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 대한민국 국회, 박근혜 대통령 탄핵 가결. 한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의 충격적인 추락(BREAKING: South Korean lawmakers vote to impeach President Park Geun-hye, a stunning fall for country's first female president.).”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9일 오후 4시께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직후, AP통신이 긴급 보도한 내용이다. 박 대통령의 실패를 다루면서, 굳이 ‘여성’에 초점을 맞춰 보도해야 하느냐는 지적과 비판이 일고 있다. 

 

 

AP통신의 9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관련 속보 내용 ⓒAP통신 캡처
AP통신의 9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관련 속보 내용 ⓒAP통신 캡처

AP통신은 이날 박 대통령 탄핵 소추안이 국회 표결에서 찬성 234표, 반대 56표, 기권·무효9표(각 2표, 7표)로 가결됐음을 보도하며 “한국 최초의 여성 지도자의 충격적이고도 급격한 추락(a stunning and swift fall for the country's first female leader)”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정치인의 실패를 보도하며 여성성에 초점을 맞췄다.

온라인상에선 이에 대한 비판이 일고 있다. 트위터리안 @ella******는 AP 통신의 공식 트윗 계정에 “우리는 박 대통령이 저지른 범죄 때문에 그를 탄핵했다. 젠더 문제를 덧입히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박 대통령이 여자라서가 아니다. 그가 자신의 권력을 남용하고 국민을 보호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AP통신은 이런 헤드라인을 단 일이 부끄러운 줄 알라”(@sth***), “젠더 문제인 것처럼 보도하지 말고 신중하게 언어를 선택하라. AP통신은 사람들에게 잘못된 인상을 주고 있다”(@love**********) 등 멘션도 나오고 있다. 

 

9일 박근혜 대통령 국회 탄핵안이 국회에서 가결되자 엄마와 아이들이 국회 앞에서 함께 환호하고 있다. ⓒ이정실 사진기자
9일 박근혜 대통령 국회 탄핵안이 국회에서 가결되자 엄마와 아이들이 국회 앞에서 함께 환호하고 있다. ⓒ이정실 사진기자

여성들은 박 대통령의 실패를 ‘여성 일반’의 실패로 호명하지 말라고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무능과 권력 비리를 두고 ‘여성 리더십’에 대한 비판이 잇따르고, ‘비선 실세’ 최순실 씨, 그의 딸 정유라 씨의 비리·부정이 하나씩 드러나면서 시민들의 분노는 ‘여성혐오’로 번져가고 있다. 사상 초유의 국정농단 사태를 일으킨 핵심 인물들이 여성이라는 이유로 여성혐오가 득세하는 상황이다. 

앞서 지난달 21일 뉴욕타임스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분노에 젠더 문제가 덧입혀지다’란 기사에서 “한국에서는 박 대통령 때문에 여성 지위가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여성으로서의 사생활”을 검찰 조사를 피하기 위한 변명으로 내놓는 등, ‘여성성’을 내세우는 박 대통령의 주 지지층이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향수를 지닌 보수 노년 남성 계층임을 지적한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한국인들에게 박 대통령은 여성 대통령이 아닌 박정희의 딸”이라며 “이번 사태로 박 대통령에게 등돌린 나이든 보수 남성들은 박 대통령더러 ‘제대로 된 딸이 아니다’라고도 한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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