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쌀한 날씨에도 전국 50여곳서 70만 촛불 밝혔다

크리스마스 맞아 축제 분위기 물씬 “민주주의 꿈꾼다”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시민들이 박근혜 대통령 퇴진 촉구 제9차 범국민 촛불집회에 참여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시민들이 박근혜 대통령 퇴진 촉구 제9차 범국민 촛불집회에 참여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시민들이 박근혜 대통령 퇴진 촉구 제9차 범국민 촛불집회에 참여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시민들이 박근혜 대통령 퇴진 촉구 제9차 범국민 촛불집회에 참여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9차 촛불집회는 성탄 전야를 맞아 축제 분위기로 가득했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국민들의 목소리는 여전히 엄중했다. 쌀쌀한 날씨에도 60만(오후 8시 30분 기준·주최 측 추산) 시민은 광장에 모여들어 촛불을 밝혔다. 서울·부산·광주·대구·대전 등 전국 50여 곳에서는 70만 시민들이 ‘박근혜 즉각 퇴진’을 외치며 촛불집회의 뜨거운 열기를 이어나갔다.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이하 퇴진행동)은 24일 오후 5시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끝까지 간다! 9차 범국민행동-박근혜 정권 즉각 퇴진·조기 탄핵·적폐 청산 행동의 날’ 촛불집회를 열었다. 급격히 추워진 영하의 날씨에도 시민들은 한목소리로 “하야 크리스마스” “메리 퇴진” 등을 외치며 박근혜 조기 탄핵을 촉구했다.

크리스마스 이브인 만큼 이날 광장에는 산타 복장을 하거나 루돌프 머리띠를 한 시민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산타클로스 모자와 빨간색 외투를 입고 사슴뿔 장식이 있는 머리핀을 단 집회 참석자들은 성탄 전야의 축제 분위기를 달아오르게 했다. 가족이나 연인, 친구 단위의 시민들은 크리스마스 이브를 한껏 즐기면서도 박근혜 퇴진을 위해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본집회는 지난 19일 가수 윤종신씨가 발표한 ‘그래도 크리스마스’ 뮤직비디오 상영으로 문을 열었다. 뮤직비디오는 국정농단, 촛불집회 모습 등이 애니메이션으로 구성돼 화제가 된 바 있다. 뮤직비디오 상영 이후 사회자는 진행을 이어갔으며, 시민들의 자유발언 이후 자전거 탄 풍경(이하 자탄풍)은 잔잔하면서도 가슴 따뜻해지는 공연을 펼쳤다.  

 

이날 광화문광장에는 산타 복장을 하거나 루돌프 머리띠를 한 시민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뉴시스·여성신문
이날 광화문광장에는 산타 복장을 하거나 루돌프 머리띠를 한 시민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뉴시스·여성신문

‘너에게 난, 나에게 넌’을 부르며 무대에 오른 자탄풍은 시민들에게 “여러분 지치지 마시라. 아이들에게 더 나은 세상을 물려주자”며 ‘아빠가 미안해’라는 노래를 불러 많은 이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소속 이재화 변호사는 발언대에 올라 “우리는 시민 혁명의 위대한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다”며 “국회가 탄핵소추안을 통과시키고 검찰이 박근혜를 피의자로 입건하게 한 것도 국민”이라고 강조했다. 이 변호사는 이어 “박근혜 퇴진 이후 반드시 인적 청산을 이뤄야 한다”며 “청문회에서 뻔뻔하게 오리발을 내민 김기춘을 구속시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그는 헌법재판소를 향해 “탄핵 심판이 오래 걸릴 이유가 없다. 재판 지연은 또 다른 부역”이라며 “촛불이 사그라지면 헌재는 언제든 엉뚱한 판결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두 딸의 엄마라고 자신을 소개한 30대 여성은 발언대에 올라 “광화문에 나온 교복 입은 아이들을 보며 참 미안했다”며 “투표하지 않은 미래를 살아가야 할 아이들에게 어른들을 대신해 ‘진심으로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6시에는 어김없이 소등 행사가 진행됐다. 특히 이날 퇴진행동 측은 정부청사를 건물 벽면을 향해 레이저 불빛으로 ‘박근혜 구속 조기탄핵’이라는 글씨를 띄우는 퍼포먼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이어 시민들은 사회자의 구호에 맞춰 “박근혜를 구속하라, 헌재는 조기 탄핵하라!” “황교안도 공범이다. 황교안도 물러나라!”고 외쳤다.   

