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양성평등문화인상에 이경미 영화감독

성평등 인식 확산에 기여한 문화인 9명

문화예술특별상, 신진여성문화인상 등 수상 

 

21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2016 올해의 양성평등문화인상’ 시상식 후 수상자들이 자리를 함께 했다. ⓒ이정실 사진기자
21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2016 올해의 양성평등문화인상’ 시상식 후 수상자들이 자리를 함께 했다. ⓒ이정실 사진기자
 

‘2016 올해의 양성평등문화상’ 시상식이 21일 오후 3시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렸다. 올해 9회째를 맞는 양성평등문화상 시상식은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는 양성평등문화인을 지원하고 격려하는 자리다. 여성·문화네트워크 주최, 여성신문 주관, 문화체육관광부 후원으로 진행됐다. 양성평등문화상은 2008년 제정된 ‘올해의 여성문화인상’이 확대된 사업으로, 지난해 여성발전기본법이 양성평등기본법으로 개정되면서 양성평등 실현 정책의 필요에 따라 명칭을 바꿔 시행하게 됐다.

문화체육관광부장관 표창을 받는 올해의 양성평등문화인상은 이경미 영화감독이 수상했다. 영화 ‘미쓰 홍당무’ ‘비밀은 없다’ 등으로 이름을 알린 이 감독은 우리사회에 존재하는 성 고정관념을 은유적으로 비판하고 남녀가 평등한 주체라는 인식을 확립할 수 있는 영화를 만들어 양성평등 문화를 확산시키는 데 기여했다.

이 감독은 “제게 이야기를 만드는 일은 자기 탐구와도 같은 과정이다. 그러다 보니 주로 여성이 주인공인 영화를 만들게 됐다”며 “이야기가 갖는 궁극적인 목표는 사람에 대한 이해다. 저는 제 영화에서 모든 인물을 성별과 나이를 떠나 평등하게 대하려고 한다. 이는 작품을 만들면서 제가 앞으로 계속해서 가져가야 할 자세”라며 “앞으로도 많은 여성들이 서로를 보면서 힘을 얻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올해의 양성평등문화콘텐츠상은 경력단절 여성의 재취업 도전기를 담아내 여성들에게 도전의식과 희망을 전해준 EBS 연중기획 ‘엄마의 두 번째 출근’이 받았다. 지난해 9월 ‘경력단절여성 재취업 희망프로젝트’라는 부제와 함께 시작된 기획보도는 17부작으로 구성돼 경력단절 배경과 사연, 재취업 과정을 충실하게 그려내 여성의 사회참여를 확대하고 양성평등 문화를 확산시키는 데 기여한 점을 인정받았다.

 

EBS 연중기획 ‘엄마의 두 번째 출근’으로 올해의 양성평등문화콘텐츠상을 받은 이윤녕, 이수민, 이상미 기자. ⓒ이정실 사진기자
EBS 연중기획 ‘엄마의 두 번째 출근’으로 올해의 양성평등문화콘텐츠상을 받은 이윤녕, 이수민, 이상미 기자. ⓒ이정실 사진기자

프로젝트 기획과 취재를 맡은 이윤녕·이상미·이수민 기자는 “많은 사람들이 경력단절 문제를 우리 어머니, 이모, 누나의 이야기라고 느낄 수 있도록 만들고 싶었다.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냈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공감할 수 있었던 것 같다”며 “보이지 않는 곳에서 양성평등문화 확산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해온 분들과 함께 자리를 해 영광이다. 언론, 방송 쪽에서 양성평등 문화 확산을 위해 책임감을 갖고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박혜란 여성·문화네트워크 대표는 “올해의 양성평등문화상 시상식은 우리나라의 양성평등 문화를 확산시키는 데 문화예술인에 대한 격려와 지원을 보내는 자리”라며 “어려운 환경에서도 우리사회가 삶의 질을 한 단계 높일 수 있도록 자기 분야에서 묵묵히 문화예술 활동을 하는 분들을 보면 가슴 한편이 따뜻해진다. 앞으로의 선전을 기대하며 오늘 수상한 분들께 축하의 말씀을 드린다”고 격려를 전했다.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축사를 통해 “영화를 비롯한 많은 문화예술계는 여성들이 보조적인 존재에 머물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오늘 수상하신 분들이 기존의 그 편견과 한계를 깨주시길 바란다”며 “여러분들이 앞으로 바뀔 세상, 평화로운 세상, 정의로운 세상을 만드는 데 앞장서달라”고 말했다.

