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은 고향, 뉴욕은 집

두 곳서 모두 나는 외계인

 

나를 키워준 두 도시

왔다갔다 하면서

새롭게 본다는 건 축복

고향에 오면 나는 외계인이 되는 느낌이다.

“잠시만요. 어디로 가세요?”

“서촌이요.”

“어디서 오셨어요?”

“서촌에서…. ㅎㅎ”

“서촌에서 오셨는데 서촌으로 간다고요?”

“친구 구경 시켜주고 오는 길이에요….”

“한국 사람이세요?”

“네….”

“그런데 왜 한국말이 서툴어요?”

“어…. 미국에서 살고 있어서….”

청와대 쪽으로 걸어가다 경찰에게 여러 번 가방 체크를 받았다. 사람들이 나를 외국인으로 착각하는 일은 여러 번 있었다.

“오뎅 두개 주세요~”

“와~ 한국말 잘하네~”

“저…. 한국 사람이에요.”

“오! 미안해요~”

특히 외국인들이 많이 가는 곳인 명동, 남대문, 홍대, 이대에선 모두 외국어로 나를 맞는다. 내가 봐도 나는 교포티가 난다. 큰 키, 까무잡잡한 피부, 쌩얼, 여기저기 노출하는 패션. 헷갈릴만 하다. 반대로 홍대에서 알바할 때 나도 미국에서 온 한국인들을 한눈에 알아봤다. 뉴욕에 살 때도 교포한국인이랑 유학온 한국인들을 쉽게 구별할 수 있었다.

사람들이 나를 아웃사이더로 바라보는 것처럼 나도 관광객이 된 느낌이다. 광화문 뒤에 있는 산들을 쳐다보면서 혼자 감탄하고 남대문에서 아주머니, 아저씨 패션을 구경한다. 어렸을 땐 익숙했던, 눈에 보이지도 않았던 풍경이나 사물들이 항상 새롭게 보인다.

미국에선 정치나 나의 복잡한 감정을 이야기하고, 재치 있는 농담을 할 수 있는데, 한국에선 못 알아들으면서 고개를 끄덕이고, 따라 웃는 경우가 많다. 엄마나 다른 사람들이 “서울에서 살 계획 있느냐?”고 묻는다. 나는 “그런 생각도 한다”고 답하지만, 내가 정말 그럴 수 있을지 궁금하다. 한국에서 태어나 9살까지 살았는데, 미국에서 14년을 보낸 후 한국이 많이 낯설어졌다.

서울은 내 고향이지만 뉴욕은 이제 나의 홈(home)이 됐다. 영어로 ‘홈’은 집을 얘기할 수도 있고, 집 같이 편안함을 느끼는 어떤 곳을 상징할 수도 있다. 지하철도 생각없이 탈 수 있고, 숨겨진 맛집들도 알고, 누구와도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고, 10년 넘게 우정을 쌓은 친구들도 있다.

하지만 신기한 건 아무리 나의 홈이라고 해도 미국에서 나는 아직 외계인이다. 청와대 경찰이 나의 정체를 궁금해 했던 것처럼, 미국사람들도 나를 아웃사이더로 본다. 미국에 처음 왔을 때부터 지금까지 많이 듣는 질문은 “어디에서 왔어? (Where are you from?)”다. 요새는 그냥 “브루클린 (Brooklyn, NY)”이라고 대답한다. 그러면 어떤 사람들은 다시 “가족은 어디에서 왔어? (Where is your family from?)” 라고 묻는다. 인종이 다양한 나라이지만 아직 미국인들 눈에 난 미국인으로 보이지 않는다.

여기서도 저기서도 외계인인 나. 나를 키워준 두 도시를 왔다갔다 하면서 항상 새롭게 볼 수 있다는 것은 축복이다. 뉴욕에서도 살 수 있고, 서울에서도 살 수 있다는 것을 감사하게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이 부러워하겠지만 외로울 때도 있다. 뉴욕엔 나의 네트워크가 있고, 서울엔 머물 집이 있고.

그렇지만 뉴욕에선 나의 집은 없고, 서울에선 네트워크가 없다. 이제 졸업 후 학교와 부모님에게서 독립해 살면서 나의 세상이 넓어졌다는 생각이 든다. 옛날엔 가족, 친구, 학교 모든 것들이 한 곳에 있었는데, 이제는 나의 짐들, 사랑하는 사람들, 나의 관심분야들이 세계 곳곳으로 흩어지고 있다.

어릴 적의 안전함은 없어지고 있지만 떨리면서 기대된다. 뉴욕과 서울은 엄마, 아빠들처럼 내가 더 강해지고 클 수 있게 나를 붙잡지 않는 걸까?

새로운 홈을 찾을 수 있게 나의 세상을 넓게 만들어준 뉴욕과 서울에게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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