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여성신문을 내다보다

[여성신문 편집위원회] 사회 정치 문화 등 전분야에 대한 젠더 목소리에 주목해야   

촛불 정국 이후 높아진 공정·정의·상식에 대한 시민 요구 반영해야 한다

2017년 대선 후보 젠더 의식 검증해야 ·

 

여성신문 편집위원회 외부위원들이 12월 14일 편집위원회 회의를 하고 있다. ⓒ이정실 사진기자
여성신문 편집위원회 외부위원들이 12월 14일 편집위원회 회의를 하고 있다. ⓒ이정실 사진기자

여성신문 편집위원회 위원들은 2017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유력 후보들의 젠더 의식을 검증하는 한편, 더 다양한 주체의 목소리를 온라인을 통해 소통하고 지면에 담을 것을 당부했다. 지난 12월 14일 열린 2016년 하반기 여성신문 편집위원회는 2016년 여성신문을 돌아보고 2017년을 내다보는 자리였다. 또 내년 2월 설날을 기점으로 변경을 예정하고 있는 베를리너판형에 대한 의견도 나눴다. 이날 회의에는 김양희 젠더앤리더십 대표, 김형준 명지대 교수, 박찬재 한국여성경영자총협회 회장, 박혜란 여성신문 편집위원장, 손지애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 이건 한국문화재재단 경영이사, 장병인 하우스컨설팅 대표, 김효선 여성신문 발행인, 박길자 여성신문 컨텐츠부 부장, 신준철 여성신문 뉴미디어부 부장이 참석했다.

 

김양희 젠더앤리더십 대표 ⓒ이정실 사진기자
김양희 젠더앤리더십 대표 ⓒ이정실 사진기자

김양희-2017년은 ‘젠더 민주주의’, ‘젠더 정의’ 개념을 지면에 담았으면 좋겠다. 젠더 정의를 풀지 않고는 다른 정의를 풀 수 없다. 촛불집회를 통해서 사회가 정의롭고 바른 사회로 가야한다는 열망이 높다. 시청광장에서 열린 시민평의회에 10대 청소년부터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우리 정치나 사회에 대해 새로운 것을 갈망하는 목소리가 굉장히 높았다. 여성신문도 이러한 환경을 반영했으면 한다.

 

이건 한국문화재재단 경영이사 ⓒ이정실 사진기자
이건 한국문화재재단 경영이사 ⓒ이정실 사진기자

이건-여성 리더십에 대한 새로운 정의가 필요하다. 이번 게이트를 통해 여성 리더십이 엄청난 타격을 입었다. 무엇이 옳고 그르다는 아니지만, 이전에는 여성이 고위직에 오를 기회 자체가 박탈돼서 그 기회를 열어주는 것에 집중돼 있었다면 이제는 그걸 뛰어넘는 리더십이 보여줘야 한다. 여성이 못하면 더 가혹한 평가가 따라온다. 이번 사태에서도 박근혜 대통령이 못한 게 아니라 여자가 못한 것으로 몰아세워지는 것처럼 말이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 ⓒ이정실 사진기자
김형준 명지대 교수 ⓒ이정실 사진기자

김형준-곧 대선이다. 대선 후보들에게 여성 정책, 젠더에 관한 공통 질문을 던졌으면 한다. 1년 이내에 반드시 해야 할 과제. 최우선 항목으로 해야 할 것을 정해서 후보의 의견을 듣고 약속을 받아야 한다. 선출된 새 대통령은 인수위 없이 바로 대통령직을 시작한다. 새 정부가 이뤄야 할 젠더 정책을 알아보는 것도 필요하다. 말뿐인 공약이 되지 않도록 후보가 공약과 정책에 로드맵을 함께 제시하도록 해야 한다. 또 각 정책마다 어떠한 프로세스를 통해 어떤 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지 분석해야 한다.

 

손지애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 ⓒ이정실 사진기자
손지애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 ⓒ이정실 사진기자

손지애-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당시 기업에서 수많은 여성들이 해고되는 모습을 봤다. 2017년 경제가 어려워지면 더 심해질 거다. 여전히 회사가 어려우면 사내부부 중 여자가 먼저 퇴사해야 한다는 보이지 않는 압력이 있다. 여성을 경제에 투입해야 하고 위기일수록 여성 노동력을 써야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기업들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미래가 불안한 기업들에게도 정부가 대안 보장을 확실해줘야 하지만 그렇지 않으니 여성 인력을 쓰지 않는다. 정부는 가장 약한 사람을 보호해야 한다. 그게 바로 여성이다. 보호 차원에서라도 이 부분을 대비해야 한다.

