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계 여성 대표성 부족이 여성 시각 부족으로 이어져

외적 평가에 치우친 여성 정치인 보도 중단해야 할 때

 

여성 후보나 정치인의 외모에 초점을 맞추는 미디어의 변화를 요구하는 여성미디어센터의 ‘네임 잇, 체인지 잇(Name It, Change It)’ 캠페인. ⓒWomen's Media Center
여성 후보나 정치인의 외모에 초점을 맞추는 미디어의 변화를 요구하는 여성미디어센터의 ‘네임 잇, 체인지 잇(Name It, Change It)’ 캠페인. ⓒWomen's Media Center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식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선거운동 기간 동안 성차별과 성희롱 발언으로 수 차례 물의를 일으켰던 그가 예상을 뒤엎고 당선에 성공한 결과를 놓고 일부에서는 미디어의 여성에 대한 보도 태도를 원인 중 하나로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미즈 블로그는 ‘트럼프 시대 미디어의 여성 문제’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언론사 고위 편집진들은 트럼프의 당선을 도운 백인 남성 유권자의 문제를 간과한 사실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면서 주요 여성 인물을 다루는 미디어의 방식과 문제점을 분석했다.

우선 가장 큰 문제는 미디어 전반에서 여성에 대한 대표성 부족이다. 기사를 쓰는 여성들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여성에 대한 언급 자체도 부족하다. 여성미디어센터가 2016년 대선기간 동안 미디어를 분석한 보고서에 따르면 인쇄매체 정치 뉴스 작성자 중 남성의 비율은 65%로 약 3분의 2를 차지한다. 신문과 TV, 인터넷을 포함한 전체 언론을 대상으로 해도 남성 비율은 62%에 달한다.

방송 상황은 더욱 비관적이다. TV뉴스의 경우 앵커와 초대 손님 모두 남성들의 독무대다. 예컨대 정책을 다루는 방송은 여성 초대 손님 비율은 22%에 불과했다. ‘코멘테이터’라 불리는 평론가의 경우 MSNBC에서는 29%, CNN에선 37%만이 여성이었다. 이 같은 여성의 목소리 부족은 결국 여성유권자와 여성문제에 대한 시각 부족이란 결과를 야기한다. 마이너리티 여성들의 경우는 최악이라 할 수 있다. 2014년 통계를 기준으로 언론사 직원 중 흑인, 히스패닉, 아시아 여성의 비율은 3%에도 미치지 못한다.

다음 문제는 언론에서 남성과 여성을 다루는 시각의 차이다. 여성에 대한 기사는 그들의 의상이나 나이, 외모, 행동방식 등 외적인 부분에 치우쳐 있다는 것이다. 미셸 오바마가 첫 흑인 영부인으로 백악관에 입성했을 때 언론이 관심을 가진 것은 그의 근육질 팔이었다. 그의 모습이 패션 아이콘으로 받아들여질지 그리고 영부인으로서의 품위를 따를 것인가 등 인종 및 여성비하 기사들이 넘쳐났다.

미국 최초의 주요 정당 대선 후보로 경쟁했던 힐러리 클린턴도 다르지 않다. 그의 몸매, 얼굴, 목소리, 헤어스타일, 바지정장 등이 주요 뉴스거리가 되며 그의 캐릭터를 만들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이번에는 그의 나이가 표적이 됐다. 칼리 피오리나나 힐러리 클린턴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의 외모비하 발언 또한 이런 맥락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측근인 부인 멜라니아나 딸 이반카도 언론의 이런 보도 태도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이처럼 미디어는 여성과 소수자에 대해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런데도 여성의 대표성은 극히 낮은 수준이다. 여성 혐오를 일삼던 도널드 트럼프의 시대를 앞둔 언론은 이제 다시 언론의 사명을 깨닫고 여성이나 소수자를 비하하는 태도를 멈추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