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후 부산 동구 일본총영사관 앞에 부산시민단체가 기습적으로 설치한 평화의 소녀상을 동구청 직원들이 철거하고 있다. ⓒ부산경찰청
28일 오후 부산 동구 일본총영사관 앞에 부산시민단체가 기습적으로 설치한 평화의 소녀상을 동구청 직원들이 철거하고 있다. ⓒ부산경찰청

평화의 소녀상이 부산에서는 수모를 겪고 있지만 서울시에선 귀빈 대접을 받고 있어 대조적이다.

부산은 수개월에 걸쳐 소녀상 설치 허가를 내주지 않았고 즉시 철거했지만, 서울시는 조례까지 제정해서 무단 철거를 막고 있기 때문이다.

부산 소녀상은 지난 28일 시민단체가 부산 동구 일본영사관 앞에 기습적으로 설치했으나 곧바로 부산 동구청에 의해 철거됐다. 하루가 지난 29일 현재도 구청 측은 소녀상을 돌려주지 않고 있다. 박삼석 부산 동구청장은 서울에서 열리는 새누리당 전국위원회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구청을 비운 채 무대응 중이다.

반면 서울시는 지난 9월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 있는 소녀상을 임의로 철거할 수 없도록 조례를 제정했다. ‘동상·기념비·조형물의 건립 및 관리기준 등에 관한 조례’로, 시유지와 구유지의 동상을 건립·이전·해체 시 서울시의 심의와 관리를 받게 했다.  [관련기사] ▶ 서울시의회, ‘평화의 소녀상 지키기 조례’ 제정...이전·해체 심의 거쳐야

서울시 동상 관리 조례는 지난해 12월 28일 한일 위안부 합의에 따라 소녀상의 철거 가능성이 제기되자 더불어민주당 소속 서울시의원 전원이 발의에 참여해 제정됐다.

그러나 부산시에 이같은 조례를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부산시의원 전체 47명 중 새누리당 소속이 45명, 더불어민주당은 2명이다.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은 한일 위안부 합의를 박근혜 정부의 의미있는 성과로 평가해왔다.

부산에서 벌어진 이같은 상황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정진우 부대변인은 윗선의 개입 의혹도 제기했다. 그는 “부산 동구청장의 독자적인 판단으로 볼 수 없다”며 “부산 동구청에게 소녀상 설치를 불허하라고 지시한 윗선이 황교안 총리인가, 윤병세 외교부장관인가, 아니면 서병수 부산시장인가?”라고 말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 관계자는 “오는 31일 토요일 부산 서면에서 열릴 촛불집회에서 부산시민들이 소녀상 설치 요구가 거셀 것으로 예상된다. 서면에서 시국대회 후 초량 일본영사관까지 도보행진 해서 밤 9시 소녀상 제막식을 할 계획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박 구청장은 사태 해결을 위해 대화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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