내용을 짜깁기한 수준에 불과하다”고 맹비난했다.

답변서대로라면 박 대통령은 오전 10시에 처음 상황을 보고받고, 오후 3시에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가기로 결정할 때까지 관저에서 한 일은 8차례 전화 통화를 하고 보고서를 검토한 것뿐이다. 무엇을 하다가 보고서를 받았는지 구체적인 상황 설명도 없다. 오죽하면 헌재가 앞뒤가 안 맞는 부실 자료를 질책하고 ‘내용이 부실하다’며 보완을 요구했겠는가. 이진성 헌법 재판관은 “답변서의 상당 부분은 박 대통령 측이 주장하는 그날의 보고·지시 내용인데, 현재가 요구한 것은 박 대통령이 기억을 살려 당일의 행적을 밝히라는 것”이라고 했다. 헌재는 박 대통령이 사고를 최초로 인지한 시점과 세월호 당일 오전 10시 이전 행적을 밝히고 김장수 국가 안보 실장과 통화한 기록을 제출하라고 했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묻는다. 지금도 세월호 당일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최선을 다해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다 취했다고 생각하는가. 300명이 넘는 귀한 생명의 구조가 촌각을 다투던 때 “공식 일정이 없고 신체 컨디션도 좋지 않아 관저에 있었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정상적이라면 이런 다급한 상황에서는 관저에서 총알같이 튀어나와 청와대 위기관리 상황실로 가서 NSC 회의를 소집하는 등 대통령으로서 성실한 직책을 수행할 의무를 다했어야 했다. 그래야만 구조의 골든타임을 허비하지 않고 적절한 대응할 수 있었을 것이다.

구조가 촌각을 다투던 때 청와대 관저로 미용사를 불러 머리 손질을 할 생각을 했다는 것이 과연 제정신인가. 수차례 기회를 주었는데 세월호 7시간을 명백히 밝히지 못하는 것은 사고 당일 박 대통령이 납득할 수 없는 비정상적인 일을 했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다. 대통령은 국가적 재난과 위기상황에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할 의무가 있다. 분명 대통령은 헌법 제10조에 규정된 생명권 보장 조항을 철저하게 위배했다.

국회의 대통령 탄핵 소추안 전문을 다시 읽어 보았다. 거기에는 “이른바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당일 오전 8시 52분 소방본부에 최초 사고접수가 된 시점부터 당일 오전 10시 31분 세월호가 침몰하기까지 약 1시간 반 동안 국가적 재난과 위기상황을 수습해야 할 박근혜 대통령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침몰 이후 한참이 지난 오후 5시 15분경에야 대통령은 재난 안전 대책 본부에 나타나 ‘구명조끼를 학생들은 입었다고 하는데 그렇게 발견하기가 힘듭니까?’라고 말하여 전혀 상황파악을 하지 못하였음을 스스로 보여 주었다”고 적혀있다.

박 대통령의 답변서를 보면 “온 국민이 가슴 아파하고 눈물 흘리는 그 순간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는 최고 결정권자로서 세월호 참사의 경위나 피해 상황, 피해 규모, 구조 진행 상황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것이 확인됐다. 헌재가 탄핵 심판을 서둘러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단언컨대, 박 대통령은 대통령으로서의 자격이 없다. 지금 당장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할 사람이 대통령 신분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대한민국의 비극이고 국민의 불행이다. 박 대통령이 세월호 당일 보여줬던 비정상적이고 해괴한 행적을 보면서 국민 모두가 느낀 것은 다음 대통령은 정말 잘 뽑아야 한다는 것이다. 앞으로 나라의 운명, 나아가 민족의 운명이 새 대통령에게 달려 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그동안 ‘원칙과 신뢰’라는 말을 입에 달고 다녔다. 이것이 얼마나 허구였던가. 국민은 철저하게 속았다. 조기에 대선이 치러지더라도 대선 후보들이 국가를 운영하는 자질과 능력을 갖고 있는지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 대통령을 막 뽑으면 ‘박근혜 망령’이 또 다시 살아날 수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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