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스트 북클럽 개설 1주년 기념 2016년 독서목록 소개
소설에서 사상서까지 시대와 장르를 초월한 다양한 작품 눈길
지난해 1월 페미니스트 북클럽을 개설하며 페미니스트 책 읽기와 토론 운동을 벌여 온 배우 엠마 왓슨이 2016년 한 해 동안 자신이 읽은 페미니스트 서적 39권의 목록을 공개했다. 이번 목록에는 첫 번째 북클럽 추천 도서였던 글로리아 스타이넘의 『길 위의 나의 인생』을 비롯해 『컬러 퍼플』이나 『에덴의 동쪽』 같은 고전부터 에이미 슈머의 『등 밑에 타투를 한 소녀』 같은 최신작은 물론 벨 훅스의 사상서까지 시대와 장르를 초월한 다양한 작품이 포함됐다. 왓슨의 폭넓은 독서 습관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새해를 맞아 책 읽기를 새로운 목표로 삼았다면 왓슨의 추천 목록을 참고하는 건 어떨까. 전체 목록은 엠마 왓슨 북클럽 사이트 ‘공유 책장’(www.goodreads.com/user/year_in_books/2016/50993735)에서 볼 수 있다. 39권의 작품 중 국내에도 출판된 책을 위주로 5권을 골랐다. 엠마 왓슨의 페미니스트 북클럽은 올해도 계속되며 이미 1~2월의 책으로 이브 앤슬러의 『버자이너 모놀로그』를 선정했다.
글로리아 스타이넘의 『길 위의 나의 인생』(My Life on the Road)은 아직 국내에 출판되지 않았지만 엠마 왓슨 북클럽의 첫 번째 책이며 미국 여성운동의 대모인 스타이넘의 최근작이라는 점에서 읽어볼 가치가 있다. 여성운동가로서의 삶을 그린 회고록이다.
미국의 흑인 여성운동가이자 사상가, 문화비평가, 교육자, 영문학자인 벨 훅스는 왓슨이 가장 좋아하는 작가 중 한 명이다. 평소에도 훅스의 팬을 자처했던 그는 이번에 훅스의 책을 5권이나 추천했다. 그 중 국내에도 출판된 『행복한 페미니즘』부터 읽어볼 만하다. 미국 여성들이 뽑은 페미니스트 논픽션 1위에도 선정된 적 있는 훅스의 대표작이다.
현대 영국을 대표하는 여성 작가 지넷 윈터슨의 소설 『오렌지만이 과일이 아니다』는 기도와 선교를 강요하는 어머니와 함께 사는 소녀 지넷이 우연히 한 소녀를 만나 자신의 성정체성을 깨닫고 독립적인 인간으로 자라는 성장기를 그렸다. 소설 속 어머니와 같은 양부모 밑에서 자랐던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자전적 소설이다.
이란 출신의 작가 마르잔 사트라피의 『페르세폴리스』는 이슬람 혁명과 이란-이라크 전쟁 시기에 어린 시절을 보낸 작가의 성장담을 담은 만화책이다. 2편에서는 고향인 이란을 떠나 오스트리아 빈에서 자신만의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페르세폴리스』는 애니메이션으로도 만들어져 2007년 칸 영화제 심사위원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장르 문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에겐 캐나다 작가 마거릿 애트우드의 SF판타지 『시녀이야기』를 권한다. 21세기 중반 전쟁과 환경오염 등으로 전 세계가 혼란에 빠져 있을 때 가부장제와 성경을 근본으로 한 전체주의 국가 ‘갈리아드’가 일어나 여성을 폭력적으로 억압하고 착취하는 내용을 통해 성경과 가부장제를 비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