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설리, 초등생 걸그룹 ‘프리티’… 미디어서 문화로 소비되는 ‘로리타 콤플렉스’
배우 설리, 초등생 걸그룹 ‘프리티’… 미디어서 문화로 소비되는 ‘로리타 콤플렉스’
  • 강푸름 여성신문 기자
  • 승인 2017.01.11 16:12
  • 수정 2017-01-14 18: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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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티’, 노출 있는 옷에 선정적 안무

배우 설리, 멍한 표정에 반쯤 벌린 입

로타 작가 촬영 사진으로 ‘로리타’ 논란 확산

 

키즈 걸그룹 ‘프리티’는 짧은 치마를 입고 무대서 성인 걸그룹의 안무를 춰 SNS상에서 ‘로리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유튜브 영상 캡처
키즈 걸그룹 ‘프리티’는 짧은 치마를 입고 무대서 성인 걸그룹의 안무를 춰 SNS상에서 ‘로리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유튜브 영상 캡처

대학생 김가연(22·가명)씨는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둘러보다가 키즈 걸그룹 ‘프리티’ 영상을 보고 깜짝 놀랐다. 초등학생 걸그룹이 존재한다는 것 자체도 충격이었지만, 중학생도 채 되지 않은 아이들이 짧은 치마를 입고 무대서 성인 안무를 춘다는 사실에 김씨는 “당황스러웠다”며 “좀 심각하게 말하면 아동학대 같다”고도 말했다.

2015년에 데뷔한 ‘프리티’는 현재 김소정(13), 변윤지(11), 최지우(11), 정사랑(정보 없음)으로 구성돼있다. “걸그룹 열풍이라지만, 초등학생 아이들로 된 걸그룹이 나올 줄은 상상도 못했어요. 고작 11살, 12살 된 아이들에게 노출 있는 옷을 입히고 성인 안무를 추게 하다니요…. 아무리 본인들이 원하는 일이라 했더라도 이건 초등학생 성 상품화 아닌가요.” 김씨의 말이다.

특히 걸그룹 블랙핑크의 ‘붐바야’ 커버댄스는 초등학생이 추기에는 지나치게 선정적이라는 지적이다. 한 누리꾼은 “초등학생에게 섹시댄스 추게 하고 다리 다 드러내는 치마 입히다니, 프리티가 아니라 크리피(creepy·오싹한, 소름끼치는)하다”고 꼬집었다.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에는 ‘프리티 직캠’이란 제목의 동영상이 다수 올라와있다. 영상 댓글에는 “OO가 제일 이쁜 것 같다” “긴 머리는 삐쩍 말라서 동작도, 춤선도 안 좋고 단발이 조금 더 나은 듯” 등의 평가가 담긴 반응도 달린다.

로리타 컨셉을 확산시키는 미디어를 비판하기 위해 만들어진 SNS 계정 ‘로리타 버스터즈’는 “영상 댓글에 ‘몇 번째 애 팬티 보인다, 못생겼다, 치마 야하다’”등의 성희롱과 품평이 난무한다며 “이건 (명백한) 아동학대”라고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본인들이 하고 싶은 일을 어린 나이에 일찍 시작한 것뿐인데 왜 이렇게 예민하게 구느냐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허민숙 이화여대 한국여성연구원 연구교수는 이에 대해 “그들은 사회를 잘 들여다보지 못하는 사람들”이라고 짚었다. 허 교수는 “현대 자본주의사회에서 욕망은 대개 부추겨진다. 예를 들어 TV에 나오는 맛집 프로그램을 보지 않았다면 우린 그 식당을 가보지 않았을 것이고, 해당 음식을 궁금해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욕망은 개인의 내부에서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외부의 자극에 의해 발현된다고 말했다. 

