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여년간 치매노인 미술치료로

노인복지와 권익신장에 힘써

“이제는 어르신들과 함께 늙어가

나이 들수록 애정 더 짙어져”

 

신현옥 치매미술치료협회 회장은 30여년간 치매노인 미술치료를 통해 노인복지와 권익신장에 힘써온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해 국민추천포상으로 대통령표창을 받았다. ⓒ홍지수 기자
신현옥 치매미술치료협회 회장은 30여년간 치매노인 미술치료를 통해 노인복지와 권익신장에 힘써온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해 국민추천포상으로 대통령표창을 받았다. ⓒ홍지수 기자

“이런 날이면 돌아가신 어르신들과 그림을 그리며 함께 했던 시간들이 스쳐 지나갑니다. 그분들과 20여년 넘게 같이 시간을 보내왔기에 무척 그리워져요.”

수 십 년 동안 치매 노인들을 위해 봉사의 길을 걸어온 신현옥(64) 치매미술치료협회 회장은 국민추천포상으로 대통령표창을 받은 후 이 같은 소감을 전했다.

행정자치부는 지난해 12월 2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대회의실에서 ‘제6회 국민추천포상 수여식’을 가졌다. 국민추천포상은 사회 곳곳에서 헌신한 공로자를 국민이 직접 발굴해 추천하고 정부가 격려하는 국민 참여형 포상제도다. 후보자 488명 가운데 위원회 심사를 거쳐 국민훈장 6명과 국민포장 10명, 대통령포창 15명, 국무총리표창 14명, 행자부장관표창 31명 등 수상자 76명을 선정했다.

그 가운데 ‘치매미술치료 교육의 선구자’라는 평가와 함께 대통령포창을 받은 신현옥(64) 치매미술치료협회 회장을 만났다. 신 회장은 30여년간 치매노인 미술치료를 통해 노인복지와 권익신장에 힘써온 공로를 인정받았다. 신 회장은 “짧은 기간이었음에도 900여명의 어르신들이 저를 추천하고 서명을 해주신 덕분에 상을 받게 됐다. 그 분들께 받은 사랑을 생각하면 앞으로 어르신들께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뿐”이라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미술을 전공한 신 회장은 “치매를 앓다 돌아가신 시어머니를 돌보다가 미술치료에 관심을 갖고 봉사한 것을 계기”로 미술치료 봉사활동의 길에 들어섰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는 본인이 어르신들과 함께 늙어가고 있다며 보호받아야 할 나이가 되고 보니 그분들에 대한 애정이 더 짙어진다고 말했다.

“그림으로 어르신들의 치매 치료를 도우면서 그분들과 함께 해온 세월을 생각하면 만감이 교차해요. 그 시간 속에서 이뤄지는 교감은 하루아침에 쌓이는 게 아니기 때문에 굉장히 소중하고, 이렇게 상을 받는 날이면 돌아가신 어르신들이 그리워집니다.”

지난해에는 사비를 들여 작은 공간에 ‘건강미술 역사박물관’을 지었다. 그동안 미술치료를 통해 노인 분들이 그린 그림을 기록하고 보관하기 위해서다. 현재 미술치료협회원으로 활동 중인 50여명의 지도교사와 함께 어르신들의 그림을 기록으로 남겨 역사로 간직하고 있다.

어르신들과의 미술활동으로 느림의 미학을 배운다는 신 회장은 “앞으로도 노인들의 복지와 행복을 위해 끝까지 함께 할 것”이라고 말했다. 2천원이 없어 복지관도 가지 못하는 어르신들을 위해 봉사활동을 시작해 지금까지 무료로 봉사활동을 해오고 있다. 매주 1회 수원 ‘평화의 모후원’과 용인의 ‘영보정신요양원’, 화성의 ‘누이제이집’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신 회장은 매주 자신을 기다리는 어르신들을 생각하면 다른 일을 생각할 수가 없다고 했다.

“수상소식을 듣고 찾아와 휘어진 손가락으로 구겨진 돈을 건네주시는 따뜻한 손길을 잊을 수 없어요. 정으로 가득 찬 그분들의 사랑이 제가 존재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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