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버티기 고수

헌재 결정 때까지 물러나지 않을 듯

 

탄핵정국 주도 야당에 대한 민심도 불신으로 가득

박근혜 정권 이후 쇄신해야 살아남을 것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KDB산업은행 앞에서 ‘박근혜정권 퇴진비상국민행동’ 주최로 열린 주권자 시국토론회에서 한 참가자가 집회를 바라보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KDB산업은행 앞에서 ‘박근혜정권 퇴진비상국민행동’ 주최로 열린 주권자 시국토론회에서 한 참가자가 집회를 바라보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 벼랑에서 끝까지 버티기로 입장을 선회했다. 국회의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 사흘 전인 지난 6일 박 대통령은 여당 지도부와 만나 자신의 입장을 피력했다. “국회에서 탄핵안이 가결되더라도 헌법재판소의 심판 과정을 보면서 차분하고 담담하게 갈 각오가 돼 있다.” 이런 발언은 박 대통령이 현재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탄핵 이후 어떻게 처신할 것인가를 잘 말해준다.

우선 헌재 결정이 나올 때까지 스스로 물러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이는 촛불 민심에 굴복해 물러날 생각이 없다는 것을 분명히 한 것이고, 탄핵 후 퇴진하라는 야당의 주장을 거부한 것이다. 둘째, 버티면 버틸수록 돌파구가 마련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헌재가 시간을 끌면 박 대통령은 최장 180일까지 대통령직을 지킬 수 있다. 만약 헌재 판결이 늦어지면 2명의 재판관 임기가 3월 전에 종료돼 7명 중 6명이 찬성해야 탄핵이 가결된다. 이런 사실이 자신에게 불리하지 않을 수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

셋째, 황교안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는 상황이 불리하지 않다고 본 것 같다. 황 총리 체제하에서 새누리당을 탈당하지 않을 테니 끝까지 협조해달라는 메시지를 여당 지도부에 보낸 것이다. 넷째, 국정 농단에 대해 법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다는 것을 피력한 것이다. 박 대통령은 줄곧 최순실 게이트에 대해 개인 비리 사건이자 정상적 국정운영 과정에서 발생한 사고일 뿐, 자신은 법적으로 무고하다고 주장했다. 국회 청문회에서 미르·K 스포츠 재단에 출연금을 낸 재벌 총수들이 한결같이 ”대가성이 없었다“고 진술한 것도 이런 삐뚤어진 판단에 한 몫 한 것 같다.

그렇다면 탄핵 정국을 주도한 야당은 어떻게 해야 하나. 무엇보다 탄핵 정국을 대선만을 의식해 공학적으로만 접근해서는 안 된다. 촛불에 표출된 민심은 박근혜 즉각 퇴진이지만 숨겨진 민심은 정치권에 대한 불신과 불만으로 가득하다. 야권은 성난 촛불 민심의 반사 이익을 얻었지만 언제 성토의 대상으로 전락할지 모른다.

최근 KBS·미디어리서치가 실시한 여론조사(11월 26일-27일)에서 ‘현 정국을 해결하기 위한 더불어 민주당의 노력’에 대해 ‘잘못하고 있다’(64%)가 ‘잘하고 있다’(30%)보다 훨씬 많았다. 국민의 당에 대해서도 부정 평가(58%)가 긍정 평가(31%)의 두 배 가량이었다. 최순실 사건 이전에 지지하는 정당으로 더민주라고 응답한 사람은 31.2%인 반면 현재 더민주를 지지하는 사람은 31.0%로 차이가 없었다.

국민의 당은 이전엔 12.4%, 현재는 15.9%로 약간 상승했다. 이런 조사결과가 주는 함의는 민심은 야당도 탐탁지 않게 여긴다는 것이다. 이제 야당은 선동정치의 유혹에서 벗어나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정국 수습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최순실 게이트와 탄핵으로 불거진 정치적 불확실성이 지속되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깊은 수렁으로 빠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야권은 탄핵과 개헌이 공존하는 혼돈의 시대에 접어들 가능성이 크다. 당장 개헌을 반대하는 친문 세력과 개헌을 찬성하는 반문 세력 간에 갈등이 심화될 것 같다. 문재인 전 대표는 “개헌은 꿈도 꾸지 말라”면서 “탄핵 정국에서 개헌을 주장하는 것은 보수 정권을 연장하려는 꼼수”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손학규 전 대표는 문재인 전 대표를 향해 “권력에 눈먼 정략 집단”이라고 비판했다.

탄핵 정국에서 여야 할 것 없이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은 쇄신하고 변화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는 것이다. KBS·미디어리서치 조사 결과, 새누리당은 최순실 게이트 이전엔 지지도가 35.4%였지만, 최근엔 13.5%로 3위로 추락했다. 새누리당이 당 해체를 포함해 전면적인 쇄신을 한다고 해도 지지할 의향이 ‘있다’는 사람은 22.7%에 불과했다.

이제 새누리당이 무엇을 해야 할지 분명해졌다. 신속하게 보수 참회록을 써야 한다. 당을 해체하고 꼴통 친박 인사들을 제거해 합리적이고 개혁적인 보수 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 여하튼 탄핵이 단순한 정파적 힘겨루기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새로운 정치질서를 만드는 계기가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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