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 토대 구체적 대안 가능성 열어간다
현실 토대 구체적 대안 가능성 열어간다
  • 여성신문
  • 승인 2005.05.12 16:29
  • 수정 2005-05-12 16: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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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식민주의 페미니즘·여성주의 경제학 등

전지구화에 따른 여성문제 점검·대안 제시




최근 들어 현실적 고민에 기반한 한국적 페미니즘 모델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태혜숙 대구효성가톨릭대 교수가 최근 발표한 <탈식민주의 페미니즘>, 여성문화이론연구소 무크지 <여/성이론>, 이화여대 한국여성연구원 <여성학논집>은 이러한 연구를 심도 있게 펼치며 21세기 한국 페미니즘의 지형도를 그려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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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민주의의 잔재와 함께 재편성되고 있는 지구화 시대의 인종 혹은 민족 문제를 화두로 삼는 탈식민주의 페미니즘에 대한 연구가 한 축을 형성한다면, 근대의 자본과 노동의 시간이 남성적 시간으로 설정되어 여성의 노동과 시간을 화폐로 환산하지 않는 데 강하게 반기를 들고나선 여성주의 경제학과 페미니즘이 한국 문학에 끼친 영향을 살펴보는 연구 작업은 실천적 대안 모색에 해당한다.



구체적으로 여성주의 경제학에서는 주부-가사노동에 대한 사회적 계산 요구, 국가가 여자들의 시간을 착취함으로써 축적한 자본의 일부를 여자들에게 돌려주도록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것 그리고 주부-가사노동자가 노동조합등의 형태로 조직화할 필요성을 제기한다.



이와 함께 현단계 페미니즘 문학에 대한 자성의 움직임은 억압적 기제로서의 모성 이데올로기가 아닌 주체성의 주인으로서 자신을 되돌아보고 생명을 길러 낼 모성에 대한 과제를 던진다.



이들 연구는 이론적 논의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현 단계 전지구화 물결에 대안적 세계관으로서 페미니즘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킨다.



한국적 페미니즘 지형도는



서구 페미니즘의 유입으로 촉발된 한국 페미니즘은 시행착오를 거쳐 이제 실천적 이데올로기로서 한국적 모델을 제시하는 데까지 나아가고 있다. 그 가운데 탈식민주의 페미니즘과 이제 막 발아하기 시작한 여성주의 경제학 등은 무차별적 전지구화의 물결 속에서 페미니즘 이론을 현실에 접목시키며 나름대로 대안을 모색하는 작업이라 할 수 있다.



<탈식민주의 페미니즘>(여이연, 9천원), <여/성이론>, <여성학논집> 등 3권을 중심으로 한국적 페미니즘의 가능성과 과제를 타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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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차별적 전지구화 물결 속에서 식민성을 극복하고 여성의 주체성을 살리기 위한 실천적 이데올로기로서 페미니즘이 21세기 화두가 되고있다.(1938년 <여성>1월호 표지>



지구화시대 민족문제가 화두, 문화정체성 확립 과제로



▲ 탈식민주의 페미니즘 = 탈식민주의 페미니즘은 식민통치라는 억압의 근대 역사가 남긴 유산, 즉 식민지 시대 뿐 아니라 독립을 한 후에도 계속 남아 훨씬 더 교묘하고 복잡한 형태로 파괴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식민 지배의 잔재를 탐색해서 그것들의 정체를 밝혀냄으로써 대항하고자 하는 이론이다.



비서구·피식민·제3세계·주변부의 입장에서 문화제국주의를 벗어나는 방법을 탐색하는 가운데 식민주의의 잔재와 함께 재편성되고 있는 지구화 시대의 인종 혹은 민족 문제를 화두로 삼는 탈식민주의 페미니즘은 서구 페미니즘이 인종과 계급, 문화생산의 토대가 다른 여성들 사이의 차이를 해결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현상에 주목한다.



세계적인 탈식민주의 페미니즘 비평가 가야트리 스피박의 섹슈얼리티에 대한 유물론적 이해, 하위주체로서의 여성의 문화적 재현의 문제, 몸의 유물론 등을 중점적으로 소개하면서 태혜숙(대구효성가톨릭대 영문과) 교수는 탈식민주의 페미니즘이 특히 “분단체제 하에 근대 미완이면서 새끼 제국주의이며 유교의 가부장적 전통이 강한 한국”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강조한다.



