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임·낙태 관련법안 수정…프랑스 성교육 변화 조짐

남녀간 성적 환상 차이·노동문제까지 투영 주장도

지난 해 12월 1일 마침내 프랑스 의회는 중·고등학교에서의 응급피임약 배포를 허용하는 법안을 만장일치로 확정·통과시켰다.

그 법안에 의하면, 학교 간호사 혹은 약국의 약사가 여학생들에게 부모 동의 없이, 또 의사의 처방전 없이도 응급피임약을 제공할 수 있다. 그러나 12월 6일 국회에서 의결된 미성년자 낙태시 부모동의 강제조항의 수정과 관련한 확정통과는 빨라도 2001년 봄까지 기다려야만 한다(리베라시옹 2000년 12월 1일·6일자). 이와 같은 미성년자 낙태 및 피임 관련 법안들은 프랑스의 학교 성교육에도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에서 국가교육 차원의 성교육은 68년의 사회적 변혁 이후 그 입장이 결정된다. 이후 우여곡절 끝에 오늘날 정착된 프랑스 중·고등학교의 성교육은 생식기 및 그것의 기능, 조기임신이 가져올 위험 및 성병에 대한 생리학적 정보와 부부 조언자들의 참여 속에서 이루어지는, 욕망과 사랑의 촉발, 타자와의 만남 등의 심리적 교육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런데 프랑스에서 청소년 성교육은 국가와 가족 쌍방간의 협조를 이상으로 삼고 있고, 가톨릭 문화의 토대 위에 형성된 가족문화는 미성년자의 성과 관련해서 그 어떤 유럽국가보다 보수적인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 그리스와 포르투갈을 제외한 유럽의 다른 국가에서 이미 법제화되어 있는, 부모동의 없는 미성년자 낙태가 지금까지도 프랑스에서는 허용되지 않았었다. ‘부모 동의 없는’ 학교 내의 응급피임약 보급과 ‘부모 동의 없는’ 미성년자 낙태 허용과 관련된 법안들은 보수주의자들에 의해 부모 권위에 대한 침해로 간주되면서 심각한 공격의 대상이 되어 왔다.

그러나 프랑스에서는 최근 25년 이래 매년 6500여 명의 미성년자가 낙태를 하고 있다. 98년의 경우 600여 명의 미성년자가 외국에서 낙태를 했고, 그중 68명은 부모의 낙태 동의를 받지 못했기 때문에 외국행을 감행했다.

국립 인구연구소는 12.2%의 소녀가 아무런 피임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첫 성관계를 갖는다고 밝히고 있다. 또 한 여론 조사에 의하면 학생들의 부모들 중 66%는 부모의 동의없이 학교 간호사에 의해 응급 피임약이 미성년자에게 제공되는 것을 바람직하게 생각하고, 52%는 낙태에 대한 부모 동의권이 없어지는 것에 찬성하고 있다(리베라시옹 2000년 10월 4일자).

이러한 현실 속에서 세고렌 루아얄의 1999년 12월 29일자 지침서(국가교육, 연구, 기술의 공식문서 2000년 1월 6일자 1호)는 학교 성교육의 이념을 제시하고, 미성년자의 성과 관련한 학교의 실제적 개입을 지시하고 있다. 그 지침서는 여전히 성교육에 있어 부모 역할의 최우선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동시에 학교 성교육의 필요성을 자기 존중과 타인 존중에 기초한 ‘책임의 문화’ 차원에서 역설하고 있다. 그러나 이념의 수준에서 그치는 것은 아니고 실제적인 성지식과 정보를 제공하는 것에도 주안점을 둔다.

예를 들어 지침서에 부가된 가족과 학생 간의 매개자로서의 학교 간호사의 역할을 지시하는 서류에서 그 점을 살펴 볼 수 있다. 즉 학교 간호사는 신뢰감 속에서 여학생이 준비 없는 성관계를 가졌는지, 강제적으로 당했는지, 상용피임약 복용을 잊었는지, 병력(나팔관염, 자궁외 임신 등)이 있는지 등의 질문을 포함한 면담을 해야 하고, 부모, 의사, 혹은 가족계획 센터와 학생 사이의 매개적 역할을 해야 한다. 또한 응급피임약 복용법, 부작용, 상습적 복용에 대한 경고 및 일상적 피임법에 대해 알려 주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프랑스의 학교 성교육이 현실적 인식에 기초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실적 실효성을 거두기에는 현행 성교육이 충분하지 못하다는 주장이다. 일부에서는 여성에 대한 성폭력(강간, 매춘, 근친상간, 아동성학대), 남녀간 성적 환상의 차이, 노동공간에서의 성역할 구분과 기회균등, 가족 내에서의 부모의 책임 등에 대한 사회·문화적 비판으로 학교 성교육이 확장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미성년자의 낙태시 성인 한 사람의 동반을 강제하는 이번 수정안은 여학생의 자기 몸에 대한 결정권을 여전히 인정하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국가 교육 내의 성교육 역시 여성의 몸의 자율성과 관련한 근본적 인식을 가로막는 한계에 갇힐 명백한 한계도 지적되고 있다.

황보 신/프랑스 통신원coquelicot@naver.com

몽펠리에 II-폴 발레리 대학,철학 박사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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