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비박 개혁보수신당 창당

20년 만에 신4당체제 출범

 

보수신당 지지 받으려면

민주화에 역점 둬야

 

국민약속 지키는

책임지는 보수 절실

새누리당의 분당으로 20년 만에 신4당체제가 출범했다. 김무성 전 대표와 유승민 의원을 포함한 새누리당 비박(비박근혜)계 의원 29명이 27일 집단 탈당해 ‘개혁보수신당’(가칭)으로 원내교섭단체 등록을 마쳤다. 민주당이 121석으로 원내 제1당이 됐고, 새누리당은 99석으로 제2당으로 전락했다. 국민의당은 38석으로 제3정당이 됐다.

무엇보다 새누리당은 ‘영남 자민련’으로 전락했다. 탈당으로 새누리당은 전체 82석의 지역구 의석 중 서울은 단 3석에 그친 반면, 영남권은 41석을 차지했다. 야 4당 숫자가 개헌선인 200석을 넘기면서 새누리당은 법인세 인상 등 쟁점법안을 저지할 수 없는 식물 정당이 됐다. 야당은 국회선진화법에 규정된 안건신속처리제도 조항을 활용해 정보위를 제외한 전 상임위에서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게 됐다.

신당은 원내대표에 주호영 의원, 정책위의장에 이종구 의원을 합의 추대했고, 내년 1월 24일에 창당하겠다는 목표를 정했다. 이제 새누리당과 보수신당은 이른바 ‘보수 적통 경쟁’에 돌입했다. 신당은 창당 선언문에서 “새누리당 내 친박패권 세력은 진정한 보수의 가치를 망각했고, 그 결과 국민의 신뢰를 잃었다”며 “국민의 절박한 외침과 진실은 외면한 채, 대통령의 불통정치에 의해 저질러진 사상 최악의 헌법유린과 최순실 일당의 국정농단을 비호하며 후안무치의 모습을 보였다”고 비판했다.

더 나아가 “개혁보수신당은 진정한 보수의 구심점이 되고, 질서 있고 안정된 개혁을 위해 희망의 닻을 올린다.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고, 사회 통합과 따뜻한 공동체 구현을 위한 국민적 열망을 담아 새롭게 깃발을 든다”라고 선언했다. 신당의 노선으로 안보는 정통 보수를 강조했다. 신당은 “안보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최고의 가치이며 어설프고 감성적인 접근은 배제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제 민주화와 교육․복지․노동에서는 개혁을 강조했다. 총론에선 “더불어 사는 포용적 보수, 서민과 중산층의 삶을 먼저 챙기는 서민적 보수, 부정부패를 멀리하는 도덕적 보수”를 제시했다.

일단 민심은 보수신당 창당에 우호적이다. 중앙일보 조사연구팀이 실시한 여론조사(12월 22~23일) 결과, 새누리당 분당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 62.0%(매우 찬성 39.6%+약간 찬성 22.4%)가 찬성한다고 응답했고, 반대 의견은 25.0%(약간 반대 9.4%+매우 반대 15.7%)에 머물렀다. 심지어 새누리당의 텃밭이라고 할 수 있는 대구·경북에서도 찬성(56.4%)이 반대(36.0%)보다 많았다. 하지만 제4정당인 보수신당이 가야 할 길은 험난하다.

향후 보수신당이 국민의 지지를 받아 대선을 앞두고 전개될 정계개편에서 핵심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당내 민주화에 역점을 둬야 한다. 기존 정당들은 특정 인물을 중심으로 당이 운영돼 사당화의 구태를 보였다. 새누리당은 박근혜 대통령, 민주당은 문재인 전 대표, 국민의당은 안철수 의원이 헤게모니를 쥐고 있다. 만약 개혁을 표방한 보수신당이 김무성 전 대표와 유승민 의원에 의해 좌지우지 된다면 기존 정당과 다를 바가 없어 국민의 지지를 받기 어렵다.

이런 점에서 탈당을 보류한 나경원 의원의 지적은 참으로 옳다. 나 의원은 “개혁보수신당이 보수의 정통성을 유지하면서 국정농단에서 드러났던 폐해를 걷어내고 시대정신에 따른 개혁을 담아가는 방향을 좀 더 신중하게 지켜보면서 합류하겠다”고 밝혔다. 나 의원은 이른바 ‘안보는 보수, 경제는 좌클릭’이라는 유승민 의원이 주도하는 개혁보수신당의 정책 방향에도 반대하고 있다. 특히 유 의원이 주장해온 사회적 경제 기본법 등 일부 정책적 노선에서 차이를 보였다. 나 의원은 “당내 민주화와 무조건 좌클릭 지양” 등을 조건으로 신당에 합류할 수 있다“고 밝혔다.

나 의원 지적의 핵심은 보수신당이 ‘유승민 패권 정당’으로 가서는 안 된다는 경고다. 보수신당의 창당 선언문에서 “민주주의는 결과보다 절차를 중시한다”면서 ”당내 민주주의부터 실천하겠다”고 했다. 보수신당이 진정 개혁 정당으로 거듭나려면 국민에게 한 약속을 반드시 지키는 책임지는 보수가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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