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지구상에는 약 250개의 국가가 있다고 한다. 그 많은 국가 가운데 가장 살기 좋고, 살기를 원하는 국가를 물으면 많은 사람들이 유럽에 있는 스위스를 꼽는다. 왜 그럴까?

스위스는 1815년 영세중립국이 된 이래 주변의 어떠한 국가로부터도 침략을 받지 않고, 평화를 애호하는 대표적 국가로 자리 잡으며, 국제기구가 가장 많이 위치하고 있는 살기 좋은 국가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미국 프린스턴대 시릴 블랙 교수는 영세중립이란 “그 국가의 정치적 독립과 영토적 통합을 주변 강대국과 협정을 통해 영구적으로 보장받는 제도적 장치”라고 설명한다. 즉 주변의 강대국들이 영세중립국을 침범할 수 없고, 영토도 분할하지 않으면서 자주 독립국을 영구적으로 보장받는 것이다.

그런데 여성의 눈으로 볼 때 영세중립은 강대국 사이에 끼어 생존을 위협받는 한 국가의 외교정책의 틀로 그 국가의 평화를 창조하는 근본적인 일임에도, 그 이론은 특성상 남성들의 머리가 짜낸 대책이고 외교학적 이론에 불과하다. 약소국의 생존을 위협하는 강대국의 권력자들이 100% 남성이고, 그에 대응하기 위해 영세중립이라는 외교정책의 틀을 생각해 낸 약소국의 전략가들도 남성들이다.

우리 현실에 영세중립과 접목하고 뿌리내릴 수 있는 넓은 인식체계는 없을까? 필자는 생명모성 인식론이 있음을 제시한다. 생명과 모성이 합성된 생명모성은 본능적으로 생명을 품고 키우고자 하는 인간의 근원적 품성을 말한다. 한반도의 영구적 평화를 염원하는 한국인들에게는 생명줄이다. 우리 사회가 다종·다양한 사회악으로 만연하고 범람하는 이유는 대물림하고 있는 모성의 상처를 안고 있기 때문 아닐까.

평화를 이루기 위한 영세중립은 국가를 단위로 해서 사회와 가정의 평화를 창조하려는 남성들의 머리를 통한 시도이고, 직선적 사고(linear thinking) 방식이다. 반면 생명모성은 거미가 거미줄을 치듯 나선형으로 작동하면서 가정의 평화를 단위로 출발하여 사회와 국가의 평화를 창조하고자 하는 여성들의 가슴으로 받아들이고 퍼져가는 포용의 시도다. 생명모성이 영세중립 이론과 만나게 되면 획기적인 인식론이 잉태될 수 있고, 국가적 사명감으로 도약시킬 수 있으며, 그 둘, 즉 수직(종)과 수평(횡)의 만남은 인류에게 축복의 십자가를 만들어 줄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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