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설은 일로부터 과감히 벗어나 내면을 살찌우는 휴식의 시간으로 만들어보자. 그것이 여의치 않다면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는 문화가 있는 설로 만드는 것도 좋을 듯하다.

▶ [책]

▶ [비디오]

▶ [설 개봉 영화들]

당신은 여성인 스스로를 알고 있는가. <우리 속에 있는 여신들>(진 시노다 볼린, 또 하나의 문화)은 여성들간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나와 너의 다름을 받아들일 수 있는 길을 보여주는 책이다. 다양한 여성 심리에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일곱 여신들-아르테미스, 아테나, 헤스티아, 헤라, 데미테르, 페르세포네, 아프로디테-의 이름을 붙여 줌으로써 자신과 남을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열쇠를 제시한다. 책을 읽는 내내 마치 심리 테스트를 받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여성철학자가 제안하는 새로운 사랑과 일찾기인 <평등한 사랑이 아름답다>(김영숙, 내일을 여는 책)는 남성의 이중적 사랑, 포르노 문화의 확대재생산, 현대사회의 세 미운 오리새끼, 이중적 사랑 논리의 허상 등 우리시대 사랑에 대해 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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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어디에서 오는가>
여성정체성 그린 동화

<새로운 소박함에 대하여>
의식 패러다임의 변화

<뜯어먹기 좋은 빵>
‘여성의 언어’에 담긴 세상

전경린의 <여자는 어디에서 오는가>(문학동네)는 남성 중심의 우리 사회에서 여성의 존재란 무엇이며 여성의 삶이란 무엇인가, 그 여성성의 뿌리는 어디에서 연유하는가 등의 문제를 ‘선녀’와 ‘늑대여인’의 이미지를 빌려 전설같이 아름다운 이야기로 풀어놓은 어른을 위한 동화다. 화가 엄택수씨의 삽화가 또 다른 재미를 준다.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스티븐 코비, 김영사)은 처세술에 관한 책으로 오해받기 십상이다. 그러나 이 책은 내면의 패러다임 전환을 위한 깊이있는 통찰을 주는 책이다. 스스로의 지표를 새롭게 만들 의지가 있는 사람이라면 크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책이다.

발전과 퇴보라는 선형적 패러다임의 수정을 요구하는 책들이 많이 나와 있지만 그 중에서 <새로운 소박함에 대하여>(레기네 슈나이더, 여성신문사)와 <조화로운 삶>(헬렌 니어링 외, 보리)은 눈길을 끈다. 돈의 지배로부터 자유로워지려는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로 소박함을 제시하는 <새로운 소박함에 대하여>는 우리에게 진정한 행복의 가치가 무엇인지를 생각케 한다. <조화로운 삶>은 탐욕스러운 물질문명을 거부하고 자연의 품에서 자족하며 살았던 니어링 부부의 지극히 평화로운 삶에 관한 이야기다. 그들이 정한 조화로운 삶을 위한 몇가지 원칙, 채식주의를 지키며, 노동은 하루에 반나절만 하고 나머지 시간은 온전히 자기 자신을 위해 쓰며, 한해의 양식이 마련되면 더 이상 일하지 않는다는 것은 깊은 인상을 남길 만하다.

배수아의 새 소설 <나는 이제 니가 지겨워>는 서른 세 살의 독신 여성 유경을 통해 결혼과 연애에 대한 작가의 냉소를 보여준다. 상처받을 것이 두려워서 독신을 고집하는 유경을 보면서 절대고독에 대한 현대인의 이율배반적인 욕망을 엿볼 수 있다.

박완서의 <아주 오래된 농담>과 공지영의 <봉순이 언니>를 통해 물신중심의 가부장적 이념이 죽음과 탄생의 의미를 얼마나 무력하게 만드는지 생각해 볼 수 있다.

설이라면 은유의 그릇에 담긴 시의 행간을 읽는 여유를 맛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노혜경의 <뜯어먹기 좋은 빵>(세계사)은 또 다른 언어로 세상 꿈꾸기를 희망하는 시인의 작품이다. 김정란의 <스타카토 내 영혼>(문예중앙)을 통해 시인의 의식 양대 축을 이루는 영성(靈性)과 모성(母性)에 대한 상념들을 읽는 것도 의미있는 시간이 될 수 있을 듯.

지은주 기자 ippen@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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