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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부터 여성부가 어떻게 여성정책을 펴나갈지에 대해 여성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여성신문>은 여성부 출범을 맞아 여성부가 나아갈 방향을 모색해 보는 전문가 좌담을 마련했다. 좌담회에는 김선욱 이화여대 법학과 교수, 박숙자 국회 여성특별위원회 전문위원, 신혜수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 조우철 상명대 초빙교수 등이 참석, 여성부의 거시적 지표와 시급하게 해결할 과제 등을 논의했다.

■ 일시 및 장소: 2001년 1월 10일(수) 여성신문사 회의실

■ 참석자

김선욱/이화여대 법학과 교수,박숙자/국회 여성특별위원회 전문위원,신혜수/한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유엔여성차별철폐위원회 위원, 조우철/상명대 초빙교수·전 정무제2장관실 정무실장

■ 사회·정리: 이김 정희 기자

사회:여성계의 큰 기대 속에 신설된 여성부는 규모면에서나 이관된 업무면에서나 미진한 부분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중앙행정부처로서 이제 막 첫걸음을 뗐다는 데 의의가 있으며, 이후 여성주무부처로서 제 역할을 다하고 어떻게 업무를 추진하느냐가 더욱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항상 출발할 때 첫단추를 어떻게 끼우느냐가 관건인데, 새로 출발하는 여성부가 초기에 어떤 내용으로 정책방향과 지표를 삼아야 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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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우철/상명대 초빙교수

조우철:여성부가 거시적 지표로 삼아야 할 세 가지 정책 목표를 제시하고 싶다. 우선 ‘평등’을 전체 이념적 목표로 세워 여성의 참여확대·복지·능력개발 등 하위목표를 실현시켜 나가야 한다. 둘째, 현대사회에서 여성의 능력개발과 사회참여 확대는 곧 국가발전이라는 전략적 목표를 세워야 할 것이다. 셋째는 정책 추진방향으로서, 과거 요보호 여성 대상의 복지중심적 접근에서 탈피하여 이제는 전여성으로 정책의 대상을 확대하면서 성인지적 주류화 정책을 펴나가야 한다.

신혜수:성별분업을 어떻게 타파할 것인가가 여성부 정책의 기본이 되어야 한다. 한국은 제도적 측면에서는 많이 발전했다고 할 수 있지만 남녀의 성역할 구분은 여전히 모든 이들의 의식 속에 뿌리깊이 남아있다. 이러한 의식을 없애기 위해서는 여성들이 사회에 나와 적극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사회구조가 갖춰져 있어야 한다. 그러므로 보육, 가사분담, 육아휴직제 등 여성들의 사회활동을 가능하게 하는 사회 인프라를 어떻게 구축하느냐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 이와 더불어 여성부가 성인지적 관점으로 타부처의 여성정책을 적극적으로 주도해야 한다.

박숙자:한국의 여성발전은 지난 10년간 빠르게 진행됐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각 분야의 발전이 고르지 못하고 불균형을 이루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예를 들면 여성관련 법은 많이 앞서 갔지만 이것이 실제 생활에서 적용될 분위기는 여전히 아니다. 여성부는 특히 뒤떨어진 부분이 어떤 것인지 파악해서 매년 핵심과제로 제시해야 한다.

또한 장기적이고 단계적인 계획 아래 여성정책이 추진되어야 한다. 제1차 여성정책기본계획은 각 부처의 기존 여성관련 정책을 취합한 것에 지나지 않았다. 이제 제2차 계획은 체계적인 설계가 필요하다.

김선욱:여성부가 됐다고 해서 여성특위의 정책 방향과 기조에서 크게 바뀌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여성부 신설의 중요한 의미는 행정 조직의 주류가 됐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모든 국가 업무에서 여성의 관점을 주류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주류화의 개념은 여성정책이 노동·경제·복지·교육 등 전분야에 걸쳐 연관되어 있는 것이지 일부 업무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제 여성부는 여성발전기본법이라는 근거법의 관장부서로서 권한을 가지고 실질적인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야 한다.

한편 양성평등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의 역할도 변화해야 한다. 그러므로 여성부의 정책 대상에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까지 포함해야 할 것이다.

신혜수:김 교수 말대로 예를 들어 매매춘 문제 해결도 매춘여성에게만 초점을 둬서는 효과를 거둘 수 없는 것처럼 여성부의 정책이 여성만이 아닌 모든 사람들, 특히 남성들도 포함해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 최근 남성들의 의식과 행동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가 중요한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사회:여성부가 앞으로 다뤄야 할 시급한 사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여성계에서 전력을 다하고 있는 호주제 폐지는 시급한 문제다. 동성동본 불혼제도도 헌법 불합치 판결을 받았음에도 아직 민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형편인데 호주제 폐지는 더구나 쉽지 않을 것이다. 많은 저항에도 불구하고 여성부가 호주제 폐지를 끈질기게 제기해야 한다. 양성평등을 지향하기 위해 호주제 폐지는 본질적인 문제이기 때문이다.

