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은수(가명)씨 이력서 ⓒ여성신문
강은수(가명)씨 이력서 ⓒ여성신문

Q. 28세 여성입니다. 저는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스무 살부터 사회생활을 했습니다. 놀이동산, 편의점 등에서 다양한 아르바이트를 했어요. 주위 친구들이 대학교 졸업 후 취업하는 것을 보면서 위기감도 느꼈지만, 매번 뭔가 배워볼까 하면서도 비슷한 일을 계속해 온 것 같습니다. 무엇인가 새로운 시도를 해보기에는 늦었다고 생각한 거지요. 지난해에는 작은 규모의 매장 관리자를 맡았는데 업종 경력은 있지만 20대인 저를 직원들이 부담스러워하는 것 같았어요. 8년간 아르바이트 경력만 갖고 있는 제 앞날이 불안하고 어디에 취직해야 할지 막연하기만 합니다.

 

A. 서비스 경력직 내공으로 무엇이든 시작하세요

아마 은수씨는 스물여덟이라는 나이가 너무 많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비정규직 서비스업종에 종사하고 있는 많은 여성이 20대 초반인 점을 감안하면, 이제 관리자와 비슷한 연배가 되어 어디에도 취업하지 못할 것만 같은 은수씨의 막막함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은수씨보다 더 많이 살아본 제가 보기에 스물여덟이라는 나이는 그야말로 사회초년생, 무슨 일이든 새로 시작해도 좋을 때입니다. 학력과 스펙을 높게 쌓아놓기만 했지, 부모님께 의존하며 무한 취업전쟁에 시달리고, 스스로를 자책하는 젊은이들이 얼마나 많은지요? 은수씨는 새로 배우고, 일자리를 모색하는 데 아주 적절한 나이랍니다. 저를 믿어도 좋습니다.

은수씨는 지난 8년간 고생하면서 쌓아온 아르바이트 경험이 소중한 자산이며, 보물같은 경력이라는 사실을 과소평가하고 있진 않나요? 물론 이전에 일했던 곳에서 4대 보험을 가입하지 않았거나 경력증명서를 발급받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이니 서류상의 경력 산정에서 제외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제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그간 쌓아온 서비스직 경험은 오롯이 남아있을 거라는 겁니다. 꾸준히 아르바이트를 하고, 다양한 고객을 만나면서 여러 고충을 들었으며 갈등 상황을 해결했던 수많은 사례가 있을 겁니다. 스스로는 리더십이 없다고 표현했지만, 그 경험들 안에서 내공이 쌓였고 매장관리자로까지 성장할 수 있었던 겁니다. 은수씨는 충분히 서비스직 관리자로서 리더십과 현장 실력을 겸비했다고 자신해도 좋습니다.

자신감을 채웠다면, 다음으로는 어떤 일에 도전하고 싶은지 찾아야 합니다. 지금껏 하던 일에 익숙해진 나머지 새로 시작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찾아보지 못했다면, 여성인력개발기관 등 취업지원기관을 찾아가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마음만 먹으면 생각보다 많은 취업정보와 무료 교육의 기회가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어떤 일에 도전해볼지를 결정하려면, 두 가지 중에서 선택이 필요합니다. 하나는 지금껏 해오던 경험을 살릴 수 있는 분야에 도전하는 것입니다. 보통 서비스업종이 진입장벽이 낮을 수 있지만, 이 분야 역시 노하우와 전문성이 필요한 일입니다. 고객을 대면하고 응대하는 일, 그 상황에서 상대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찾아내고 그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불편함을 덜어주는 일 등은 누구나 오랫동안 할 수 있는 일은 아닙니다. 8년이나 유사한 일을 해왔다면, 은수씨는 이런 업무에 잘 맞는 사람일 확률이 크다는 생각이 드네요.

또 하나는 시간을 두고 취업 준비를 차근차근 하는 것입니다. 정부와 지자체에서는 미취업자들의 고용지원을 위한 다양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국비지원 무료 취업교육입니다. 교육비, 재료비도 들이지 않고, 시간과 의지만 있다면 성실히 참여해 취업까지 연계되는 과정입니다. 원하는 교육이 있다면 받을 수 있고, 취업성공패키지에 참여해 상담부터 교육 이후 취업알선까지 지원받을 수도 있습니다. 취업성공패키지는 만34세 이하 청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이 따로 있습니다. 게다가 프로그램에 참여하면 소정의 수당도 지급되니, 장기적으로 일할 수 있는 취업을 생각한다면 이 프로젝트에 열심히 참여해보는 게 어떨까요?

제가 보기에 은수씨에게 지금 부족한 것은 ‘자신감’이고 필요한 것은 ‘정보’입니다. 조급함을 버리고 자신을 다독이며 진로를 탐색해보세요. 은수씨 앞에는 무한한 기회가 펼쳐져 있다는 걸 곧 깨닫게 될 겁니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