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직비디오서 속옷차림 여성 전시

성적 대상화·성 상품화 논란

여성혐오 인정하고 사과

“영상 속 해당 장면 삭제할 것”

 

여성혐오 및 성상품화로 문제가 된 라비의   ‘BOMB’ 뮤직비디오 장면. ⓒ'BOMB' 뮤직비디오 유튜브 영상
여성혐오 및 성상품화로 문제가 된 라비의 ‘BOMB’ 뮤직비디오 장면. ⓒ'BOMB' 뮤직비디오 유튜브 영상

보이그룹 빅스 라비가 솔로 데뷔곡 ‘BOMB’ 뮤직비디오 속 여성혐오에 공식 사과했다.

라비는 9일 0시 음원사이트를 통해 첫 솔로 미니앨범 ‘리얼라이즈(R.EAL1ZE)’를 발표했고, 타이틀곡 ‘BOMB’은 차트 상위권을 기록했다. 하지만 문제는 뮤직비디오에 있었다. 라비의 뮤직비디오는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고 상품화하는 등 여성혐오적으로 소비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해당 뮤직비디오에서 라비는 화가로 등장한다. 그는 여성들에게 그림을 가르쳐주거나 작품 설명을 해주는데, 여성들은 모두 속옷 차림이다. 또 카메라는 스토리 전개와 상관없이 여성의 특정 신체부위를 노골적으로 클로즈업한다. 특히 영상 초반에는 라비가 여성의 누드화를 벽에 거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림은 얼굴은 없고 목 아래 몸뚱어리만 그려져 있어 특정 신체부위가 유독 두드러져 보인다. 이에 대해 누리꾼들은 “신체 부위만 부각하고 전시하고 소품화하는 모습”이라며 여성을 성적대상화하는 소비 방식을 비판했다.

 

여성혐오 및 성상품화로 문제가 된 라비의   ‘BOMB’ 뮤직비디오 장면. 카메라는 여성의 신체 부위를 지나치게 클로즈업한다. ⓒ'BOMB' 뮤직비디오 유튜브 영상
여성혐오 및 성상품화로 문제가 된 라비의 ‘BOMB’ 뮤직비디오 장면. 카메라는 여성의 신체 부위를 지나치게 클로즈업한다. ⓒ'BOMB' 뮤직비디오 유튜브 영상

 

여성혐오 및 성상품화로 문제가 된 라비의   ‘BOMB’ 뮤직비디오 장면. 라비 주위로 여성들이 장식품처럼 전시돼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BOMB' 뮤직비디오 유튜브 영상
여성혐오 및 성상품화로 문제가 된 라비의 ‘BOMB’ 뮤직비디오 장면. 라비 주위로 여성들이 장식품처럼 전시돼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BOMB' 뮤직비디오 유튜브 영상

영상 말미에 라비는 소파에 앉아 양옆으로 여성을 거느리고, 속옷 차림의 여성들은 그 주위를 둘러싼다. 한 누리꾼은 이 장면에 대해 “어떤 옷을 입었는 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여성을 소비하는 방식, 한 명의 남자 옆에 (여성들을 장식품처럼) 전시하듯 늘어놓은 것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누리꾼은 “누드화가 담긴 액자를 벽에 거는 컷에서 시작해 노출한 여성들을 전시하며 보여주고 가슴을 훑고 신체를 아무 이유 없이 클로즈업하고 이 모든 것이 지나간 후 (여성들을 전시한) 소파 장면이 나오는 편집 흐름이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느냐”며 뮤직비디오에 담겨 있는 여성혐오 문제를 지적했다.

대학생 류다영(22)씨는 “랩이나 힙합을 하는 가수들 사이에서는 여성혐오 문화가 만연한 것 같다”며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거나 성 상품화하는 것을 문제로 여기지 않고, ‘멋’ 혹은 ‘스웩’으로 생각하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뮤직비디오가 발표된 후 영상에 대한 비판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중심으로 거세졌고, 라비와 소속사 젤리피쉬 엔터테인먼트는 9일 오전 공식 사과했다. 또 문제가 된 장면은 삭제하겠다고 밝혔다.

 

빅스 라비는 뮤직비디오가 여성혐오 문제를 담고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트위터에 사과문을 게재했다. ⓒ라비 공식 트위터
빅스 라비는 뮤직비디오가 여성혐오 문제를 담고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트위터에 사과문을 게재했다. ⓒ라비 공식 트위터

라비는 “뮤직비디오 속 특정 장면에서 여성혐오와 (여성) 상품화에 대한 논란이 있음을 확인했다”며 “여러분께 불편함을 드릴 수 있는 부분을 인지하지 못한 제 자신을 반성한다”고 말했다.

소속사 젤리피쉬는 “라비 솔로 앨범의 타이틀곡 BOMB 뮤직비디오의 특정 장면에서 여성혐오와 성 상품화에 대한 논란이 있음을 확인했다”며 “콘텐츠 창작 과정에서 의도치 않은 장면으로 불편함을 느낀 모든 분들과 팬 여러분들에게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유튜브와 음원사이트에 공개 예정인 공식 뮤직비디오에서는 해당 장면을 삭제하고 재편집해 공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라비는 지난해 7월 발매한 싱글 ‘댐라(DamnRa)’에서 “여자들을 깎아내리는 가사로 반응을 바라는 래퍼들 싸그리 X까잡솨”라는 가사를 통해 여성혐오를 비판해 많은 이들에게 호응을 얻었다. “여자를 깎아내리는 것”이 잘못된 것임을 아는 그였기에 이번 뮤직비디오에 대한 실망감이 크다는 반응도 있다. 

하지만 여성혐오에 비교적 둔감한 가요계에서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인 점으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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