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WAVE, 8일 서울 강남역 10번출구

임신중단 전면 합법화 시위  

“내 자궁에 전세냈냐!”

 

BWAVE(Black Wave·임신중단 전면 합법화 시위를 벌이는 여성 모임)가 주최한 시위에 참가한 여성이 피켓을 들고 있다.
BWAVE(Black Wave·임신중단 전면 합법화 시위를 벌이는 여성 모임)가 주최한 시위에 참가한 여성이 피켓을 들고 있다.
 

 

8일 오후 강남역 10번출구에서 열린  ‘임신중단 전면 합법화 시위’에 참여한 90여명의 여성들은 낙태죄 처벌 전면 폐지를 촉구했다.
8일 오후 강남역 10번출구에서 열린 ‘임신중단 전면 합법화 시위’에 참여한 90여명의 여성들은 낙태죄 처벌 전면 폐지를 촉구했다.

“마이 바디 마이 초이스. 낙태자유 보장하라 자궁까지 검열하냐. 세포 동정하지 말고 여성인권 신경써라!” 8일 오후 서울 강남역 10번출구에 모인 90여명의 여성들은 한목소리로 외쳤다.

이날 BWAVE(Black Wave, 임신중단 전면 합법화 시위를 벌이는 여성 모임)가 주최한 시위에 참여한 여성들은 “여성인권 보장하고 임신중단을 합법화하라”며 낙태죄 처벌 전면 폐지를 촉구했다. 

시위에 참가하기 위해 강원도에서 올라왔다는 엄소현(19)씨는 국가에 배신감이 들었다고 했다. “낙태죄 처벌부터 출산지도까지…. 여자에겐 조국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화가 정말 많이 났습니다. 임신중단에 대한 자유, 내 몸에 대한 결정권을 내가 가질 수 없다는 건 말이 안 돼요. 임신중단 합법화는 당연히 이뤄져야 하는 일이에요.”

시위 참가자들은 남성중심 시각에서 여성의 몸을 바라보고 통제·관리하려드는 정부를 향해 항의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들은 “여자는 기계가 아니다. 정부가 하는 배아폐기, 여성이 하면 낙태범죄. 여성인권 덮어놓고 출생률 통제말라”고 외치며 국가에 대한 울분을 드러냈다.

 

‘임신중단 전면 합법화 시위’에 참여한 여성이 피켓을 들고 있다.
‘임신중단 전면 합법화 시위’에 참여한 여성이 피켓을 들고 있다.

 

BWAVE 관계자 중 한 명은 방사능 방호복을 입고 시위에 참여했다. 그는 “낙태가 불법인 한국에서 섹스는 방사능보다 위험하다”고 말했다.
BWAVE 관계자 중 한 명은 방사능 방호복을 입고 시위에 참여했다. 그는 “낙태가 불법인 한국에서 섹스는 방사능보다 위험하다”고 말했다.

이들은 정부가 임신중단을 합법화할 때까지 “섹스를 하지 않겠다”며 ‘노섹스’를 선언하기도 했다. 여성들은 “우리는 섹스를 중단한다. 우리는 연애를 중단한다. 인권없는 연애따윈 중단한다. 미쳤다고 결혼하냐 여권없는 대한민국. 노라이트 노섹스. 여성인권 없는 나라 비출산으로 망해라. 여자들만 조지는 멍청한 인구정책”이라며 몸에 대한 권리는 앗아간 채 여성에게 임신·출산의 책임을 지우려는 정부에 비판을 가했다.

이날 BWAVE 관계자 중 한 명은 방사능 방호복을 입고 시위에 참여했다. 그는 “낙태가 불법인 한국에서 섹스는 방사능보다 위험하다”며 “임신중단에 대한 권리를 갖지 못한 상태에서 임신 계획이 없는 여성이 임신을 하게 될 경우 감당해야 할 공포와 두려움은 방사능보다 크다는 것을 나타내기 위해 방호복을 입었다”고 설명했다.

이날 시위에선 임신에 대한 진실을 이야기하는 시간도 가졌다. 임신 중 신체와 호르몬 변화로 인한 산전우울증, 출산 후 겪는 산후우울증, 출산 후 최대 8주간 나타나는 질 분비물 ‘오로’, 출산 시 회음부 절개, 회음부 절개로 인해 질과 항문사이 근육파열로 발생하는 직장질루 등 다양한 질병이 발생한다는 사실이 논의됐다.