 

장병인 하우스컨설팅 대표 ⓒ이정실 사진기자
장병인 하우스컨설팅 대표 ⓒ이정실 사진기자

장병인-여성신문은 대체 불가의 '온리원'이다. 마트같은 일반적인 신문이 있다면 부띠크같은 전문적인 신문이기 때문이다. 온라인이 활성화되면서 정보 수요는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부띠크신문의 진가는 이제부터라고 볼 수 있다. 독자에 대한 시나리오를 작성하고 관행적인 신문 제작 습관(취재, 편집)은 탈피해야만 한다. 부띠크의 옷이 마트와 질이 같다면 누가 애써 부띠크를 찾겠는가. 베를리너판형의 변화를 계기로 독자의 니즈를 돌아보고 체계적이고 시스템화된 신문으로 거듭나야 한다.

 

박찬재 한국여성경영자총협회 회장 ⓒ이정실 사진기자
박찬재 한국여성경영자총협회 회장 ⓒ이정실 사진기자

박찬재-주변 중소기업을 보면 지금 투자를 하지 않는다. 하던 사업도 정리할 정도로 내년 경제가 불안정하고 불확실하다는 얘기다. 2008년 글로벌 경제 위기 당시에 저도 멋모르고 달려가다가 큰 위기를 겪었다. 이제는 경제 전망이 좋지 않다고 하면 빨리 준비해서 살 궁리부터 한다. 앞날이 불투명하고 미래가 안보여서 저부터도 망설이고 있다. 일자리 창출도 중요하지만 기업 생사가 더 중요하지 않나. 안정감이 굉장히 필요하다.

김형준-최근 우리 사회가 지향할 가치로 공정한 사회와 책임지는 사회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불안이 심해지면 처음에는 자기 부정을 하다가, 좌절로 이어지고 해결이 되지 않으면 결국 분노하게 된다. 분노를 해결해 줄 누군가를 찾게 되는데 그때 나치라는 괴물이 등장할 수 있다. 이 분노를 해소하지 못하면 우리 미래는 어두울 수 밖에 없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정과 기회 균등이라는 가치가 중요하다. 최근 논의되는 개헌으로는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조직문화를 바꾸는 것이다. 여성이 들어가서 바꿔내야 한다.

 

박혜란 여성신문 편집위원장 ⓒ이정실 사진기자
박혜란 여성신문 편집위원장 ⓒ이정실 사진기자

박혜란-이번 일을 계기로 사람을 제대로 키워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동안 우리는 성공 기계로 자란 사람들을 부러워했다. 고시를 패스해 고위직에 오른 우병우를 부러워한 것처럼. 최순실도 자신의 딸 정유라를 성공시키기 위해 갖은 편법을 쓴 것도 엄마의 이기심 때문이다. 사실 많은 부모들이 자녀를 더 좋은 대학에 보내고 성공시키기 위해 무엇이든 더 해주려고 한다. 최순실만의 잘못이 아니라 우리 모두 고도성장 과정에서 삶의 목표가 세속적 성공에 맞춰져 있었다. ‘뭣이 중헌지’ 생각하지 않다가 된통 당한 거다. 나부터, 내 후손부터 진짜 사람다워야 한다. 여성신문이 근본으로 돌아가서 자기 성찰하고 후세를 제대로 키우고 사회에서 잘못되는 것을 끊임없이 눈을 반짝이고 지적하고 고쳐나가야 한다.

김양희-자기반성만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실천으로 이어져야 한다. 양육은 한 사람을 시민으로 키우는 공익적인 일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 내 아이만 잘 키우려고 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그래서 일·가정 양립 말하면 가족 이기주의를 부추기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괜찮은 지위의 사람들이 더 누리기 때문이다. 양육은 아이를 반듯하게 키우는 책임을 사회로부터 위임받은 거다. 사회가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그렇게 이해하고 키워야 한다. 경제 섹션을 강화해서 젠더관점이 있는 대안경제, 대안 자본주의에 관한 내용을 포함하면 좋겠다. 현재로서는 여성관련 경제 뉴스 자체가 많지 않겠지만 기획을 잘 해서 만들어가길 바라란다. 현재 소비자소식도 젠더 관련성 속에서 다루면  여성의 구매력이나 여성 소비자 파워 를 잘 드러낼 수 있을 것이다.  독자투고와 객원기자 제도를 잘 활용하길 제안한다. 여성주의를 확실히 드러내는 기획을 강화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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