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미 “제 영화에서만큼은 여성이 맘껏 뛰놀았으면….”
이경미 “제 영화에서만큼은 여성이 맘껏 뛰놀았으면….”
  • 강푸름 여성신문 기자
  • 승인 2016.12.21 21:48
  • 수정 2016-12-24 11: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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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자 인터뷰] 2016 올해의 양성평등문화인상 이경미 영화감독

독보적인 여성 캐릭터

특유의 매력 뿜어내

 

2016 올해의 양성평등문화인상을 수상한 이경미 영화감독. ⓒ이정실 사진기자
2016 올해의 양성평등문화인상을 수상한 이경미 영화감독. ⓒ이정실 사진기자

“제게 있어 영화를 만드는 일은 자기탐구와도 같은 과정이에요. 그렇다보니 주로 여성이 주인공인 영화를 만들게 됐죠. 극중 모든 인물을 성별이나 나이로 차별하지 않기 위해 항상 노력하고 있어요.”

올해의 양성평등문화인상을 받은 이경미(43) 영화감독은 강렬하고 독특한 여성캐릭터를 만들어내기로 유명하다. 본인의 강점을 “캐릭터와 디테일”이라고 꼽는 그는 ‘미쓰 홍당무’(2008)의 양미숙에 이어 올해 ‘비밀은 없다’에서도 연홍이라는 독보적인 여성 캐릭터를 탄생시켰다. 이 감독은 우리사회에 내재돼있는 성 고정관념을 은유적으로 비판하고 남녀를 평등한 주체로 내세우는 영화를 만들어 성평등 문화를 확산시키는 데 기여하고 있다.

연홍은 사라진 딸을 찾기 위해 분투하는 ‘엄마’로 등장하지만, 그는 전형적인 어머니상이나 틀에 박힌 모성성에 갇히지 않는다. 광기와 불안, 히스테리를 응축해 뿜어내는 폭발적인 힘은 연홍이 지닌 매력 중 하나로 꼽힌다. 연홍은 강한 힘을 토대로 서사의 중심에서 영화 전체를 이끌어간다.

“양성평등문화상을 받게 됐다는 소식을 듣고 제가 양성평등을 위해 무슨 일을 했나 되돌아봤어요. 제 영화의 주인공은 대개 여자들이에요. 개성 강한 여성들이 극의 중심을 이끌어가죠. 그렇다보니 남자 캐릭터는 상대적으로 비중이 적을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남자캐릭터가 의미 없이 소모되지 않게 하기 위해 그들에게도 예민하게 신경을 쓰고 있죠.”

이 감독은 “여성 감독이라서 남자 캐릭터를 못 만든다는 말이 듣기 싫었다”며 “비중이 적은 인물일수록 입체감 있게 만들기 어렵지만 남자캐릭터에도 생동감을 불어넣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고 말했다. 성별에 차이 없이 애정을 담아 작업하는 그에게서 양성평등문화인의 면모를 엿볼 수 있었다.

올해 ‘비밀은 없다’로 파리한국영화제 관객상,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감독상, 부산영화평론가협회상 대상, 올해의 여성영화인상 각본상 등 각종 상을 휩쓴 그는 여성감독으로서 저력을 다시 한 번 과시했다. 특히 여성캐릭터가 중심이 돼 극을 이끌어갔다는 점에서 ‘비밀은 없다’는 “성평등 인식의 지평을 넓힌 대담한 성 정치학 텍스트”라는 평을 받았다.

스물여덟의 나이에 직장을 그만두고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영화과에 진학한 이 감독은 다소 늦게 영화판에 뛰어들었다. 영화를 알게 된 후 영화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됐다는 그는 졸업작품으로 만든 단편영화 ‘잘돼가? 무엇이든’으로 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으며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잘돼가? 무엇이든’으로 여성영화제에서 상을 받고 난 후, 제가 여성이라는 것이 참 자랑스러웠어요. 영화라는 분야에서 여성으로 실력을 인정받았다는 점이 자부심과 자긍심을 느끼게 했죠. 가끔씩 잊다가도 여성감독으로 상을 받게 되거나 여러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여성 분들을 보면서 힘을 얻고 제 정체성을 다시 생각하게 돼요.”

영화에 대한 뜨거운 열정으로 새로운 이야기와 캐릭터를 만들어내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그의 행보가 궁금해졌다. 

“저는 모든 이야기의 궁극적인 목표가 ‘사람에 대한 이해’라고 생각해요. 재미있고 매력적인 캐릭터를 만드는 것도 매우 중요하죠. 앞으로도 개개인의 인물에 집중하며 그들에게서 이야기를 이끌어내기 위해 세밀하게 파고드는 작업을 계속 해나가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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