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조연상 유색인종 다수 포함… 다양한 여성 이야기도

최다 수상 ‘라라랜드’... 퀴어영화 첫 작품상 ‘문라이트’

여성 수학자부터 로비스트까지 여성 영화 선전

 

이번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직설적인 수상소감으로 화제의 주인공이 된 공로상 수상자 메릴 스트립. ⓒHFPA
이번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직설적인 수상소감으로 화제의 주인공이 된 공로상 수상자 메릴 스트립. ⓒHFPA

지난 해 아카데미 시상식은 ‘오스카는 너무 하얗다(#OscarsSoWhite)’라는 해시태그가 유행할 정도로 전 세계로부터 ‘백인들만의 잔치’라는 거센 비판을 받았다. 그로부터 약 1년 후 미국 양대 영화상의 또 다른 축인 골든글로브 시상식이 이를 보기 좋게 뒤집은 결과로 화제를 모았다. ‘역사상 가장 다양성 있는 영화상 시상식’이라는 평가 속에 막을 내린 제74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의 이모저모를 살펴본다.

현재 미국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평단의 호평과 대중적인 흥행 모두 성공한 뮤지컬 영화 ‘라라랜드’는 이번 시상식의 주인공이었다. 뮤지컬・코미디영화부문 작품상과 감독상, 남녀주연상, 각본상, 주제가상, 음악상 등 주요 7개 부문을 차지하며 골든글로브 역사상 최다 수상 작품이라는 새로운 기록을 세웠다.

드라마부문에선 6개 부문 후보에 올랐던 ‘문라이트’가 작품상을 수상했다. 게이 청년의 성장기를 다룬 이 영화는 퀴어영화 최초의 작품상 수상이라는 역사를 새로 썼다.

올해 골든글로브는 남녀주조연상 후보 30명에 흑인, 아시아계 등 비백인 배우가 6명이 포함되며 2년 연속 ‘너무 하얀’ 시상식으로 비판을 받았던 아카데미에 강력한 메시지를 전했다. ‘펜시스’의 댄젤 워싱턴과 비올라 데이비스, ‘문라이트’의 마허샬라 알리, ‘히든 피겨스’ 옥타비아 스펜서, ‘문라이트’의 나오미 해리스 등 흑인 배우 외에도 인도계 영국인인 ‘라이온’의 데브 파텔 등이 그 주인공들이다. 뿐만 아니라 흑인 동성애를 다룬 ‘문라이트’, 백인과 비백인간 출산금지법에 저항했던 부부의 실화인 ‘러빙’ 등 주제 면에서도 다양성이 돋보였다.

 

여성 영화부문 주조연상 후보 15명과 수상자의 모습. 맨 윗줄이 드라마 부문 여우주연상, 두번째 줄이 뮤지컬 코미디 부문 여우주연상, 마지막 줄이ㅣ 여우조연상 후보이며 각 줄 첫번째가 수상자. ⓒgoldenglobes.com
여성 영화부문 주조연상 후보 15명과 수상자의 모습. 맨 윗줄이 드라마 부문 여우주연상, 두번째 줄이 뮤지컬 코미디 부문 여우주연상, 마지막 줄이ㅣ 여우조연상 후보이며 각 줄 첫번째가 수상자. ⓒgoldenglobes.com

다양한 여성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들도 여러 부문에서 후보에 올랐다. 음치에 가까운 실력에도 오페라 가수를 꿈꾸며 자비로 카네기홀 무대에 선 여성의 실화를 그린 ‘플로렌스 포스터 젠킨스’, 아들은 파격적인 방법으로 키우는 히피 엄마의 이야기 ‘20세기 여자’, 아폴로 11호가 달에 착륙했던 1960년대 우주 탐사에 기여했지만 알려지지 않았던 흑인 여성 수학자들을 그린 ‘히든 피겨즈’, 워싱턴의 여성 로비스트를 다룬 ‘미스 슬로운’ 등이다.

하지만 이런 변화에도 불구하고 카메라 뒤에 선 여성들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골든글로브 74년 역사 중 여성이 감독상을 받은 것은 1984년 ‘옌틀’의 바바라 스트라이샌드가 유일하며 단 7명의 여성 각본가만이 수상자에 이름을 올렸다.

이번 시상식의 하이라이트는 평생 공로상 '세실 B. 드밀 상’을 받은 메릴 스트립의 수상소감이었다. 그는 “올해 많은 성과가 있었지만 단 한 가지 사건에 마음이 상했는데 바로 가장 존경받는 자리에 앉고자 하는 한 사람이 장애인 기자를 흉내 냈던 순간”이라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과거 부적절한 행동을 비난하는 등 정치적 발언으로 화제를 모았다.

‘블래키쉬(Black-ish)’로 TV코미디 부문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트레이시 엘리스 로스는 이 부문에서 1983년 이후 34년만의 흑인 수상자로 “이 상은 유색인종 여성 모두, 그리고 가치 있고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는 이야기와 아이디어, 생각을 가지고 있는 유색인종 여러분에게 바친다”며 감동적인 수상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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