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통계청이 발표한 2015년 기준 신혼부부통계 결과에 따르면 맞벌이 부부 중 자녀가 있는 경우는 57.9%, 외벌이 부부는 70.1%로 여성이 취업을 한 경우 출산율이 떨어졌다. 또 ‘2015년 가족실태조사’에서 20~40대 미혼여성 중 48.3%는 “결혼을 하지 않고 독신으로 살아도 괜찮다”고 답했다. 미혼여성들의 결혼에 대한 이 같은 인식은 결국 저출산과도 깊은 연관성을 갖고 있다.

한국 여성들은 왜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는 것일까?

우리 사회에서 여성이 딸의 지위로 살아가는 것과 아내와 며느리 그리고 엄마 신분으로 살아가는 것은 현격한 차이가 있다. 취업 여부와 상관없이 가사와 육아는 여성이 대부분 부담하다보니 ‘독박육아’란 신조어가 생겨났을 정도다. 맞벌이 가구에서 여성의 가사나 육아 돌봄 부담은 남성의 5배에 달하고, 2016년 9월말 기준 남성 육아휴직자는 5398명으로 전년 대비 53.2%가 늘었다곤 해도 전체 육아휴직자 중 남성 비율은 여전히 5.6%에 머물고 있다.

또 워킹맘으로 감내해야 하는 경력상 불리함도 무시할 수 없다. 출산·육아휴직을 법적으로 보장받더라도 복귀 후 업무 재배치나 경력, 승진 등 업무평정에서 불이익은 온전히 여성이 감수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더욱이 정시퇴근이 어려운 장시간 근로문화는 자녀를 가진 워킹맘의 절대적인 시간 부족으로 이어지고 있다.

워킹맘으로 고전하는 기혼여성의 삶은 치열한 경쟁을 뚫고 입사한 미혼여성에게 일과 가정의 양립에 대한 두려움마저 느끼게 한다. 2016년 여성고용률은 56.5%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남성고용률 76%에 비하면 20%나 낮은 수치다. 이는 임신과 출산·육아에 의한 여성들의 경력단절로 인한 결과다.

가정 내 육아분담이나 직장의 일·가정 양립 문제가 전면적으로 해결되지 않는 한 결혼과 출산을 선택사항으로 생각하는 미혼여성 비율의 감소를 기대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이제 한국사회의 저출산은 사회구성원 모두 양성평등 관점에서 적극적인 대안을 모색해야만 한다.

기업 차원에서는 장시간 근로 개선 노력과 함께 임신과 출산, 출산휴가와 육아휴직 그리고 다시 직장으로 복귀하는 단계별로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육아휴직제도의 실효성을 제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가족 내에서는 남녀가 가사일을 조화롭게 분담해 새로운 가족문화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자녀양육을 지원하고 가족친화 사회를 조성해 나갈 수 있는 새로운 공동육아 커뮤니티를 만들어야 한다. 남녀가 가정과 일에서 평등할 수 있는 사회문화가 만들어질 때 저출산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길도 활짝 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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