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자부 ‘대한민국 출산지도’ 논란

‘출산율 제고 방안’ 명목 아래

가임기 여성인구·출산연령 전시

저출산 근본 원인 외면한 채

여성을 ‘임신 기계’로 도구화

 

대한민국 출산지도 홈페이지 화면
대한민국 출산지도 홈페이지 화면

정부가 출산율을 높이겠다며 가임여성 인구수로 도시별 등수를 매겨 논란이 일고 있다. 성차별적 노동환경, 세계 최고 수준의 성별 임금 격차 같은 저출산의 근본 원인은 외면한 채 여성을 ‘임신 기계’로 보는 정부의 행태에 여성들이 분노하고 있다. 저출산을 둘러싸고 정부의 전근대적이고 가부장적인 관점이 여실히 드러났다는 비판이 뜨겁다.

행정자치부는 29일 전국 243개 지자체의 출산 통계와 출산지원 서비스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대한민국 출산지도(birth.korea.go.kr)’를 서비스한다고 알렸다. 지난 8월 행자부가 발표한 ‘지자체 출산율 제고 방안’의 핵심 과제이며, 저출산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지자체 간 출산 지원 혜택 자율 경쟁을 유도하기 위해 마련했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하지만 출산지도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는 정보는 243개 지자체의 출생아수, 합계출산율, 모의 평균 출산연령, 평균 초혼연령 등 결혼·임신·출산 통계와 지원혜택 뿐이다. 가임기 여성(15∼49세) 인구수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가임기 여성 지도’ 카테고리와 가임기 여성수를 지자체별로 보여주며 등수를 매긴 페이지도 등장한다.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대한민국 출산지도 홈페이지 오픈이 알려지자 소셜네트워크를 중심으로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다. 여성들은 “여자가 애 낳는 기계냐” “여성이 개, 돼지냐”며 비판하고 있다. 특히 가임기 인구수로 순위를 매긴 것을 두고 “저출산 문제의 근본 원인을 사회 구조가 아닌 여성에게 떠넘긴 발상” “출산율과 관련 없는 가임기 여성 인구수 등수 매기기로 얼마의 세금을 낭비했느냐”는 비판도 이어진다.

저출산을 해결하기 위해선 성차별적인 노동환경을 개선하고 세계 최고 수준의 성별 임금격차를 줄여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권고하고 있다. 성평등 문화 확산이야말로 낮은 출산율을 해결할 수 있다는 열쇠라는 지적이다.

양이현경 한국여성단체연합 정책실장은 “가임기 여성 수를 출산율과 결부시킨 것은 여성을 ‘출산 기계’로 도구화하고 대상화한 성차별적 발상”이라며 “정부가 성차별적인 노동환경과 여성 비정규직, 성별 임금 격차, 불평등한 일·가정 양립 등 저출산 문제의 근본 원인은 외면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