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부터 여야 정당 내홍 치러

민주당 ‘개헌보고서’ 파문 

새누리당 인적청산 둘러싸고

비박 VS 친박 갈등 고조

정유년 새해 벽두부터 여야 정당이 심한 내홍을 겪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당의 정책연구기관이 작성한 개헌 보고서를 둘러싼 파문으로 시끄럽다. 보고서에는 “민주당이 개헌 논의를 정략적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을 만한 내용이 들어있다. 가령 “개헌을 매개로 한 제3지대가 민주당의 대선 승리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는 내용이 있다. “개헌 논의의 범위를 4년 중임제 개헌으로 몰고 가야 한다”는 것도 포함돼 있다.

여하튼 개헌 보고서는 문재인 전 대표를 사실상 대선 후보로 기정사실화했다는 점에서 편향적이다. 당의 화합과 통합을 깨기에 충분했다. 노웅래 의원은 “개헌을 야합·나눠 먹기로 본다면, 과반이 개헌을 지지했던 민주당 의원들은 뭔가”라며 비판했다. 추미애 대표는 “허위 사실과 해당 행위로 간주될 수 있는 부적절한 내용이 다수 포함됐다며 진상을 규명해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보고서 파문은 쉽게 수그러들 것 같지 않다. 박용진 의원은 “(친 문재인계) 패권 논란의 싹을 자르는 단호한 조치를 해줘야 하고 개헌과 관련된 당의 입장이 뭔지 정하는 공론의 장도 함께 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언론사들이 실시한 신년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전 대표가 양자․다자 구도에서 부동의 1위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문 전대표가 대세론에 안주해 변화와 개혁을 거부하는 기득권 이미지를 연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문 전대표는 대선전 개헌에 반대하고, 결선 투표제 도입도 부정적이다. 더구나, 이번 보고서 파문으로 민주당이 문 전 대표의 사당이 되고 있다는 것이 확인됐다.

문 전대표가 2002년 대선 당시 야당이었던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가 걸었던 실패의 길을 답습하고 있다는 비판마저 나오고 있다. 2002년 1월 이 총재의 지지율이 50%를 넘으면서 ‘이회창 대세론’이 부상했다. 이에 고무돼 이 총재는 개혁보다는 현상 유지 전략을 취했다. 총재 주변은 수구 강성 보수들로 채워졌고, 합리적이고 새로운 인물들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었다. 문 전대표가 진정 정권 교체의 주역이 되려면 허황된 대세론의 미몽에서 벗어나야 한다. 외연 확대와는 거리가 먼 ‘집토끼 다지기’ 전략도 변화를 줘야 한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라는 뜻이다.

한편, 새누리당은 인적 청산을 둘러싸고 내홍이 격화되고 있다. 인명진 비대위원장이 작년 12월 30일 기자 간담회를 열어 예상을 깨고 강도 높은 친박 인적 청산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 출범 이후 호가호위 하고, 무분별하고 상식에 어긋나는 지나친 언사로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 못난 행태를 보인 사람은 인적 청산의 대상”이라며 1월 6일까지 거취 입장을 밝혀줄 것을 요구했다.

탈당 압박을 받던 새누리당 ‘친박계 좌장’ 서청원 의원이 인 위원장의 사퇴와 조기 전당대회 개최를 요구하며 반격에 나섰다. 서 의원은 “마치 김정은이 장성택을 처형하고 그의 일파를 숙청하며 공포정치를 통해 권력을 유지하는 듯한 행태는 대한민국에서는 결코 용납될 수 없는 일”이라며 “인 비대위원장은 이제 당을 떠나야 한다”고 반격했다. 이에 대해 인 위원장은 “국민 여러분들께서 그만하면 됐다 할 때까지 계속해서 책임을 지는 모습을 우리가 가져야 한다”고 했다.

일단 당 지도부와 일부 친박 중진 의원들은 인 비대위원장에게 힘을 실어 주는 분위기다. 정우택 원내대표를 비롯한 새누리당 지도부는 자신들의 거취를 인 비대위원장에게 위임했고, 국회 부의장을 지낸 5선의 친박 정갑윤 부의장은 탈당을 선언했다. 4선의 친박 홍문종 의원도 지도부에 거취 문제를 위임했다. 이제 인 비대위장이 제시한 1월 6일까지 자진 탈당 시한이 임박한 가운데 새누리당은 제2의 분당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인 위원장이 제기한 인적 청산을 통한 책임 정치와 서 의원이 주장하는 공포 정치 중 어느 것이 명분이 있고 국민들의 지지를 받을지는 삼척동자도 한다. 누구는 새누리당이 죽어야 보수가 산다고 했다. 그런데 친박이 죽어야 새누리당이 살고, 새누리당이 살아야 보수도 산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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