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멀티플렉스 영화관 매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다. 평소 영화관에서 팝콘을 거의 사먹지 않는 나와는 달리, 비싼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많은 소비자들이 매점에 들러 팝콘 등 간식거리를 사는 것을 보고 놀랐다. 보통 영화관 내 매점에서 파는 팝콘 라지(L) 사이즈가 5000원, 미디엄(M) 사이즈의 경우 4500원이다. 필자가 아르바이트할 당시 팝콘을 직접 튀겨보았는데 팝콘 L 사이즈는 옥수수 한주먹도 안 되는 양이 튀겨져서 만들어진다. 핫도그나 나쵸 단품도 4000~5000원 정도하는데 품질과 양에 비해 터무니없이 비싸다. 보통 소비자들은 구매할 때 세트로 묶인 콤보를 더 선호하는데 이는 7000원에서 1만원 수준의 영화 관람 가격과 동일한 수준이거나 오히려 더 비싼 가격이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격이 되어버렸다.

실제로 한국 소비자단체협의회가 극장에서 파는 팝콘의 원가를 분석한 결과, 팝콘 기본 맛의 L 사이즈 원가는 613원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판매가의 1/9 수준으로 실제로 영화관이 지나치게 높은 가격으로 팝콘을 판매하면서 폭리를 취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이러한 문제는 과거에도 여러 번 지적됐다. 그러나 기업들은 오히려 기존의 고소한 맛 뿐만 아니라 달콤한 맛, 치즈맛 등의 유명 쉐프가 개발한 프리미엄 맛이라며 소비자들을 더욱 현혹시키는 마케팅을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 측은 가격 담합 의혹을 제기한다. 협의회가 3대 대형 영화관 매점에서 파는 개별 상품들을 조사해본 결과, 개별 상품의 가격이 모두 동일하기 때문이다. 영화관의 위치에 따라 원가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는데도 가격이 모두 같다는 것은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절묘하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 측은 멀티플렉스 세 곳 모두 시장 지배적 기업들이 지위를 남용해 가격을 높게 형성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해당 멀티플렉스 세 곳은 전국 극장에서 82%를 차지하고 있다.

필자와 같은 대부분의 학생들은 영화관 내 매점의 팝콘이 지나치게 비싸다는 것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물론 원가보다 비싸게 판매되는 것은 당연한 사실이지만, 영화 관람 가격과 동일한 수준의 팝콘 가격은 개선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정보통신과 미디어의 발달로 소비자가 직접 영화관에 가지 않아도 훨씬 저렴한 가격에 영화를 다운받아 보거나 스트리밍 영화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하향세를 타고 있는 영화관 사업에서 살아남으려면 소비자를 외면하지 말고 더 고민하고 귀를 기울여야 하겠다. 소비자들이 계속 불합리한 가격이라고 생각한다면 영화관 사업은 더욱 하향세를 타게 될 것이다. 지금 당장의 수익보다는 고객가치를 제공할 줄 아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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