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을 관통하는 키워드 가운데 하나가 ‘페미니즘’이다. 지난해 ‘메갈리아’ 등장 이후 일상의 차별과 폭력에 대한 경험을 고발하기 시작한 여성들의 관심은 페미니즘으로 이어졌다. 여성혐오가 만연한 한국 사회에서 페미니즘은 생존 문제다. 여성들은 애도와 분노를 담은 포스트잇으로 강남역을 물들였고, ‘티셔츠’ 한 장 때문에 교체된 성우를 위해 여성들이 연대해 시위에 나섰으며 검은 옷을 입고 ‘낙태죄’ 폐지 운동에 뛰어들었다. 촛불 정국 속에선 대통령 퇴진과 함께 광장의 여성혐오를 비판하며 젠더 민주주의를 외쳤다. 세상의 변화를 외치는 여성들의 목소리에 2017년 한국 사회는 어떤 응답을 할 것인가.

 

이화여대 재학생과 졸업생 약 3500명(경찰 추산)이 이화여대 캠퍼스에 모여 최경희 총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뉴시스·여성신문
이화여대 재학생과 졸업생 약 3500명(경찰 추산)이 이화여대 캠퍼스에 모여 최경희 총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뉴시스·여성신문

7월 28일 이화여대 학생 200여명이 본관 건물을 점거했다. 이화여대가 추진하던 고졸 직장인 대상 평생교육 단과대학 지원사업인 ‘미래라이프대학’ 설립 반대를 위해서였다. 학생들이 본관 점거 농성에 나선 지 사흘째인 30일엔 경찰 1600명이 캠퍼스에 들어와 비무장 상태의 학생들을 끌어내는 일이 발생했다.

이에 학생들의 시위에 이화여대 졸업생과 교수사회까지 동참했고 학교 측은 결국 미래라이프대학 신설 계획을 취소했다. 또 최경희 총장과 윤후정 명예총장 겸 재단 이사가 결국 사퇴했다. 86일간의 본관 점거 농성이 이루어낸 쾌거였다.

학생들의 시위 과정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실세’ 의혹을 받은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의 특혜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특히 이화여대 시위는 학생들의 지지와 연대 속에서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철저히 민주적으로 평화롭게 이루어져 ‘달팽이 민주주의’라고 불렸다. 경찰과의 대치 상황에서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를 제창해 기존의 시위 문화를 바꿨다는 평도 받았다. 이후 ‘다시 만난 세계’는 시위 현장과 광장에서 새로운 ‘시위가’로 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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