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차 페미존집회가 오는 10일 오후 서울 경복궁역 근처에서 마련됐다. ⓒ진주원 여성신문 기자
5차 페미존집회가 오는 10일 오후 서울 경복궁역 근처에서 마련됐다. ⓒ진주원 여성신문 기자

박근혜 대통령 퇴진과 함께 평등 집회를 촉구하는 여성들의 행보가 계속되고 있다. 

페미니스트들의 발언 무대인 ‘페미존’ 5차 집회가 지난 10일 오후 서울 경복궁역 근처에서 제7차 촛불집회 직전 개최됐다.

집회 전날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안이 가결됐음에도 이날 열린 페미존에는 지난 4차 집회와 비슷하게 60여명 안팎의 여성이 집결했다. 페미존은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동시에 집회에서 쏟아져나온 각종 혐오발언·혐오문구에 문제를 제기하기 위해 지난 11월 12일 3차 촛불집회에 처음으로 마련됐다. 이후 꾸준히 평등 집회라는 화두를 제시하고 있다.

이번 집회는 ‘강남역 10번출구’ 운영자인 이지원 씨의 진행으로 △불꽃페미액션 △징병제 폐지를 위한 시민모임 △박하여행(박근혜 하야를 만드는 여성주의자 행동) △우리는서로의용기당 △전국디바협회 △한국여성의전화 △안티파시즘 △화분안죽이기실천시민연합 등이 참가해 자유발언을 했다. 이들은 주로 10대 후반에서 20대의 젊은 페미니스트들이다.

첫 번째 발언자로 나선 전국디바협회 대표인 ‘지옥의 페미니스트(닉네임)’는 “집회 이후 오유, 루리웹, 인벤 등 남초 커뮤니티에서 디바(게임 캐릭터 이름)를 페미니즘과 관련지어 얘기했다는 이유만으로 공격당했다”고 밝혔다. 그는 “지인들이 제가 오늘 집회에 나가는 것을 만류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자리에 선 이유는 간단하다. 우리는 서로의 용기임을 깨달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여성 게이머의 정체성을 드러내고,, 페미니스트는 굴하지 않다는 것을 확실히 하기 위해서”라며 “우리의 무기는 말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마이크를 잡은 한 대학생은 “영화감독이 꿈이지만 결정하기까지 많이 갈등했다”고 말했다. ‘아직 영화계는 성차별이 심하고 기회도 남성에게 많이 주어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페미존에 함께 한 이들에게 “차별받지 않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나왔고 함께 싸워달라”고 당부했다.

 

5차 페미존집회가 오는 10일 오후 서울 경복궁역 근처에서 마련됐다. ⓒ진주원 여성신문 기자
5차 페미존집회가 오는 10일 오후 서울 경복궁역 근처에서 마련됐다. ⓒ진주원 여성신문 기자

한 여성은 “엄마가 어제 대통령 탄핵이 가결되자 ‘이래서 여자 대통령은 안 된다’고 하셨다”면서 답답함을 토로했다. “엄마는 또 아직 여성이 정치를 하면 안 된다고 하셨는데, 오늘 이렇게 많은 분들이 모인 것을 엄마에게 보여드리고 싶다. 페미니즘을 위해 열심히 활동하는 모습을 보시면 엄마도 생각이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당 여성위원회는 “아재정치를 무너뜨리기 위해 수년 간 노력해왔는데 최근 일련의 변화가 신기하고 대단하다고 느낀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여성들이 DJ·DOC 공연을 무산시키고 혐오 발언에 대해 사과를 받아냈는데 몇 년 집회를 다녀도 본 적이 없는 일”는 것이다. 이어 “여성들이 민주주의와 혐오는 같이 갈 수 없다는 상식이 자리잡는 사회로 견인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미술을 전공하고 있다는 한 미대생은 “오늘이 고 나혜석 화백의 기일”이라고 운을 뗐다. 그는 “여성운동가인 나 화백은 일제 강점기 말기 나라를 위해, 미술가들을 위해 싸운 분인데, 여성 이미지를 팔아먹는 박 대통령이 이 나라 위에 계신다. 대통령은 여성 이미지를 끊임없이 강조하고 있고 그것 때문에 오히려 여성이 더 탄압받게 됐다”고 비판했다.

안티파시즘운동 활동가라고 자신을 밝힌 여성은 “DJ·DOC 공연 취소 후 페미니스트들이 수많은 공격을 받았고 저도 받았다”고 말했다. “원색적인 성희롱도 많았지만 제일 많이 들은 말은 ‘해일 밀려오는데 조개나 줍고 있다’는 것이고, 그나마 온건한 사람은 ‘대의를 위해 조금만 참으라’고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수십 년 간 우리는 더 잘 살아야 하니 조금만 더 참자면서 소수자를 억압하고 도덕을 짓밟은 결과가 오늘이다”고 강조했다.

다른 참가자도 “DJ·DOC의 여성혐오가 표현의 자유로 인정될 수 없다”고 말했다. “소수자성을 이용해 비난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가 아니다. 여자는 결혼 여부로 미스와 미세스로 구분하지만 남자는 그렇지 않다. 이것은 성차별의 역사적 잔재”라고 지적했다. 또 “여성을 외모로 재단하면서, 성형을 하면 괴물이라고 조롱한다”면서 이중성을 비판하기도 했다.

우리는서로의용기당 대표는 “혐오는 투쟁의 무기가 될 수 없다. 가장 강력한 무기는 연대에서 온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DJ·DOC 공연 취소 때문에 미친 페미들이라는 댓글이 달려 싸우면서 생각했던 게, 우리가 거국적으로 할 일이 많은데 DJ·DOC 같은 이들과 싸우고 있어야 하나”라며 “이제 박 대통령이 탄핵된 이후의 새로운 사회와 민주주의를 상상해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우리는 여성대통령이 아니라 여성주의 대통령을 원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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