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라씨의 대리 시험 등 학사 특혜를 준 의혹으로 긴급체포된 류철균 교수가 31일 오후 서울 강남구 박영수 특검팀 사무실로 소환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정유라씨의 대리 시험 등 학사 특혜를 준 의혹으로 긴급체포된 류철균 교수가 31일 오후 서울 강남구 박영수 특검팀 사무실로 소환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소설 『영원한 제국』 『내가 누구인지 말할 수 있는 자가 누구인가』를 쓴 베스트셀러 저자 류철균(50) 이화여대 디지털미디어학부 교수가 31일 새벽 박근혜 정권의 ‘비선실세’ 최순실의 딸 정유라에게 학사 특혜를 줬다는 이유로 긴급체포돼 충격을 주고 있다.

‘이인화’라는 필명으로 활동한 그는 약관 22세에 ‘양귀자론’을 내놓으면서 문학평론가로 데뷔한 후 26세인 1992년 장편소설 『내가 누구인지 말할 수 있는 자가 누구인가』로 제1회 작가세계문학상을 받았다. 이듬해에는 정조독살설을 다룬 팩션 소설 『영원한 제국』이 밀리언셀러가 되면서 한국문단의 기린아로 우뚝 섰다.

31세 때 이화여대 국어국문학전공 조교수가 된 그는 이후 게임 스토리텔링 전문가로 승승장구했다. 97년에는 박정희 전 대통령을 모델로 한 대하소설 『인간의 길』을 내놔 박 전 대통령을 영웅으로 미화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인간의 길』이 최순실과의 인연의 고리가 돼 학사 특혜까지 이어진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는 이유다.

90년대 ‘문단의 신성’ 이인화 소설가를 기억하는 팬들은 유명 소설가이자 대학교수였던 그가 국정농단 의혹의 당사자로 급전직하 추락한 모습이 씁쓸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류 교수는 올 1학기 개설된 ‘영화 스토리텔링의 이해’ 수업에서 정씨에게 가점을 줘 낙제를 면하게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류 교수는 “유라씨가 최씨 딸인지 전혀 알지 못했다”며 의혹을 전면 부인했으나 교육부의 이대 특별감사 결과 정씨가 기말시험을 치르지 않았는데도 정씨 이름으로 답안이 제출되는 등 대리시험을 본 정황이 포착됐다. 이대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정씨에 대한 입시·학사 특혜가 이뤄졌고, 여기에 최순실씨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교육부는 앞서 최경희 이화여대 전 총장, 류철균 교수, 최순실씨, 정유라씨 등 4명을 수사의뢰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앞서 29일 이대 입학·학사 관련 부서 사무실과 최 전 총장 등 관련자 주거지를 압수수색해 정씨 특혜 의혹과 관련한 증거를 확보했다.

류 교수가 피의자 신분인 데다 통상 긴급체포는 증거 인멸이나 도주 우려가 있는 피의자의 구속영장 청구로 가는 수순인 만큼 특검팀이 류 교수의 혐의를 이미 확인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특검팀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류 교수가 현직 교수이고 진술 태도 등에 비춰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는 점 등을 고려해서 긴급 체포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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