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미래를 이끌어 갈 여성 지도자상] 이경숙 한국전력 기획처 조직개발실장

27년간 ‘남초’ 조직에서 새 길 개척  

기획전문가로서 후배 양성에도 앞장

 

이경숙 한국전력 기획처 조직개발실장은 여성 후배들에게 “승진 때문에 조급해하기보단 실력을 키우고 다양한 사람들과 관계 맺기에 집중하면 기회는 반드시 온다”고 조언했다. ⓒ이정실 사진기자
이경숙 한국전력 기획처 조직개발실장은 여성 후배들에게 “승진 때문에 조급해하기보단 실력을 키우고 다양한 사람들과 관계 맺기에 집중하면 기회는 반드시 온다”고 조언했다. ⓒ이정실 사진기자

대표적인 ‘남초’ 공기업 한국전력에서 두터운 ‘유리천장’을 뚫고 고위직에 오르는 일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경숙(53·사진) 기획처 조직개발실장은 “운이 좋았을 뿐”이라고 말하지만, 그 말 속엔 새로운 길을 개척해온 삶이 그대로 묻어났다. 1989년 입사 동기 300여명 중 여성은 단 5명 모두 결혼과 함께 회사를 떠났고, 남은 남자 동기 중에도 지금의 자리에 오른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다.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아왔을 그의 27년이 어렴풋이 짐작됐다. 이 실장은 ‘미래를 이끌어 갈 여성 지도자상’ 수상 소식에 “선배로서 여성 후배를 잘 이끌어야 한다는 사명감과 책임감을 무겁게 느낀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 실장은 한전이 대졸 여성을 처음 공채하기 시작한 1989년 입사했다. 당시는 여성 사원은 문서보조나 비서같은 국한된 업무에만 배치되던 때였다. 남성과 승부하기 위해선 남성들보다 더 능력을 발휘해야 인정받을 수 있었다. 이 실장도 예산 업무와 기술기획, 지역본부 기획관리실장, 기획처 조직개발실장 등 다양한 기획 업무를 담당하면서 한전 내 기획전문가로서 입지를 확고히 했다. 2006년엔 발전 분야 신기술을 접목한 IGCC(석탄가스화) 발전소 도입을 기획해, 약 10개월 만에 5900억원의 대규모 정부과제를 성사시키기도 했다.

 

이경숙 한국전력 기획처 조직개발실장 ⓒ이정실 사진기자
이경숙 한국전력 기획처 조직개발실장 ⓒ이정실 사진기자

특히 2007년 여성으로는 처음 부장으로 승진 이후 고유의 팀 색깔을 만들면서 기존 남성 관리자와는 다르다는 평을 받았다. 일방적, 수직적인 지시형 팀 문화를 벗어나 개방적이고 수평적인 팀워크 중심 문화를 만들기 시작했다. 이 실장은 “후배들이 붙여 준 별칭이 빅 이어(Big ear·큰 귀)”라며 “팀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대화를 통해 개선점과 대안을 찾다 보니 자연스레 코칭을 요청하는 후배들이 많이 찾아온다”고 했다. 소통을 중시하고 포용하는 리더십이 남성 상사들과 다르다는 평을 받는 것도 그의 이런 업무 방식 덕분이다.

현재 한전 상임이사 7명 중 여성은 아직 한 명도 없다. 하지만 2015년 12월 민간기업 상무에 해당되는 처장급에 이 실장이 임명되면서 견고했던 한전의 유리천장에도 서서히 균열이 가고 있다. 2007년 부장, 2014년 1(을)직급 승진을 통해 여성 관리자로서 새 길을 내는 한편, 선배로서 후배들의 성장도 이끌고 있다. 실제로 최근 3년간 한전에선 부장급에 여성 9명이 배출됐고 차장급을 포함한 여성 간부도 270여명을 넘어섰다. 그는 특히 여성 후배들을 향한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이 실장은 “특히 여성 후배는 제게 긍정적인 자극을 주는 경쟁자이자 다른 관점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멘토이기도 하다”면서 여성 선후배의 연대를 강조했다. 이어 그는 여성 후배들에게 ”성공이나 승진 때문에 조급해하지 말라”며 “실력을 키우고 다양한 사람들과 관계 맺기에 집중하다보면 기회는 반드시 온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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