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간 이어온 최장수 시즌제 드라마 매력 탐구

외모비하, 차별 겪으며

싸우고 상처받으면서도

온몸 던져 사랑하는 그녀

 

멜로드라마 판타지는 없어도

현실적 공감대가 매력 포인트

 

tvN ‘막돼먹은 영애씨’. ⓒCJ E&M
tvN ‘막돼먹은 영애씨’. ⓒCJ E&M

tvN ‘막돼먹은 영애씨’는 이번이 무려 시즌15다. 2008년부터 무려 8년간을 이어져온 최장수 시즌제 드라마인 셈. 이번 시즌에서도 험난한 영애씨(김현숙)의 일과 사랑 이야기는 계속 이어졌다. 제주도까지 내려가 벌인 사업은 사기를 당해 망하게 됐고, 지난 시즌에 이야기됐던 대로 사랑하는 남자 승준(이승준)이 중국에서 사업을 성공시키고 돌아와 다시 영애씨와의 만남을 이어갔지만 집안의 심한 반대 때문에 결혼에 골인할 것인가 아닌가에 대한 궁금증은 더 깊어가고 있다.

사실 시즌15까지 왔지만 ‘막돼먹은 영애씨’가 무언가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를 해주고 있다고 여겨지지는 않는다. 여전히 힘겨운 일의 세계가 그녀 앞에 펼쳐져 있고, 이제 마흔을 1년 남긴 그녀에게 사랑은 똑같이 힘들다. 그녀는 지금껏 최원준(최원준), 장동건(이해영), 김산호(김산호), 이승준(이승준) 등 여러 남자들과 관계를 맺었고, 그들은 점점 영애씨의 매력에 빠져들었지만 결과적으로 사랑이 이뤄지진 못했다.

이건 드라마의 내적 동인이 계속 이어지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일 수 있다. 즉 ‘막돼먹은 영애씨’는 그 설정 자체가 ‘막돼먹은 세상’에서 고군분투하는 영애씨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일에서 성공하고 사랑이 이뤄지는 이야기는 다음 시즌을 기약할 수 없게 된다. 아쉽지만 이번 시즌에서도 영애씨에게 지극정성인 승준이 막상 영애씨 부모를 만나는 시점이 되자 갈등하고 어려워하는 모습을 보이는 건 그래서다.

‘막돼먹은 영애씨’가 지금껏 시즌15를 이어올 수 있었던 가장 큰 저력은 그 현실감 덕분이다. 이 드라마의 영애씨는 그 앞에 ‘막돼먹은’이라 수식어가 붙어 있는 것처럼 우리가 아는 ‘대장금’의 여주인공이자 ‘산소 같은 여자’ 이영애와 이름만 같았지, 오히려 비교되며 회사에서 성차별과 성희롱과 외모 비하를 겪는다. 그래서 어찌 보면 우리네 비틀어진 현실의 진면목을 드러내지만, 차츰 드라마는 이 영애씨가 가진 매력을 우리 앞에 보여준다. 타인을 생각하는 따뜻한 마음과 힘든 현실에도 불구하고 좌절하지 않고 열심히 살아가는 그 모습은 점점 주변의 남자들마저 녹이는 그녀만의 매력으로 나타난다.

우리가 흔히 보던 멜로드라마의 판타지를 제공하고 있지는 않지만 ‘막돼먹은 영애씨’는 대신 지극히 현실적인 공감대를 통해 그녀에 대한 지지를 만들어냈던 것.

이처럼 드라마의 판타지성을 깨려는 시도는 애초에 이 드라마가 처음 ‘다큐드라마’라는 새로운 형식실험으로 등장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실상은 적은 제작비로 신속하게(?) 드라마를 찍어내기 위해 다소 거칠 수밖에 없는 6mm카메라로 찍게 되면서 ‘다큐드라마’라는 기치를 오히려 내세우게 된 것이지만, ‘막돼먹은 영애씨’는 이런 조악한 연출 상황을 오히려 드라마의 내용으로 연결시켰다. 톱스타가 아니기 때문에, 또 거친 연출 화면이었기 때문에 오히려 더 현실감을 줄 수 있었다는 점이다. 이것은 이 드라마가 이영애로 대변되는 드라마의 판타지성을 깨고 대신 현실적 공감대를 추구하는 점과도 잘 어울렸다. 일터에서 현실의 부조리와 맞서 싸우고 상처받으면서도 온몸을 던져 사랑하는 영애씨가 주는 그 공감대다.

‘막돼먹은 영애씨’를 처음 탄생시켰던 정환석 PD는 과거 필자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한 마디로 이 드라마를 정의한 적이 있다. “막돼먹은 건 영애씨가 아니에요. 세상이죠.” 막돼먹은 세상에 대한 일침. 영애씨가 지금껏 시즌을 이어온 저력은 바로 거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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