 

박근혜정권퇴진청년행동 소속 학생들이 24일 열린 9차 촛불집회를 마친 뒤 박근혜 대통령의 구속수사를 촉구하며 수갑을 선물하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뉴시스·여성신문
박근혜정권퇴진청년행동 소속 학생들이 24일 열린 9차 촛불집회를 마친 뒤 박근혜 대통령의 구속수사를 촉구하며 수갑을 선물하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뉴시스·여성신문

 

박근혜정권퇴진청년행동 소속 학생들이 24일 열린 9차 촛불집회를 마친 뒤 박근혜 대통령의 구속수사를 촉구하며 수갑을 선물하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뉴시스·여성신문
박근혜정권퇴진청년행동 소속 학생들이 24일 열린 9차 촛불집회를 마친 뒤 박근혜 대통령의 구속수사를 촉구하며 수갑을 선물하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뉴시스·여성신문

앞서 촛불집회는 오후 1시30분에 방송인 김제동씨가 사회로 나선 토크 콘서트 ‘만민공동회’로 문을 열었다. 현 시국에 대해 토론하는 자리로 마련된 자리다.

김씨는 청와대 쪽을 가리키며 “(박 대통령이) 내려오면 될 걸 가지고 왜 이렇게 사람들을 고생시키느냐”고 꼬집어 시민들의 박수를 받았다.

이날 만민공동회에서는 특히 한 중학생의 발언이 눈길을 끌었다. 서울의 한 중학교에 다닌다는 오정태군은 자유발언에 나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새누리당,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 일침을 날려 시민들로부터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오군은 “‘우병우 청문회’를 보다가 화가 났다. 저렇게 무관심한 태도와 국민을 우롱하는 자세로 청문회에 임하는 거 보면서 ‘제대로 해야지, 저런다고 죄가 덮어질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다”고 질타했다.

오군은 대선 출마가 유력한 반기문 사무총장을 향해 “유엔 사무총장에서 내려올 기름장어님이 자꾸 간을 보고 계신다. 안 그래도 흙탕물인 곳을 헤집어 놓지 말고, 처신을 어찌 해야 할지 생각해서 차분하게 행동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근혜 정권 퇴진 청년행동’은 오후 3시30분 서울 종로구 KT 광화문지사 앞에서 ‘박근혜 퇴진 청년 산타 퍼레이드’를 열었다. 행사에는 크리스마스 이브를 맞아 산타로 변신한 청년 200여명이 모여 박 대통령 즉각 퇴진과 처벌을 촉구했다.

촛불집회용으로 개사한 캐럴에 율동을 선보인 산타들은 자선단체에서 기부 받은 어린이용 그림책부터 주최 측이 준비한 세월호 노란 리본, 박 대통령 퇴진 스티커 등을 광장에 나온 아이들에게 선물했다. 선물을 받은 한 아이는 “언니 오빠, 아까 선물을 줘서 고마워. 그리고 사랑해. 그리고 크리스마스 잘 보내”라고 쓴 편지를 통해 고마운 마음을 전해 훈훈함을 더했다.

사전행사에서는 헌법재판관에게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의 조기 결론을 요구하는 편지보내기 이벤트, 박근혜 대통령의 실정을 죄명으로 적는 ‘박근혜 구속트리’ 이벤트, 잇따른 의혹을 양파에 빗댄 퍼포먼스도 열렸다.

오후 4시 ‘물러나쇼’에는 가수 마야가 참석해 ‘진달래꽃’을 불렀다. 그는 “이 노래를 이렇게 절실하게 불러본 적은 처음”이라며 현 시국에 대한 애통함을 에둘러 표현했다. 그는 이어 “2014년 4월 16일을 잊지 않겠다. 여러분과 배를 함께 띄워보겠다”며 ‘뱃놀이’를 불렀다.

한편 박 대통령 탄핵 반대를 외치는 보수단체들 역시 맞불을 놨다.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탄기국)는 오후 4시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가자, 대한문으로! 밤을 빛낼 태극기’를 주제로 집회를 열었다. 경찰 추산으로 오후 5시 기준 1만5000여명이 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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