호주제뿐만 아니라 기존 여성관련법의 개정과 정비도 시급하다. 예를 들면 현행 윤락행위등방지법은 문제가 많다. 말하자면 법에선 매춘여성을 범법자로 규정하고 있으면서 현실에선 관리하고 있는 형편이다. 또한 여성관련법이 제대로 시행되는지도 철저히 감독해야 한다.

:여성부가 남녀차별금지 및 구제에 관한 법률에서 규정한 의무를 국가, 지방자치단체 및 공공단체, 기업 등이 이행하도록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시정명령권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여성특위에서 직권조사권이 제대로 발휘되지 못했는데 이러한 직권조사권을 충분히 발휘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시정명령권이 확보되어야 한다는 데 절감한다.

:법 제정 후 구체적 효과나 시행감시 등을 정확히 하기 위하여 평가보고위원회를 구성하고 여기에 정부뿐만 아니라 민간단체들이 함께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법을 만드는 데는 돈이 들지 않기 때문에 쉽게 만들 수 있다. 그래서 정부가 여성계에 ‘선물’식 법제정도 많이 했던 게 사실이다.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시행하는 것은 그 이상으로 중요하다. 법이 실질적인 기능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한국이 법·제도가 많이 발전한 편이지만 형식적인 측면이지 그것이 결코 실질적인 측면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법과 제도 개혁도 본질적인 문제에서는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하고 벽에 부딪친다. 호주제 폐지 같은 것이 그 경우다.

:군산매매춘업소 화재참사에서 알 수 있듯이 성매매 문제도 해결이 시급한 문제다. 또한 경제 구조조정으로 여성의 빈곤 문제도 심각하다. 여성의 노동권, 생존권, 빈곤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성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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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욱/이대 법학과 교수

:남녀의 임금차이, 성비불균형 등 기초적인 객관적 자료수집도 필요하다. 구체적 현실이 우선 파악되어야 여성부의 정책 방향 설정이나 좌표가 나올 수 있을 것이다.

사회:여성부가 모든 여성관련 업무를 이관해온 상태도 아니고 사실상 그럴 수도 없기 때문에 행정부내 타부처와의 정책 조율, 각 부처 여성정책담당관들과의 네트워킹 등 앞으로 극복해야 할 과제들이 많을 것 같은데.

:여성부가 타부처의 정책을 총괄하고 조율하기 위해서는 국무총리가 위원장이 되어 각 부처 장관회의를 주재할 수 있는 여성정책심의위원회 구성과 여성정책담당관의 권한을 강화하는 제도가 필요하다. 이와 관련한 여성정책발전기본법 개정안이 현재 국회에 계류중이다.

:과거 정무장관 시절에도 여성정책심의위원회가 있었다. 그러나 실질적인 조정 역할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여성정책심의위원회가 실제적인 기능을 하기 위해선 먼저 여성부에 실질적인 권한을 주는 것이 전제되어야 한다. 여성부가 여성정책심의위원회에 안건을 제안, 논의를 거치기에 앞서 사전에 각 부처 정책을 조절할 수 있는 권한을 주어야 하고, 각 부처가 여성정책을 이행하는 데 필요한 예산 조정권한을 주어야 한다. 이러한 제도와 권한이 주어지지 않는다면 장관급 여성정책심의위원회는 형식에 그칠 것이다.

:여성정책담당관제는 전 부처로 확대돼야 한다. 특히 예산을 결정하는 기획예산처에는 반드시 필요하다. 또 여성정책관을 국장급 이상으로 최대한 승격시켜야 할 뿐만 아니라 청와대도 여성정책과 관련한 수석비서관을 둬야 한다. 현재 여성정책 비서관은 교육문화 수석 아래의 직급이다.

:여성정책담당관들의 직급 상승 이전에 그들의 역할과 업무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 지금까지는 여성정책담당관들이 각 부처에서 여성관련 업무를 주로 해왔다. 여성정책담당관들은 부처 내 여성관련 업무를 감시하는 기능을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여성정책담당관들이 법률안 사전심의, 정책에 대한 심사평가, 예산안 검토 등의 권한을 갖도록 해야 한다. 여성정책담당관들은 각 부처에서 싸우는 첨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를 여성부가 모니터하고 지원해 줘야 한다. (현재 각 부처의 부령으로 만들어진 상태이기 때문에) 여성정책담당관제의 설치와 기능을 명문화한 근거법도 마련해야 한다.

:지난 번 정부조직법 통과시 남녀차별금지 및 구제에 관한 법률에서 남녀차별개선위원회를 설치하도록 하는 조항만 개정됐는데 미진한 부분이 많다. 여성부의 가장 중요한 근거법인 여성발전기본법의 정비가 무엇보다 필요하다. 각 부처가 모든 여성관련 업무에 관해서는 여성부와 협의하도록 하며 여성부가 의견을 제시하고 때로는 대표권도 행사할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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