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성신문
  • 승인 2005.05.12 16:29
  • 수정 2005-05-12 16: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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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사람에게서 신호가 온다고?”


에이즈 환자이면서 동성애자인 두 친구가 삶과 죽음 사이를 오가며 나눈 사랑과 우정의 기록 <영혼의 시그널>(한문화, 7000원). 한 영혼을 나누어 가진 두 사람이라 불릴 정도로 서로를 의지하며 시한부 인생의 고통을 견디던 두 사람은 누구든 먼저 죽는 사람이 남은 사람에게 신호-영혼의 시그널-를 보내자는 약속을 한다. 그 뒤 두 사람 중 인생에 대해 더 회의적이었던 조엘이 세상에 홀로 남게 되고 친구를 잃은 상실감으로 고통스러워하던 그에게 어느 날 죽음 너머의 세계에서 정말로 신호가 들려온다.



“조엘, 나야. 나라는 걸 알지? 네 여생을 견디게 해줄 특별한 선물을 주기 위해 왔어.”



신호는 작은 벌새와 함께 나타나며 몇 년 동안 계속된다. 그 신호는 이 세계와 저 세계를 이어주는 다리가 되어 시한부 선고를 받은 조엘에게 생의 의지를 불어넣는다. 그리고 조엘은 의사들이 선고한 시간을 훌쩍 넘기며 오늘도 살아서 이 책을 쓰게 된 것.



이 책은 소설이 아닌 실제 이야기의 기록이다. ‘죽은 사람에게서 신호가 온다고?’ 미심쩍어하며 책장을 넘기던 사람도 온몸으로 느껴지는 저자의 진솔함과 책에 담긴 진정성에 마음을 열고 깊이 빠져들게 된다.



저자 조엘과 친구 앨버트를 비롯하여, 이 책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동성애자이며 또한 에이즈 환자들이다. 조엘은 자신의 체험을 나누려는 순수한 의도로 자신의 삶과 동성애자 공동체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들려준다. 에이즈의 고통과 싸우면서도 삶의 순간순간에 집중하며, 일상의 작은 것들에서 기쁨을 발견하고 삶의 결을 풍부하게 가꿔나가는 조엘을 통해 우리 자신을 다시 한번 되돌아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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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유의 골목서 자유를 느낀다


송혜근, 전경린, 한정희, 조민희 등 여성소설가 9명의 작품을 모은 소설집 <내 고향에는 이제 눈이 내리지 않는다>(생각의 나무, 8000원)는 각각의 개성이 선명하게 드러나는 작품들을 담고 있다.



사회문제에서부터 동성애, 성장기의 상처, 일상의 권태로움과 그것의 폭력성, 사랑의 치명성과 상실, 실존적 고통, 섹스의 추억, 그리고 이 모든 검은 빛깔들을 연두빛으로 채색하는 희망의 근거 등의 제재들은 여성 작가의 경험과 시선에 의해 한 고리로 묶인다.



문학을 한 템포 느린 은유라는 골목이 있는 곳이라는 그들은 “느림이라는 것이 질서에서 벗어나는 것이고 숨통을 죄는 규칙을 깨는 것은 파격이고 자유이며 인간 선언이다. 문학은 느림을 지향하여 순수로 돌아가야만 파격이 될 수 있고 생명을 얻을 수”있다고 고백한다.

이번 소설집에서 특히 전경린의 ‘목조 마네킨 헥토르와 안드로마케’는 주목할 만하다. 진부한 삶의 궤도를 이탈한 사랑에 대한 매혹, 그러한 인간 존재의 속깊은 내밀함을 선명한 이미지의 문체로 그려온 전경린은 이번 작품에서도 기묘함을 던진다. 떠나지 못하는 여행상담이 취미인 이혼녀 금주와 12년 전에 헤어진 이한. 여행에서 돌아오는 길에 이한을 만난 금주는 이한이 사랑하는 대상이 남자임을 알게 된다. 여성보다 더 여성다운 남자 앞에서 여자는 자신의 감정을 접는다. 여자는 혼자 여행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아니마와 아니무스의 혼재, 남자들의 질서아닌 여자들의 질서들은 독자를 유인한다.



일상이 마냥 지루하고 빠른 속도가 당황스러울 때 이들의 섬세하고 발랄한 감수성을 따라가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지은주 기자 ippen@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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