시위 참석자들은 구호문을 통해 “임신하고 생긴 튼살, 임신하면 복근파열” “질 찢어서 애 낳는 거 알려줬냐(알려준 적 있냐)” “임신 어려움 왜 숨겼냐” “모성애로 덮어놓고 낳으라고 사기쳤다”고 비판했다.

 

일러스트레이터 씨냉 작품. ⓒ씨냉
일러스트레이터 씨냉 작품. ⓒ씨냉

 

‘임신중단 전면 합법화 시위’에 참여한 여성이 피켓을 들고 있다.
‘임신중단 전면 합법화 시위’에 참여한 여성이 피켓을 들고 있다.

이들은 일명 ‘낙태 동영상’도 조작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BWAVE는 “성교육 시간에 상영하는 낙태 동영상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태아가 의료 기구를 통해 도망 다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영상은 의학계로부터 강한 비판을 받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의사들은 이 영상이 기술적 조작이라고 말한다”며 “신경과 전문의에 다르면 임신 3기(24~36주차)가 되기 전까지는 뇌에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을 정도로 척수가 발달하지 않아 고통을 느낄 수 없다”고 짚었다. 또 “대부분의 낙태는 12주 내에 이뤄지므로 영상에서 태아가 움직이는 것은 단순한 조건반사에 지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구호문을 통해 “낙태할 때 태아도망 말이 되냐. 전문가도 비판했다 얼척없는 낙태영상. 쥐똥만한 세포는 고통도 못 느낀다”며 비판했다.

현재 세계보건기구(WHO)는 안전하고 합법적인 임신중절을 여성이 가져야 할 근본적 권리로 여기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 회원국 중 23개국이 사회경제적 이유로 인한 낙태를 허용하고 있다.

시위 참가자들은 “여성은 자궁이 아니라 사람”이라며 “여성들이 더 이상 원치 않는 임신으로 고통 받지 않도록, 국가가 더 이상 여성을 인구 정책의 도구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싸워나갈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낙태죄 논쟁은 지난해 9월 보건복지부가 ‘의료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하면서 시작됐다. 복지부는 의료법 개정을 통해 인공임신중절을 ‘비도덕적 진료행위’로 규정하며 이를 시술한 의사에 대한 처벌 기준을 1개월에서 최대 12개월까지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BWAVE는 “보건복지부가 당시 내놓은 개정안은 임신·출산에 대한 여성의 결정권을 더욱 심하게 억압할 것”이라며 “임신중단 전면 합법화를 위해 앞으로도 꾸준히 시위와 서명운동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강남역 10번출구에 붙어있는 ‘임신중단 전면 합법화 시위’ 관련 포스트잇.
강남역 10번출구에 붙어있는 ‘임신중단 전면 합법화 시위’ 관련 포스트잇.

 

강남역 10번출구에 붙어있는 ‘임신중단 전면 합법화 시위’ 관련 포스트잇.
강남역 10번출구에 붙어있는 ‘임신중단 전면 합법화 시위’ 관련 포스트잇.

 

강남역 10번출구에 붙어있는 ‘임신중단 전면 합법화 시위’ 관련 포스트잇.
강남역 10번출구에 붙어있는 ‘임신중단 전면 합법화 시위’ 관련 포스트잇.

 

강남역 10번출구에 붙어있는 ‘임신중단 전면 합법화 시위’ 관련 포스트잇.
강남역 10번출구에 붙어있는 ‘임신중단 전면 합법화 시위’ 관련 포스트잇.

 

강남역 10번출구에 붙어있는 ‘임신중단 전면 합법화 시위’ 관련 포스트잇.
강남역 10번출구에 붙어있는 ‘임신중단 전면 합법화 시위’ 관련 포스트잇.

 

‘임신중단 전면 합법화 시위’에 참여한 여성이 피켓을 들고 있다.
‘임신중단 전면 합법화 시위’에 참여한 여성이 피켓을 들고 있다.

 

‘임신중단 전면 합법화 시위’에 참여한 여성이 피켓을 들고 있다.
‘임신중단 전면 합법화 시위’에 참여한 여성이 피켓을 들고 있다.

 

BWAVE에서 준비한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 임신합병증’ 관련 피켓. ⓒ강푸름 기자
BWAVE에서 준비한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 임신합병증’ 관련 피켓. ⓒ강푸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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