태 교수는 90년대 이후 확연히 드러나는 식민화의 달라진 양상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해야 한다며 식민화·재식민화·탈식민화의 역동적 복합성이나 신식민적 권력관계에 대한 인식을 통해 민족보다 인권의 관점에서 대중들의 욕망을 긍정하고 문화적 차이를 살려내는 문화적 혼성주의에 입각한 문화정체성을 만들어 갈 것을 주창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 단계 전지구화 시대에 필요한 페미니스트 주체 생산의 다양한 면면을 짚어내는 이론과 우리의 언어를 더욱 많이 만들어내야 할 것을 과제로 제시한다. 그것이 소비자본주의 사회의 일상 삶 속에서 갈수록 체질화되어 가는 식민성을 탈피하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다.



여성노조·신용조합 결성, 국가에 손해배상 청구 제안



▲ 여성주의 경제학 = 여성주의 경제학은 우선 근대의 자본과 노동의 시간이 남성적 시간으로 설정된 데 비해 여성들의 시간은 그것들로부터 배제된 것에 주목한다. 고정갑희(한신대 영문과)교수는 근대의 생산중심주의가 ‘생산’을 정의하는 방식의 배제성을 통해 여성을 생산의 영역에서 배제하며 여성의 시간을 노동으로 간주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생산과 재생산으로 구분하는 것은 사회/가정의 양분화로 통해 여성의 노동과 시간을 화폐로 환산하지 않는다. 여기에 가족이데올로기와 모성이데올로기, 순결이데올로기, 이성애주의가 결합해 여성의 시간과 노동은 헌신, 사랑, 베풂 등으로 미화됐다는 것이다.



고정갑희 교수는 ‘여자의 시간’에 대한 새로운 경제학을 위한 대안을 제시한다. 우선 주부-가사노동에 대한 사회적 계산이다. 현재 사회노동을 하건 안하건 가사가 여자의 책임으로 일반화되어 있는 상황을 바꾸기 위해서는 주부-어머니의 시간에 대한 계산을 시도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이를 위해서는 남자의 사회노동을 가능하게 하는 재생산노동이 있다는 전제하에 가족임금제를 지양해야 한다고 고정갑희 교수는 제안한다.



그는 또 여자들의 시간에 대한 계산은 단순히 가사노동에 대한 계산으로 끝날 일이 아니라 이제까지 국가가 여자들의 시간을 착취함으로써 축적한 자본의 일부를 여자들에게 돌려주도록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것과 주부-가사노동자가 노동조합과 같은 조직화의 필요성을 제기한다.



이러한 주장은 일면 실현 가능성이 희박해 보이기도 하지만 이를 통해 기존의 남성중심의 경제나 경제학을 바꿔나가고 젠더와 경제의 관계를 밝혀나가는 한편, 여자들의 시간을 중심으로 한 경제 페러다임 변혁의 가능성을 열었다는 데 의의가 있다.



주체성의 주인으로 거듭나게 여성들에게 힘 실어줘야



▲ 페미니즘과 문학 = 페미니즘이 문학과 본격적으로 관련을 맺게 된 것은 1970년대 초 이후의 일이다. 여성문화 전통의 창조를 목표로 남성들에 의해 무시되어온 여성의 경험을 바탕으로 하여 여성적 시각의 문학비평이나 문학창작을 통해 여성들의 공간을 확장, 나아가 양성문화를 만들기 위한 노력의 일환인 이러한 문화적 페미니즘은 국내에서는 사회운동적 성격이 강한 목적성을 지닌 문학활동이었다.



그러던 것이 80년대 고조된 여성운동의 전개에 힘입어 다양한 무크지가 발간되고 다양한 창작 주체들에 의해 여성의 문제에 대한 고발을 담은 작품들이 창작되기 시작했다.



김현숙(이화여대 국문과) 교수는 그러나 80년대 한국 여성문학이 “여성만의 권리 선언과 여성의 분노 표출”에 그친 감이 없지 않다면서 ‘문학적 여성성’ 즉 페미니즘적 사고로 본다면 오히려 가부장제의 실천적 양상에 대한 조명이 문학을 중심에 두고 가부장제 신화를 굳건히 하거나, 값싼 멜로화로 이끌면서 페미니즘을 약화시키는 데 기여하고 있지 않는가 비판한다.



그러면서 여성의 주체성과 모성이라는 문제를 재조명한다. 즉 과거와 같은 억압적 기제로서의 모성이데올로기가 아닌 주체성의 주인으로서 자신들을 되돌아보고 다시 생명을 끌어안고 길러 내어 가정을 휴머니즘의 장으로 만드는 역할을 여성들이 해내야 하며 여성문학은 여성들이 그렇게 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의 이러한 문제 제기는 페미니즘 수용에 관한 고민을 보여주며 페미니즘을 방법론으로서가 아니라 세계관으로 인식하게끔 유도한다.

최이 부자 기자 bjchoi@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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