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권위의 여성학자

싱글인 저자 우에노 치즈코

초고령사회 죽음을 말하다

 

“1인 가구 늘면서 병원서, 시설서

못 죽는 ‘임종 난민’ 늘 것…

대안은 집 밖에 없다”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20%를 넘어선 초고령 사회인 일본. 생산가능인구 1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하는 일명 ‘목말형 사회’도 문제지만, 당사자인 노인들에게는 당면한 죽음이 가장 큰 문제일 수밖에 없다. 일본의 사회학자 우에노 치즈코의 신작 『누구나 혼자인 시대의 죽음』은 당면한 노인들의 죽음을 ‘어디서’ 맞을까에 초점을 맞춘 책으로, 65세 이상 인구가 13.2%(2015년 기준)에 이르고 있는 한국 사회에도 시사점이 많은 책이다.

1인 가구는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더불어 노년층에서도 1인 가구는 증가 추세다. 이유는 사별, 이혼, 비혼 등 다양하다. 결혼을 한다 해도 어차피 마지막 순간을 혼자서 맞이할 수밖에 없다. 평소 “병원에서 지내고 싶어 하는 노인은 없다”는 생각을 갖고 있던 저자는 현장 조사를 통해 노인들이 자신의 숨결이 살아 있는 곳에서 죽음을 맞이하고 싶다는 것을 확인했다.

병원은 병을 치료하는 곳일 뿐, 죽음을 맞이하기에는 적절한 장소가 아니기 때문이다. 1인 가구가 계속 증가하면서 “병원에서도, 시설에서도 죽지 못하는 ‘임종 난민’이 늘어날 것이기 때문”에 대안은 집밖에 없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물론 집에서 죽음을 맞으려면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본인의 확고한 의사’와 ‘간병력이 있는 동거가족의 존재’ ‘이용 가능한 지역 의료·간호·간병지원’ 그리고 ‘약간의 여윳돈’이다.

확고한 의사가 없으면, 대개의 가족은 병원행을 당연시한다. 현대 사회는 병원에서 맞는 죽음은 이상하게 여기지 않는다. 가족의 동의 아래 간병을 해본 경험이 있는 동거가족이 필요한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자신의 삶을 반추하며 삶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돕는 주체는 결국 가족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큰 병은 없더라도 만약을 위한 지역 병원 등이 인근에 있어야 한다. 결국은 돈이 문제다. 다른 조건이 완비된다고 해도 여윳돈 없이는 가정임종은 상상할 수 없다.

『누구나 혼자인 시대의 죽음』에 따르면 일본의 경우 싱글의 죽음을 돕는 여러 가지 시스템이 구축돼 있다. 방문간호스테이션, 야간방문진료 등을 전문적으로 지원하는 단체들이 지역마다 활동 중이다. 40대 젊은 의사는 대학병원 의사가 아닌 가정의를 선택해 집집마다 왕진을 돌며 “가족과 함께 지내온 정든 곳을 떠나고 싶지 않다”고 하는 노인들의 상태를 확인한다. 저자 우에노 치즈코는 가정의제도만 정착되어도 가정에서 편안한 임종을 맞이할 수 있는 노인들의 숫자가 현저하게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탄생은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다. 사실 죽음도 내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을 만큼 현대 사회가 녹록하지 않다. 그럼에도 삶과 죽음의 자리를 선택할 수 있어야만 의미 있는 삶의 마무리를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점에서 죽음에 대한 묵직한 이야기를 던짐으로써 저자는 삶의 존엄성을 이야기하고 있다. 죽음은 삶의 연장선상에서 곧 우리에게도 닥칠 일이다. 미리 준비하고 선택해야만 의미 있는 죽음을 맞이할 수 있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