허 교수는 자신의 적성과 꿈을 정할 때에도 많은 이들은 “다른 사람들이 부러워할 것 같다” “선망의 대상이 되고 싶다”는 욕구를 내재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아직 덜 성장한 청소년기의 아이들은 특히 외부 환경에 좌지우지될 가능성이 높다. 허 교수는 “다양한 경험을 통해 삶의 방식을 배워나가고 보호의 대상이 되어야 할 아이들에게 ‘(어린 나이에 노출 있는 옷을 입고 성인 걸그룹의 춤을 추는 것은) 네가 원해서 한 일이잖아’라며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매우 무책임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한 누리꾼은 “최근 한국 대중미디어를 ‘로리화’라고 표현하는 것은 이런 사례를 보고 말하는 것”이라며 “설령 저 아이들이 (저런 옷을 입고 저런 춤을 추기를) 원했다고 하더라도 아동을 성적으로 소비하는 행위는 중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학생 백한결(23)씨는 “어린 아이들에게 성인 걸그룹 컨셉을 대입해 성적으로 어필하게 만드는 것은 엄연히 문제”라며 “일본에서도 어린 아이들을 성인처럼 꾸미거나 수영복을 입혀 화보를 찍어 소아성도착증으로 문제가 됐는데 우리나라도 그 수순을 밟아나가는 것 아닌가 걱정된다”고 지적했다.

 

설리는 지난 8일 인스타그램에 사진작가 로타와 작업한 사진을 올리며 또다시 ‘로리타’ 논란에 휩싸였다. 사진 속 설리는 속옷 차림으로 침대에 누워 멍하니 카메라를 바라보고 있다. ⓒ설리 인스타 캡처
설리는 지난 8일 인스타그램에 사진작가 로타와 작업한 사진을 올리며 또다시 ‘로리타’ 논란에 휩싸였다. 사진 속 설리는 속옷 차림으로 침대에 누워 멍하니 카메라를 바라보고 있다. ⓒ설리 인스타 캡처

최근 배우 설리는 인스타그램에 로타(Rotta, 최원석)와 작업한 사진을 올려 또다시 ‘로리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미소녀 전문 사진작가’로 유명한 로타는 남성중심 시각에서 여성을 성적 대상화 한다는 비판을 꾸준히 받아왔다. 로타가 연출하는 여성은 대개 입을 반쯤 벌리고 멍한 표정을 짓고 있다. 뽀얀 피부 표현과 힘 없이 늘어뜨린 팔다리는 여성의 주체성을 지워 왜곡된 ‘소녀성’을 강조한다는 지적이다.

설리는 이 같은 콘셉트를 고수하는 로타와 수차례 사진촬영을 진행하며 ‘로리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최근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진에서도 설리는 여전히 순종적이고 수동적인 여성을 재현한다. 속옷 차림으로 침대에 누워 초점 없는 눈으로 카메라를 바라보는 모습에서 여성의 자아는 찾아볼 수 없다. 사진을 본 누리꾼들은 “소아성애 판타지를 충족시키기 위해 찍은 사진 같다” “‘순수한 소녀’라는 허구의 이미지를 고착화한다” “여성은 순수하고 아무것도 몰라야 하지만 성적으로는 은밀하게 어필을 해 남성의 환상을 만족시켜줘야 한다는 일그러진 판타지를 생산해낸다“고 비판했다.  

허 교수는 이를 “나이 어리고 순종하고 기대고 의지하고 몸매 가꾸는 여자를 칭찬하며 우상시하는 한국사회”에서 비롯된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러한 문화가 없었다면 설리는 ‘왜곡된 여성상을 가지고 있다’는 비판을 더 많이 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 설리는 오히려 칭찬이나 숭배의 말을 듣고 있는데 이는 우리 사회에 건강한 문화적 기반이 매우 빈약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허 교수는 ‘로리타’가 확산되는 것은 “여성의 사회·경제·문화적 지위가 낮은 것이 근원적인 이유”라며 “특히 우리사회는 나이 어린 여성을 함부로 대해도 된다는 인식이 여전히 만연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여성이 사회에 진출해서 성공하고 활약할 수 있는 여건이 너무 척박하기 때문에 여성 지위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특히 그는 “사회제도가 평등해져 여성에게도 기회가 고르게 주어진다면 여성 기업인, 경영인, 정치인들이 대거 등장할 수 있을 것이고, 여성은 남성과 동등한 존재라는 인식이 생길 것”이라며 “인식이 개선되면 사회구조도 동시에 변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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