 

청현문화재단 후원상인 청강문화상을 받은 정진호 작가. ⓒ이정실 사진기자
청현문화재단 후원상인 청강문화상을 받은 정진호 작가. ⓒ이정실 사진기자

 

문화예술특별상 을주상을 받은 제주여민회 제주여성영화제. 이날 이경선 제주여민회 상임대표가 상을 받았다. ⓒ이정실 사진기자
문화예술특별상 을주상을 받은 제주여민회 제주여성영화제. 이날 이경선 제주여민회 상임대표가 상을 받았다. ⓒ이정실 사진기자

청현문화재단이 후원하는 청강문화상은 정진호 그림책 작가에게 돌아갔다. 정 작가는 그림책 ‘위를 봐요!’로 한국 그림책의 저력을 세계에 알리고 출판문화의 저변을 넓히며 문화산업 콘텐츠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정 작가는 “평소에 젠더와 소수자 문제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어 이 상이 더 뜻 깊게 다가왔다”며 “진정한 양성평등은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이 함께 힘을 보탤 때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어렸을 때 화상을 당해 남들과 달랐던 오른손을 이야기하며 “어렸을 땐 남들과 다른 손이 싫어 선서를 할 때도 왼손을 들곤 했는데 그렇게 싫었던 오른손으로 책을 써 상을 받게 됐다. 앞으로도 이 오른손으로 계속해서 작품을 쓰고 내겠다”고 말했다.

문화예술특별상 을주상은 제주여민회 제주여성영화제가 수상했다. 올해 17회를 맞은 제주여성영화제는 그간 매년 열렸으며, 사회와 대중매체 속에서 소외된 여성들의 다양한 삶을 조명하고 영화를 통해 양성평등 인식변화와 지역문화발전을 위해 힘쓰고 있다. 이경선 제주여민회 상임대표는 “이번 양성평등문화인상이 저희에겐 크리스마스 선물이 됐다. 영화를 통해 성평등 확산에 기여하자는 포부를 갖고 영화제를 시작하게 됐는데, 저희의 목적을 많은 분들이 알아주셨다는 것에 감사드린다. 큰 격려가 됐다. 앞으로도 열심히 하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신진여성문화인상을 수상한 싱어송라이터 최고은, 연출·극작가 박서혜, 영화감독 김수정, 배우 로나드 마테오, 사진작가 와이진, 일러스트레이터 씨냉(왼쪽부터). ⓒ이정실 사진기자
신진여성문화인상을 수상한 싱어송라이터 최고은, 연출·극작가 박서혜, 영화감독 김수정, 배우 로나드 마테오, 사진작가 와이진, 일러스트레이터 씨냉(왼쪽부터). ⓒ이정실 사진기자
 

신진여성문화인상은 △영화 ‘파란 입이 달린 얼굴’을 통해 빈곤과 장애, 가족과 노동 등 사회 구조적 문제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데 기여한 김수정 영화감독 △대한민국 최초 내셔널지오그래픽 다이버 수중작가로 우리의 귀중한 자산인 해녀를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에 등재하는 데 크게 기여한 사진작가 와이진(김윤진) △결혼 이주여성배우로서 다양한 문화예술 활동을 통해 다문화인식 개선에 기여한 배우 로나드 마테오 △창작과 연출을 통해 양성평등 관련 공연에 꾸준히 참여하며 양성평등 문화 확산에 기여한 연출·극작가 박서혜 △페미니즘 작가로 여성이 겪는 차별과 고통에 응원과 위로가 되는 작품을 그려 여성문제를 확산시키는 데 기여한 일러스트레이터 씨냉 △장르를 넘나드는 음악 활동으로 여성뮤지션으로서 특출한 기량을 뽐내며 양성평등인식 변화에 기여한 싱어송라이터 최고은 등 6명이 수상했다.

이번 행사에는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이형호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정책관, 서은경 윈(WIN)문화포럼 대표, 윤정연 여성·문화네트워크 이사, 고애란 연세대 생활과학대학원장 겸 생활과학대학장, 김정자 성정문화재단 이사장, 김경집 인문학자, 곽영진 부산대학원 예술문화영상학과 외래교수, 박경주 샐러드극단 대표, 피아니스트 송세진 등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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