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주의 아줌마 어록

아이가 투정을 자주 부린다.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이 생기면 그때부터 사정없이 소리지르고 울고 때로는 자기 부모의 몸을 할퀴거나 때리기까지 한다. 덕분에 나는 아이가 생기고 난 이후 숱하게 얻어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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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 대한 나와 남편의 반응은 다음과 같다. ①아이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갖은 아양을 떤다. ②그도 안되면 연기작전으로 돌입, 거짓말을 꾸며대며 아이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린다. ③그런데도 아이의 폭력이 지속되면 같이 폭력을 행사한다. ④아이가 울음을 터뜨리며 투정을 멈추면 아이를 끌어안고 달랜다. ⑤그러나…반복되지 않길 바라는 이러한 상황은 계속 반복된다.

내가 아이를 낳기 전에 다짐한 것이 있다. 하나는 절대로 때리지 않는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무조건 어른에게 순종하고 말 잘 듣는 아이로 키우지 않겠다는 거였다. 그러나 지금 나는 가끔 아이를 때리기도 하고 “제발 말 좀 잘 들어”라는 말을 제일 많이 하기도 한다. 내가 혐오해 마지 않았던 어른들의 교육방식과 별로 달라져 있지 않다.

이 세상의 모든 물건이 자기의 놀이감일 수 밖에 없는 아이, 자유스럽게 자기 마음대로 놀고 싶은 아이, 마냥 그렇게 놔뒀다간 생활이 엉망이 돼버리는 어른, 그래서 아이에 대해 통제할 수 밖에 없는 어른, 이 두 양자는 그래서 늘 대립적일 수 밖에 없다. 어른도 살면서 아이도 살릴 수 있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아이를 어떻게 길러야 하나.

‘우리 부부가 지켜야 할 약속’. 이것은 얼마 전에 남편과 내가 결혼생활을 하면서 지켜야 할 원칙들을 써서 적어놓은 글이다. 말하자면 우리 가정의 법률이라고나 할까.

결혼한 지 6년 3개월이 되면서 터득한 것은 미리 싸움과 갈등의 소지가 될 만한 것들은 서로의 합의 하에 원칙을 정해놓는 것이 현명하다는 것이다. 결혼 전에 나는 크게 두 가지를 남편과 합의했었다. 내가 평생동안 사회생활을 한다는 것과, 가사·육아를 분담한다는 것이었다. 나는 이만하면 꽤 결혼준비를 잘했다고 자신했다. 그러나 결혼을 하고 보니 예상치 못했던 일들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내가 이러저러 하리라고 예상했던 결혼과 남편이 예상했던 것은 아주 달랐다. 결혼 전에 왜 중요한 사안들을 미리 얘기하지 않았느냐는 내 말에 결혼하면 내가 따라 주리라고 생각했었다는 남편의 대답을 듣고 나는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결국 진정으로 우리는 서로의 생각과 의식을 알지 못한 채 결혼 속으로 뛰어든 것이었다. 더 많은 얘기들을 나누어야 했었고 더 많이 짚고 넘어가야 했었다.

우리가 정해놓은 원칙은 6년여 결혼생활동안 우리 부부가 싸우며 갈등했던 것들을 이제야 비로소 합의해 놓은 것이라 할 수 있다. 불평등한 명절문화 때문에 우리는 얼마나 많이 말다툼을 했던가. 그외에도 여행, 육아, 저녁에 늦는 횟수, 대화방법, 종교문제에 이르기까지 세세하게 적어 놓았다.

결국 세세한 것들은 부부가 살아가면서 부딪치며 합의를 끌어낼 수 밖에 없겠지만. 기본적인 틀은 결혼 전에 얼마든지 합의해놓을 수 있다. 그렇다면 불필요한 싸움과 갈등의 시간들을 얼마나 많이 줄일 수 있을 것인가.

결혼하기 전에 선배들의 좋은 경험과 통찰을 많이 들을 수 있었더라면 지금보다는 훨씬 더 서로의 생각을 귀기울여 들으려 했을 텐데… 훨씬 더 서로를 잘 바라다보려고 했을 텐데… 이 사회에서 ‘결혼’과 ‘가족’이 놓여 있는 자리를 훨씬 더 잘 이해했을 텐데…

그래서 무엇이 문제이고 어떤 방향으로 해결해 가야 하고 어떤 방법으로 해결해야 하는지도 보다 환하게 보였을텐데. 결혼만큼, 부모노릇만큼 잘 알지도 못하면서 무모하게 뛰어드는 것이 있을까. 왜 우리는 결혼하기 전에, 부모가 되기 전에 배울 수 없었을까.

다행히 이러한 문제의식을 가진 사람들끼리의 자조적인 모임이나 교육이 점점 많아지고 있어 반갑다. 결국 이러한 경험들이 모여 더 많은 가지들을 뻗어내게 할 것이고 열매를 맺게 할 테니까. 결혼 햇수가 늘어날수록, 아이가 커갈수록 나는 더 뼈저리게 느낀다. 끊임없이 배워가야 한다는 것을.

강시현/웹진<@zooma> 객원기자

[금주의 아줌마 어록]

악법도 법이다-소크라테스

악법은 폐지 또는 개정되어야 한다.2001년 호주제 폐지의 원년을 기대하며-@zoo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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