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실패는

여성주의 몰랐기 때문 

 

차기 대선, 여성주의 가치

실현하는 리더 나와야

박근혜 대통령의 실패가 ‘여성’의 실패는 아니다. 그의 실패로 여성주의 가치의 중요성은 오히려 더 강조되고 있다. 2012년 대선 과정에서 숱하게 논란한 바 있었지만 이제 와서 보니 그가 여성주의 대통령이 아니었던 것은 분명하다.

당시의 여러 가지 염려가 불길한 예언처럼 현실이 되어버렸다. 그의 리더십은 나눔, 배려, 돌봄, 평화, 소통, 협력이 아니라 독선, 분열, 갈등, 독점, 대결의 리더십이었다. 모두가 속았다.

그렇게 속은 까닭은 뭘까? 그가 그럴듯한 공약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박근혜 후보는 대선 공약에서 생애주기별 복지정책, 경제민주화, 백퍼센트 국민통합, 차별 없는 세상을 제시했다. 이런 것들은 여성주의 리더십의 덕목과 맞닿아 있는 가치였다. 그런 공약들이 그가 여성이라는 사실과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면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던 것 같다.

그런데 박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자신의 약속을 잊어버린 듯 행동했다. 그의 리더십에 온갖 문제가 불거졌다. 그는 도무지 국민들과 소통하려고 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그를 가리켜 ‘수첩공주’라고 했다. 그의 협량, 불통에 대한 조롱이었다.

그러나 그는 오불관언이었다. 그의 일방주의는 자신의 참모들까지 싸잡아 비판 받게 했다. 박 대통령의 비서들과 각료들은 그의 말을 받아쓰기에 바빴다. 그러한 행동을 가리켜 국민들은 ‘적자생존’이라고 놀렸다. 박 대통령은 거기에 그치지 않았다. 자신의 뜻을 거스르는 사람들을 핍박했다. 권력분립이라는 헌법 정신도 무시했다. 그의 고집이 절정에 이른 것은 자기를 비판하는 새누리당의 국회원내대표를 쫓아내고 국회의원총선거에서 진박 소동을 자초한 것이었다.

국회의원총선거에서 새누리당이 일당의 자리를 내주고 나서도 그런 기조는 변화하지 않았다. 오히려 기세등등했다. 박대통령의 파국은 예정돼 있었다. 최순실 사태는 단지 방아쇠였을 뿐이다. 국민이 최순실의 국정농단에 대해 그토록 분노하고 있는 까닭도 박 대통령이 지금까지 보여줬던 리더십의 행태 때문일 것이다.

지금 헌법재판소는 국회가 탄핵소추한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 여부를 따지고 있고, 특별검사는 최순실과 박 대통령의 범법 행위를 추적하고 있으며, 국회는 국정조사를 통해 이 사태의 실체를 파헤치고 있다.

이들의 관심사 가운데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세월호 참사 당시 박 대통령의 대처에 대한 것이다. 세월호 사고가 일어난 당일 박 대통령이 무엇을 하면서 시간을 보냈던지 세월호 참사에 대한 박 대통령의 공감 능력은 정말 문제였다. 박 대통령은 국민들과 아픔을 함께 하는 대통령이 아니었다. 공감 능력. 이 또한 여성주의 가치의 핵심이라고 한다면 우리는 지난 대통령선거에서 박근혜 후보를 몰라도 너무 몰랐던 것이다.

박 대통령의 실패는 여성주의 가치의 부재 때문이었다. 우리가 기대했던 것처럼 박 대통령이 여성주의 리더십을 제대로 보였더라면 이런 국정혼란을 겪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다. 박대통령의 오류를 성찰하면서, 2017년 대통령 선거에서는 여성주의 가치를 제대로 이해하고 실현할 수 있는 지도자가 나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본다. 여성이어도 좋고 남성이어도 좋다. 지난 한 해 동안 히포시 운동이 강조했던 바와 같이, 여성주의는 여성과 남성이 함께 추구하는 이 시대의 가장 중요한 가치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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