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차 페미존 집회가 오는 10일 오후 서울 경복궁역 근처에서 마련됐다. ⓒ진주원 여성신문 기자
5차 페미존 집회가 오는 10일 오후 서울 경복궁역 근처에서 마련됐다. ⓒ진주원 여성신문 기자

“마음 놓고 게임할 수 있는 세상에 살고 싶다.”

박근혜정권 퇴진 촛불집회에 3주 연속 등장한 흰 토끼 깃발의 ‘전국디바협회(이하 전디협)’가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전디협은 인기 온라인 게임 ‘오버워치’를 하는 페미니스트 게이머들의 모임이다. 

제7차 촛불집회가 열린 10일 오후 4시 서울 경복궁역 인근에서 만난 전디협은 오프라인에서의 성차별이 온라인에서 그대로 나타나는 것은 물론, 온라인 게임을 남성들만의 전유물인 것처럼 여기면서 여성들을 대하다고 비판했다.

이곳에 모인 여성 게이머들은 “성차별적인 혐오 발언을 자주 듣지만 혼자 속으로 삭혀야 했다”고 토로했다. 한 참가자는 “성별이 드러나지 않기 위해 피하고 남자인 척하기도 했지만 여성이라는 의심이 시작되면 성차별적 발언을 피할 수 없다”고 전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지난 6월 발생한 여성 게이머 ‘게구리’ 사건은 그 심각성이 공론화되는 계기가 됐다.

 

전국디바협회 깃발. 정식 명칭은 전국오버워치요원송하나(디바)협회다.
전국디바협회 깃발. 정식 명칭은 '전국오버워치요원송하나(디바)협회'다.

고등학생인 여성 게이머 '게구리'는 게임에서 믿기 어려운 실력을 보이자 해킹프로그램으로 조작을 한다는 의혹을 산 것은 물론 성희롱과 욕설, 인신공격 발언이 난무했다. 심지어 일반 게이머들뿐만 아니라 상대팀으로 출전한 선수들까지 가세해 게구리는 엄청난 고통을 받았다. 급기야 게구리는 직접 방송국까지 찾아가 게임을 시전해 실력을 드러냈고 단번에 의혹을 해소했다. 그러나 그 뒤에도 게구리의 외모를 비하하는 등의 욕설은 계속되고 있다.

김지영 씨는 게임하는 여성들에게 무조건적인 비난이 쏟아지는 이유가 “'여성은 FPS 게임을 못한다'는 편견 때문”이라고 말한다. "여성 유저들은 게임을 하면 꼭 한번쯤은 시비가 걸리고, 사실 여부는 상관없이 여성이라고 추측되는 순간 '뚱뚱한년' '**년' '남자나 꼬셔' 등의 말을 듣는다”고.

이때문에 김씨가 전디협 활동을 하면서 여성 게이머들에게 격려와 감사 인사를 받고 있다. 생각지 못한 후원금과 동참을 희망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지난 11월 26일 5차 촛불집회를 앞두고 깃발을 만들어 활동하겠다는 글을 올리자 생각지 못했던 후원금이 들어왔다. 그 돈으로 깃발을 만들어 처음 집회에 다녀온 후 2주 남짓한 기간에 100만원이 넘은 돈이 모였다. 피켓, 스티커 등을 더 많이 제작해 시민들에게 배포했다.

전디협이 전면에 앞세운 ‘디바(D.Va)’는 오버워치 게임에 등장하는 가상의 한국인 여성 캐릭터로 본명은 송하나다. 송하나는 16살에 스타크래프트2 세계 랭킹 1위에 등극한 유명 프로게이머로 설정됐다.

디바 캐릭터를 페미니즘의 관점으로 해석해 모임을 만든 김지영(24) 씨는 “게임을 좋아하고 페미니즘에 관심이 많다보니 자연스럽게 이런 구상이 떠올랐다”고 밝혔다. 그는 “여성들이 단지 게임을 한다는 이유만으로 남성 게이머들에게 욕을 듣고 심지어 피씨방도 마음 놓고 가지 못하는 현실을 알리고 싶었다. 이런 현실에서는 송하나(디바) 역시 여혐 때문에 마음놓고 게임 할 수 없을 것이고, 따라서 미래에 송하나라는 영웅은 나올 수 없다”고 했다. 

그는 "디바(송하나)가 저와 같은 일을 겪지 않을 세상을 원한다. 지금 세상을 살고 있는 송하나들과 미래의 송하나가 마음놓고 게임할 수 있는 세상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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