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여성영화인상

올해의 여성영화인상 윤여정

연기상 손예진, 신인연기상 김태리

 

올해의 여성영화인상을 받은 배우 윤여정, 연기상에 손예진, 신인연기상에 김태리(왼쪽부터). ⓒ강푸름 기자
올해의 여성영화인상을 받은 배우 윤여정, 연기상에 손예진, 신인연기상에 김태리(왼쪽부터). ⓒ강푸름 기자

올해는 여성영화인의 활약이 그 어느 때보다 두드러진 ‘여풍당당’의 해였다. 여성 배우로 한국 영화계의 중심을 이끌어가고 있는 배우 윤여정부터 끊임없이 연기변신을 시도하는 손예진, 영화 ‘아가씨’에서 숙희라는 캐릭터로 당찬 연기를 선보인 김태리까지. ‘비밀은 없다’로 폭발적인 여성 캐릭터와 탄탄한 시나리오의 힘을 보여준 이경미 감독과 ‘우리들’로 섬세하고 짜임새 있는 연출을 선보인 윤가은 감독도 여성영화인의 진면목을 보여줬다.

‘2016 올해의 여성영화인상’ 시상식이 지난 7일 오후 서울 동작구 아트나인에서 열렸다. 이날 행사는 배우 임윤아(소녀시대 윤아)의 사회로 진행됐다.

한 해 동안 가장 의미 있는 활동을 펼친 여성영화인에게 수여하는 올해의 여성영화인상은 배우 윤여정에게 돌아갔다. 올해 데뷔 50주년을 맞는 윤여정은 ‘죽여주는 여자’에서 소영 역을 맡아 주체적인 삶을 살아가는 여성상을 그려내 한국영화 속 여성 캐릭터의 영역을 확장시켰다는 공로를 인정받았다. 윤여정은 이 영화를 통해 삶과 죽음, 소외된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서 인간의 연민과 애정을 담담하게 이야기하는 내공을 보여줬다.

윤여정은 “나는 지금의 나를 여성이라기보다는 그냥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남자, 여자 다 상관없어진 나이에 여성영화인상을 받게 돼 조금 늦은 감이 없지 않아 있는 것 같다”면서도 “오랫동안 배우를 하다보니 이런 상도 받게 돼 참 기쁘다”고 말했다.

연기상은 ‘비밀은 없다’에서 선 굵은 연기로 배우로서의 입지를 굳힌 배우 손예진이 수상했다. 액션, 스릴러, 로맨스, 코미디 등 다양한 장르에 도전하며 꾸준히 필모그래피를 쌓아온 손예진은 올해 ‘비밀은 없다’에서 딸을 잃은 엄마로 분해 깊은 내면 연기를 펼쳐 배우로서 다시 한 번 실력을 인정받았다. 손예진은 연홍이라는 캐릭터를 통해 불안과 혼돈, 절망과 분노 등 복잡한 감정과 광기에 가까운 연기를 선보이며 강한 여성 캐릭터를 탄생시켰다.

그는 “올해 제가 선보인 두 작품 모두 여성의 정체성을 고민하고 생각했던 작품이었다”며 “‘비밀은 없다’는 딸을 잃어버린 엄마이자 굉장히 강한 여성이었고, 덕혜옹주는 비극적인 삶을 살 수 밖에 없었던 옹주로서 그 이전에는 여성으로서의 아픔이 있었던 인물이다. 여성이기 때문에 더 많이 힘겨웠고 아프게 촬영했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래서 관객분들도 남성보다는 여성이 더 많이 공감해주고 느끼셨던 작품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손예진은 “앞으로도 다양한 장르와 역할로 여성분들과 공감하고 소통했으면 좋겠다”며 “지금 제가 가고 있는 이 길을 한참 먼저 걸어가고 있는 든든한 선배님들 그리고 제 뒤를 바짝 쫓아오고 있는 후배님들과 함께 대한민국 배우로서 자부심을 갖고 열심히 걸어가겠다”고 밝혔다.

신인연기상은 영화 ‘아가씨’에서 ‘괴물신인’의 면모를 보여준 김태리에게 돌아갔다. 김태리는 숙희라는 입체적인 캐릭터를 연기하며 탁월한 감정 연기를 선보여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는 “영화 ‘아가씨’가 성소수자의 이야기인데, 사회적인 벽을 세우고 그것들에 부딪혀서 힘들고 괴로워하는 것이 아니라 숙희와 히데코가 활개치고 쭉 나아가는 모습을 그렸다”며 “그게 우리 영화가 가지는 가장 큰 미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이런 영화들이 더 많이 만들어져서 많은 분들이 소수자 문제가 더 이상 터부시되는 것이 아니라는 걸 알아가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찬욱 감독은 축하영상을 통해 “김태리씨는 자기 의견을 아주 분명하게 밝히고 질문할 거 있으면 하는 사람이었다. 숙희라는 캐릭터가 야성적이고 독립적이고 주체적인 인물이기 때문에 그런 미덕을 가진 태리씨를 숙희 역으로 쉽게 결정할 수 있었다”며 “여성영화인상에서 신인연기상을 받게 된 것을 정말 축하한다”고 전했다.

감독상은 ‘우리들’로 섬세하면서도 뛰어난 연출력을 인정받은 윤가은 감독이 수상했다. 각본상은 ‘비밀은 없다’로 또 한 번 실력을 입증받은 이경미 감독이, 다큐멘터리상은 ‘불온한 당신’으로 성소수자와 세월호 유족 등을 불온세력으로 치부하는 한국사회의 혐오에 대해 말한 이영 감독이 받았다.

이밖에 제작자상은 ‘날 보러와요’의 제작사 OAL의 김윤미 대표, 김이정 이사, 발렌타인필름 최연주 대표가 수상했으며, 기술상은 ‘내부자들’ ‘럭키’의 홍예영 사운드 수퍼바이저가 받았다. 영화의 성공적인 개봉을 위해 뒤에서 열심히 뛰는 이들에게 주는 홍보마케팅상은 ‘글로리데이’ ‘우리들’ ’자백’의 흥행을 이끌어낸 엣나인필름에게 돌아갔다.

올해 17회째를 맞는 여성영화인상은 사단법인 여성영화인모임이 2000년 설립해 그해 가장 뛰어난 성과와 전문성, 활발한 활동을 보여준 여성영화인에게 수여하는 상이다. 수상 대상은 여성영화인모임의 이사들로 구성된 선정위원회에서 후보를 선정한 후 여성영화인모임의 이사진과 정회원들이 선정한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