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친 바다 지켜온 제주해녀,

​왜 동료 해녀들에 대한

배려심이 깊냐고요?

 

물질작업의 본질은 협동

경쟁자 동료, 물속에서 닥칠 위험

예방해주는 보호막이죠

 

제주 해녀는 페미니즘과 공동체 문화의 아이콘으로 불린다. ⓒ사진작가 와이진(Y.Zin)
제주 해녀는 페미니즘과 공동체 문화의 아이콘으로 불린다. ⓒ사진작가 와이진(Y.Zin)

해녀는 산소 공급 장치 없이 무자맥질해서 해산물을 채취하는 ‘물질’을 직업으로 하는 여성으로 제주도에서는 잠녀(潛女)나 잠수(潛嫂)라고도 부른다. 제주도내 100개 마을어촌계에 소속돼 있는 제주해녀는 2015년 12월말 현재 4300여명이다.

예전에 한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제주해녀,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딴 수영선수인 조오련, 수중발레 한국대표 선수 등 세 명이 출연했다. 물속에서 숨을 쉬지 않고 오래 버티기 시합을 했는데, 과연 누가 이겼을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물론 제주해녀들까지도 제주해녀가 이겼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제주해녀는 약 1분 만에, 세 명 중에서 가장 빨리 물속에서 나왔다.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보듯 1회당 잠수 시간은 해녀의 중요한 능력이 아니다. 해녀의 몸은 반복적인 물질 작업의 결과로 언제 물 위로 떠올라야 살 수 있는지 스스로 알고 있다. 물질은 삶과 죽음이 찰나에 갈라지는 일이므로, 해녀는 물 밑에서 오래 머물면서 많이 채취하겠다는 욕심을 절대 부리지 말아야 한다. 제주해녀들의 속담에 ‘저승에서 벌어 이승에서 쓴다’는 말이 있다. 물질이 매우 위험하다는 것을 말해주는 속담이다.

물질에 필요한 많은 기술은 해녀의 몸이 알고 있다. 해녀 개개인은 바다 속의 암초와 해산물의 서식처를 포함하는 바다에 대한 나름의 인지적 지도를 가지고 있다. 조류와 바람에 대한 민속 지식도 풍부하다. 이러한 지도와 지식은 오랫동안 물질을 반복한 경험으로 습득된다. 해녀는 자기가 알고 있는 지식과 몸의 움직임을 효과적으로 연결시켜야 하기 때문에 알맞은 기술을 항상 생각해야 한다. 무슨 바람이 분다, 어느 쪽으로 물이 흐른다, 오늘은 어디에서 작업을 해야 한다 등 물질에서는 경험이 제일 중요하다.

해녀의 물질작업은 자연친화적인 채집 기술로 지속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물질은 체력과 정신력, 즉 신체의 자기통제 능력과 물건을 많이 채취하겠다는 욕심 사이를 잘 조정해야 하는 자기와의 싸움인 것이다. 물속에서 숨을 참을 수 있는 한계 때문에 많이 채취하겠다는 개인적인 욕심은 줄어든다. 마을어촌계는 제주해녀가 물질을 하는 마을어장을 자율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마을어촌계는 채취 시기, 잠수 작업 시간, 잡을 수 있는 해산물 크기를 규정하고, 물질 작업에 필요한 기술과 도구를 통제한다.

 

제주해녀들의 속담에 ‘저승에서 벌어 이승에서 쓴다’는 말이 있다. 물질이 매우 위험하다는 것을 말해주는 속담이다. ⓒ사진작가 와이진(Y.Zin)
제주해녀들의 속담에 ‘저승에서 벌어 이승에서 쓴다’는 말이 있다. 물질이 매우 위험하다는 것을 말해주는 속담이다. ⓒ사진작가 와이진(Y.Zin)

 

물질에 필요한 많은 기술은 해녀의 몸이 알고 있다. 해녀 개개인은 바다 속의 암초와 해산물의 서식처를 포함하는 바다에 대한 나름의 인지적 지도를 가지고 있다. ⓒ사진작가 와이진(Y.Zin)
물질에 필요한 많은 기술은 해녀의 몸이 알고 있다. 해녀 개개인은 바다 속의 암초와 해산물의 서식처를 포함하는 바다에 대한 나름의 인지적 지도를 가지고 있다. ⓒ사진작가 와이진(Y.Zin)

해녀들은 물질을 하는 바다속을 ‘바다밭’으로 인식해 1년에 두세 번 해안가와 조간대에서 공동으로 청소를 하고 잡초를 제거한다. 잡초를 제거하는 것은 채취하려는 해초나 조개류의 먹이가 되는 해초가 잘 자라도록 하는 것이다. 또 소라나 전복의 종묘를 마을어장에 뿌리는 일에 참여하는 것도 해녀의 의무사항 중 하나다.

제주해녀들은 잠수 기술에 따라 자신들을 상군(上軍), 중군(中軍), 하군(下軍)으로 나눈다. 상군 해녀는 오랜 기간 물질을 해 물질 기량이 뛰어나며, 암초와 해산물에 대해서도 가장 잘 알고 있다. 날씨에 따라 물질을 할 수 있는지, 없는지도 일기예보보다 물질 경력이 오래된 상군해녀의 말을 듣는다.

물질작업의 본질은 협동이다. 동료는 경쟁자이지만 물속에서 닥칠 위험을 상호 예방하는 보호막 구실을 한다. 제주해녀들은 동료 해녀에 대한 배려가 깊다. 그들은 서로 다른 사람의 행동을 주시할 수 있을 정도로 가까운 곳에서 물질을 한다.

지난 11월 30일 제주해녀문화는 ‘Culture of Jeju Haenyeo(women divers)’라는 이름으로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에 등재됐다. 등재는 매년 열리는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보호협약 정부간위원회에서 결정되는데, 올해 제11차 정부간위원회는 11월 28일부터 12월 2일까지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에서 열렸다.

제주해녀문화 등재는 협약의 평가기구(심사기구)가 마련한 등재권고안을 토의 없이 만장일치로 통과시켜 결정됐다. 평가기구는 제출된 신청서, 10분 내의 동영상, 10장의 사진을 바탕으로 등재 여부를 제안한다. 평가기구는 제주해녀문화의 어떤 가치에 주목했을까.

평가기구는 제주해녀문화의 핵심으로 지속가능한 발전과 여성의 지위향상을 꼽았다. 자연친화적인 채취 방법과 채취 방식에 대한 공동체의 통제로 지속가능한 환경을 보장한다는 것이다. 제주해녀의 기술이 인정되고 물질 수입이 가계경제에 도움을 줘 여권 신장에도 기여한다고 평가했다.

제주해녀문화의 등재는 로컬 지식(local knowledge)에 기초한 무형문화유산의 전 지구적 가시성에 기여할 것이며, 지속가능한 발전과 자연의 중요성을 널리 알릴 것이다. 또 무형문화유산으로서의 여성의 일에 대한 중요성을 국제적으로 알릴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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