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코리아 2017』

『라이프 트렌드 2017』

두 책이 전망하는 내년 트렌드

 

순간순간 충실한 소비하는

2030 욜로족 여성 급증

픽미세대는 휘게라이프 즐겨 

 

7년차 직장인 박지연씨는 월급에서 여행 경비 20만원씩 저축하고 있다. 워커홀릭으로 일에만 파묻혀 지낸 그는 서른 문턱에서 “이대로 살아선 안 되겠다”고 마음을 다잡았다. 김씨는 “예전에는 오늘보다 내일만 바라보고 살았던 것 같다”며 “이제는 오늘을 마지막으로 사는 영화 속 주인공처럼 순간순간에 충실한 소비를 할 생각”이라며 웃었다.

김씨 같은 순간에 충실한 소비를 지향하는 욜로 라이프를 사는 여성들이 늘고 있다. 욜로(YOLO)는 ‘한 번 사는 인생(You Only Live Once)’의 줄임말로, 지극히 현재지향적인 소비 생활을 뜻한다. 참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고 살던 소비자들이 순간순간을 즐기고 도전하기 위해 더 단순하고 명쾌한 가치를 쫓는 소비에 나선 것이다. 욜로 트렌드는 저성장, 저물가, 저금리 시대의 필연적인 결과이기도 하다.

최근 『트렌드 코리아 2017』(미래의창)을 낸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믿을 건 나밖에 없는 세상. 국가도 사회도 가족도 나를 보호해줄 수 없고, 어떻게든 혼자 살아남아야 하는 ‘각자도생’의 절박한 심정이 욜로 라이프로 나타난다”고 말했다. 이를 가장 적극 실천하고 있는 이들이 이른바 ‘픽미세대’로 불리우는 20대 젊은층이다. 김 교수는 “픽미세대는 소비 패러다임을 바꾸는 주역인 동시에 사회변화의 중심 세력으로 조기 대선을 앞둔 2017년에 가장 주목받는 연령층이 될 것”이라며 “각자도생하는 픽미세대는 1인 가구로 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픽미 세대(pick-me generation)란 치열한 경쟁 속에 ‘나를 선택해 달라’는 간절함을 가슴에 품고 사는 20대 디지털 세대다.

 

트렌드 전문가인 김용섭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장은 불확실한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지 않는 이들을 가리켜 ‘투데이족’이라고 칭했다. 김 소장은 『라이프 트렌드 2017』(부키)에서 “‘헬조선’이라 자조하는 다포세대인 20대는 패션만큼은 포기하지 않았다. 요즘 2030은 보편적으로 다 멋쟁이”라며 “패스트 패션과 수많은 온라인 쇼핑몰들이 누구나 적은 비용으로 멋지게 꾸밀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해 준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또 “오늘의 행복을 최우선시하는 사람들이 지향하는 라이프 스타일이 ‘휘게(hygge)’”라며 “휘게는 ‘안락하고 아늑한 상태’를 뜻한다. 어둠 속에서 촛불을 켜고 느긋하게 함께 어울리는 편안한 친교 활동이다. 이미 ‘휘게’가 2017년에는 다양한 분야에서 전방위적으로 쓰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북유럽 스타일의 디자인을 수년간 탐하면서 좀 더 높은 안목을 가진 소비자들도 늘어난 것도 휘게라이프의 영향이다. 덴마크의 건축가이자 디자이너인 핀 율이나 핀란드의 디자이너 알바 알토가 대중적으로 알려진 이유다.

내년 트렌드로 무성애자와 섹스리스의 증가도 주목된다. 무성애자의 70%는 여성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가운데 취향이나 관심사가 맞아 ‘끼리끼리’ 어울리는 화학적 싱글이 늘고 있다. 성적 결합도 없고 부부나 연인 관계도 아니지만 취향과 성격이 맞아 공간을 공유할 수 있다. 아이를 낳지 않는 대신 부부 모두 반려동물을 좋아해 개나 고양이를 입양할 수 있다. 김 소장은 “화학적 싱글의 확산은 결혼을 필수로 여기며 경제력 같은 전통적 가치를 최우선으로 놓던 시대를 지나 이제는 자기 삶에 집중하며 코드가 맞는 사람과 소통하고 연대하는 시대로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5월 청계천에서 시니어 모델 패션쇼가 열렸다. 40여 명의 모델이 50~90대였고, 그중 최고령자는 1927년생인 박양자 할머니였다. 우리 나이로 아흔 살이다. 하지만 전혀 아흔 살처럼 보이지 않는 모습으로 당당한 워킹을 선보였다. 다양한 곳에서 실버 패션쇼를 여는데, 할머니 할아버지 모델들이 런웨이를 걷는다. 이들은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노년 세대다. 바로 ‘뉴 식스티’다. 이는 소비 여력을 갖춘 멋쟁이 60대의 확산과 맥을 같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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