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수경/미국통신원.sookyung@yah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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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정이 넘치는 보수주의를 표방하며 낙태권의 부분적 인정이라는 공약까지 동원했던 부시 대통령당선자의 내각이 발표되면서 그의 면모가 구체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문제는 외관상으로는 여성, 흑인, 히스패닉이 골고루 섞여 구색을 맞추고 있지만 그들의 실제 성향은 보수적 백인남성들의 의견을 대변하는 데 불과하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다.

11일 현재 상원 인준청문회를 겨냥해 여성·시민단체들이 맹렬히 승인저지 운동을 벌이고 있는(린다 샤베즈 노동장관 지명자는 10일 결국 사퇴) 몇몇 각료 지명자들의 면면을 살펴본다.

낙태권의 적, 죤 애쉬크로프트

법무장관에 지명된 애쉬크로프트는 전 미주리주 상원의원으로 클린턴 대통령이 임명한 사법권자들의 승인을 저지하는 데 성공해 우익의 영웅이 됐다. 그러나 선거를 눈 앞에 둔 지난 해 11월 7일 불의의 비행기 사고로 숨진 민주당의 멜 캐너헌의 뒤를 이은 미망인 짐 캐너헌에게 패배, 재선에는 실패하였다.

오순절교회 목사의 아들로 보수적 기독교 전통을 가진 애쉬크로포트는 상원에 진출하기 전 미주리 주지사와 주 법무장관을 역임하며 낙태와 동성애자들의 권리부터 인종과 종교문제에 이르기까지 매우 민감하고 중요한 정치적 이슈들에 대해 대단히 보수적인 입장을 견지해 왔다. 상원에 입성한 후에도 총기규제와 낙태권 반대를 주장해 온 그는 99년 미주리주 대법원 흑인판사인 로니 화이트의 연방판사 임명을 반대하면서 ‘인종주의자’란 비난을 받아왔다.

흑인인권운동단체인 NAACP와 여성운동단체인 NOW(The National Organization for Women), 전국 낙태와 가임권 운동연합, 전국 형사전문 변호사 연합회 등 진보그룹들은 이번 임명을 극렬하게 반대하며 애쉬크로프트의 청문회를 진행할 상원 사법위원회 위원들과의 모임을 통해 분명한 반대의사를 표명할 예정이다.

특히 시민운동· 여성운동· 노동운동 단체들이 제휴한 인권 운동 지도자 협의회(The Leadership Conference on Civil Rights)가 이번 저지운동에 참가할 뜻을 밝히면서 이러한 움직임에 한층 가속이 붙고 있다. 이 협의회는 87년 보수주의자인 로버트 복(Robert Bork)의 대법원판사 임명 반대운동을 펼쳐 성공한 바 있으며, 이때 사용되었던 전략들을 바탕으로 전화와 이메일을 이용한 전국적인 승인 반대운동이 이미 확산되고 있는 중이다.

전국 낙태와 가임권 운동연합회 회장인 케이트 미셀만은 이번 청문회가 “미국인들이 조지 부시의 진정한 모습을 규정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환경운동가에게 비난받는 게일 노톤

내무장관에 지명된 콜로라도주 법무장관 노톤에게 토지와 자원을 관리하는 내무부는 낯선 곳이 아니다. 그녀는 특히 석유 채굴을 위해 알래스카 야생 보호지역의 개방을 제안하는 로비활동을 벌임으로써 환경주의자들의 비난을 받았다.

98년 공화당이 반환경적이라는 이미지를 무마시키기 위해 조직한 ‘공화당 환경보호 연합회’의 회장인 노톤은 자유시장 경제원칙에 따르는 것이 환경문제를 해결하는 길이라고 주장해 전통적인 환경보호주의자들의 비난을 사고 있다.

야생생물 보호단체와 국립공원 보호연합회 등 대부분의 환경 단체들은 그녀가 연방 환경보호 규제안에 반대하고 자연보호에 역행하는 그룹들과 연관을 맺어왔음을 들어 “환경과 보수적 이슈에 대한 중도파가 아니라 극우 보수주의자”라고 주장하며 이번 임명을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여성도 반대한 린다 샤베즈

노동장관에 지명됐던 린다 샤베즈는 지난 10일 스스로 사퇴의사를 밝혔다. 91~92년 불법이민자인 과테말라 여성을 가정부로 고용한 사실 때문에 노동장관 자질에 대한 격렬한 논쟁 끝에 내린 결정이었다. 그러나 소수민족 출신이면서도 미국 사회 내 대표적인 보수 우익주자이기에 샤베즈의 면모를 잠깐 살펴보기로 하겠다.

전 민주당원이자 노동조합원이었던 린다 샤베즈는 80년 강력한 군사정책을 공약으로 내건 로널드 레이건에게 표를 던지면서 공화당으로 돌아섰다. 83년부터 레이건 행정부에서 일한 샤베즈는 86년에는 상원 의원석을 두고 민주당의 바바라 미컬스키와 경쟁을 벌이면서, 미컬스키에 대해 “막시스트 페미니스트” “반남성주의적” 관점을 가졌다고 공격했었다.

샤베즈는 특히 본인이 히스패닉 여성이자 노동조합원 출신이면서도 히스패닉· 여성· 노동운동 그룹들의 강력한 반발을 사고 있다.

우선 그는 최저임금 인상을 반대하고 사회보장 연금의 축소를 찬성했다. 또 여성들 스스로가 직장보다 가정을 우선함으로써 남성과는 다른 선택을 하기 때문에 결국 승진이 어려운 것이라는 극히 남성중심적 관점을 보여왔다. 성폭력사건 관련 소송의 증가는 미국을 “울보들의 나라”로 만드는 것이라고 말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미 노동총연맹 산업별회의(AFL-CIO) 대표인 죤 스위니는 그녀의 지명에 대해 “미국의 일하는 여성들과 남성들에 대한 모욕”이라고 비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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