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대다수 국가의 사회적 현안 중 주요한 이슈가 양극화 문제다. 우리나라도 소득집중도가 날로 증가하고 있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지난해 국제통화기금(IMF)의 ‘아시아의 불평등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소득 상위 10%가 전체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3년 기준 45%로 자료를 확보할 수 있는 아시아 국가 가운데 최고를 기록했다.

요즘 세상은 모든 것이 급변하기 때문에 사람이 태어나서 어떤 인생을 살고 싶은지 묻는다면 간단히 답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난하기보다는 부자로 살고 싶은 것이 보통 사람들의 솔직한 심정일 것이다.

그럼 어떤 사람들이 부자가 되는지 궁금한데 이에 대한 사례로 흥미로운 연구결과가 있다. 미국의 한 대학에서 졸업생을 대상으로 그들의 특성을 몇 개 집단으로 분류해 연봉 수준을 추적 조사해보았다. 그 결과 학점보다는 대인관계가 좋았던 졸업생 집단의 연봉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인간관계를 활성화하는 구체적 행위에는 같이 밥 먹고 술 마시고 영화도 보러가는 것이 포함된다. 그런데 요즘 우리 젊은이들 사이에서 혼자 사는 삶이 급속히 퍼지고 있다. 밥도 혼자서 먹고 술도 혼자 마시는 소위 ‘혼밥’ ‘혼술’, 거기에 최근에는 혼자서 영화보는 ‘혼영’이 늘어나자 영화관 의자도 1인용 객석으로 재배열하는 극장이 생겨나고 있다. 많은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지쳐서 생겨난 반작용이겠지만 혹여 인간관계 활동의 생략이 우리 젊은이들에게 ‘빈곤의 악순환’ 고리를 만들어주지는 않을까 염려된다.

만일 사람들이 부를 얻기 위해 사람들과 다양한 관계적 노력을 기울인다면 부자가 많을수록 이 세상은 살만한 세상이 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막상 부자가 되고 난 후에는 달라진다는 것이다. 가계소득과 사회생활 간 관계를 살펴본 연구결과에 따르면 부자일수록 혼자 있는 시간이 많고 타인에게 무관심해진다는 것이다. 부자가 되면 다른 사람들의 도움의 필요성을 덜 느끼게 돼 타인에 대한 관심이 적어진다고 분석했다.

결국 많은 사람들이 부자의 삶을 추구하지만 부자가 될수록 그 반작용으로 우리 사회는 더욱 삭막해지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부자 없는 세상이 더 살기 좋은 세상이 되는 것일까?

아마도 타인에 대한 관심과 공감, 도움의 손길은 부자가 많고 적음이 아니라 그 나라 국민들의 문화적 토대와 직접적인 관련 있다고 본다. 영국 자선구호재단(CAF)이 미국 여론조사기관 갤럽과 함께 지난 2010년부터 매년 발표하는 세계기부지수(WGI)라는 것이 있다. 이는 기부금의 절대 액수가 아닌 국민들의 기부 참여율이나 자원봉사 시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한 국가의 기부 문화가 얼마나 잘 발달됐는지를 알아보는 지표다. 놀랍게도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국가 중 하나인 미얀마가 지난 3년 연속 1위에 올랐고, 2~5위는 미국, 뉴질랜드, 캐나다, 호주 등 선진국들이었으며 한국은 64위에 올라 중위권 그룹에 속했다.

이처럼 타인에 대한 관심과 도움은 부자나라 순이 아니고 미얀마처럼 종교가 문화적으로 사회전반에 공유되거나 선진국처럼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사회적 규범으로 자리매김할 때 확산된다. 어떤 사회에서든 부자와 가난한 사람은 존재하지만 만일 부자가 가난한 사람들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자발적 공감능력을 발휘했다면 양극화로 인한 극심한 사회적 갈등은 어느 정도 치유될 수 있었을 것이다.

지난 한해 우리 국민은 경제적으로 힘들었고 또 정신적으로도 소진됐던 한해였다. 부자가 가난한 사람을, 많이 배운 사람이 덜 배운 사람을 배려하고 도와주는 방법은 결국 우리가 한 공동체의 일원이라는 것을 깨닫고 실천하는 것밖에 없다. 새해에 한번 다짐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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